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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버디를 해도, 이글을 해도 박수와 환호는 없었다

-갤러리 없는 골프대회, 선수들만 쓸쓸하게 경기하는 모습 안타까워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경기장 정적만 감돌아

 

 

지금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 7350야드)에선 남자 프로골프 최대 규모의 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1 제네시스 챔피언십'  대회다.  총상금 15억 원, 우승상금 3억원에 각종 부상이 걸려 있어 남자선수들에겐 가장 인기 있는 대회 중의 하나다. 

 

국내의 내로라 하는 프로 골프 선수 120명이 참가하고 있다. 7일부터 10일까지 하루 18홀씩 나흘간 72홀 스트로크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물론 이틀간 경기 결과에 따라 컷오프를 실시한다. 3, 4라운드에선 절반 안팎의 선수가 뛰게 될 것이다.

 

우승자에게는 우승상금 외에 PGA(미국프로골프)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과 '더 CJ컵@,SUMMIT',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3개 대회 출전권을 준다. 또 부상으로 제네시스 GV60 자동차도 있다.  우승자뿐만아니다. 홀인원한 선수들에게 주는 부상도 푸짐하다. 13번 홀에서 최초로 홀인원을 한 선수에겐 제네시스G80을, 17번 홀에서 최초로 홀인원을 한 선수에겐 제네시스 G80SPORTS를 주고 담당 캐디에겐 G70을 준다.

 

지금까지 홀인원한 선수에게 자동차를 부상으로 주는 대회는 많았지만 선수의 캐디에게 까지 별도의 자동차를 부상으로 주는 것은 이번 이 처음이다. 이외에 63타 이하 코스레코드를 기록한 선수에겐 300만 원의 포상금을 준다. 이 돈은 대회장인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시상한다.

 

이번 대회 개막 전까지 코스레코드는 지난 2017년 대회 우승자인 김승혁이 당시 1라운드 때 세운 64타였다. 그런데 7일개막전 1라운드에서 고군택이 10언더파를 쳐 62타 코스레코드를 새로 세웠다. 고군택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10언더파를 쳐본 것은 생애 처음"이라면서 "오늘은 모든 게 잘 됐다"고 했다.  

 

 대회 개막일인 7일 아침엔 이슬비가 내리다 그쳤다. 하늘엔 구름이 많이 끼어 있었지만 점차 개기 시작했다. 골프코스는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이따금 새 소리만 들려왔다. 멀리서 건설공사 현장의 기계음이 들려올 뿐 다른 소리는 없었다.

 

 

평소 같으면 수많은 갤러리들로 붐볐을 골프코스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대회 관계자와 방송사 관계자들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지금 남자대회든 여자대회든 골프대회장엔 갤러리가 일체 없다. 작년부터 2년째다.  흡사 잔치집에 축하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갤러리가 없는 대회는 쓸쓸하다.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할 때 갤러리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고 응원해주면 선수들은 신이 나고 힘을 얻는다. 그러나 지금 골프대회장은 그런 박수도 응원도 환호도 없다.  오직 정적과 쓸쓸함 뿐이다. 

 

기자가 7일 아침 일찍부터 몇 개 홀 주변에서 살펴보니 선수들은 얼굴에 활기가 없어 보였다. 어려운코스에서 버디를 해도 누구 하나 박수를 쳐주거나 환호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직 선수 뿐이었다. 그러니 잘 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선수들 뿐 아니다. 골프장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전엔 큰 대회가 열리면 클럽하우스 주변은 온통 잔치집 분위기였다. 수많은 깃발이 나붙고 사람들이 북적였다. 먹거리 장터도 열리고 골프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임시 매장도 있었다. 여러 이벤트도 열렸다. 가족과 함께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대회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골프장 안에 들어와도 이곳이 골프대회가 열리는 곳인지 쉽게 알 수 없을 정도다. 정문에서 출입자나 출입차량의 신분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서 있다는 점만 빼면 평소와 거의 다를 바 없다. 골프장에 들어서기 전엔 그 흔한 대회 안내판도 없다.

 

 

 

이게 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또 절망하고 있다. 그 패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골프대회에 갤러리들이 입장하지 못하면서 갤러리도 선수도 피해자가 됐다. 갤러리들은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현장에서 볼 수 없어 안타깝고 선수들은 갤러리 없는 골프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하느라 답답하다.

 

수십억 원의 돈을 내가며 스폰서를 하는 기업들은 어쩌면 더 답답할 지 모른다. 평소 같으면 수많은 갤러리들에게 홍보를 하며 신이 났을 기업들이 돈을 대고도 제대로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그렇다고 계속 해오던 스폰서를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그만둘 수도 없으니 오직 하겠는가.

 

지금으로선 해법이 단 하나 뿐이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사라지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더 이상 계속되면 갤러리도 선수들도 한계점에 다다르게 된다. 우리 모두가 '그들만의 리그'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