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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프라이데이'에 이니스프리가 왜?...화장품 업계 할인행사 끝났는데 '뒷북' 지적

-사드에 코로나19 악재 겹쳤지만 온오프라인 시장 공략 실패...창사이래 최대 위기 직면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가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 중 유일하게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해 이목이 쏠린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11월 초부터 진행된 코리아세일페스타, 중국의 광군제 등을 통해 이미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니스프리는 미국 유통업체들이 주체가 되는 블랙프라이데이 마케팅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 중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곳은 이니스프리 한 곳 뿐이다. LG생활건강, 미샤, 올리브영 등은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참가했지만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따로 기획하진 않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는 이번 미국 내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다. 이니스프리의 국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아모레퍼시픽 소속 브랜드의 할인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올 한해 이니스프리에 보내주신 고객들의 성원과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연말 할인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니스프리의 이번 행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블랙프라이데이의 주력 상품이 화장품도 아닐 뿐더러 제조업체나 브랜드가 직접 참여하는 행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의 가장 대표적인 품목은 생활가전으로 아마존과 이베이, 알리바바 등 온라인 판매가 주를 이룬다. 과거에는 월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대규모 행사가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은 문을 열지 않는다.
 
이니스프리가 11월에만 두 번째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여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 잔치가 끝났는데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매출 부진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장품 구매 수요가 해소됐는데도 행사를 지속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들은) 11월 초 대부분의 로드샵이 행사를 펼치는데 시기에 뒤쳐지면 이미 필요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는 가전제품 중심으로 화장품과 큰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통 채널이 주도적인 행사라 블랙프라이데이에 관해 준비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를두고 업계에서는 사드(THAAD) 사태로 인한 중국 시장 매출 회복이 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온 아모레퍼시픽이 연말 세일 행사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데 발맞추지 못하고, 뒤는게 온라인 할인을 시작하며 가맹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358억원인데 비해 1652억원으로 급락했다. 지난 2분기도 1041억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3153억원 대비 67.0% 감소를 보였다. 올 1분기는 영업이익 679억원으로, 전년 2048억원 대비 66.8%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4분기는 4982억원과 전년도 5495억원으로 9.3% 감소를 보였지만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을 대조하면 코로나19 이후 회사측의 이렇다 할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영업이익 감소세를 이어가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가맹점주들과의 갈등도 실적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온·오프라인 공급가를 다르게 책정하면서 사지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뒤늦은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해 강력한 할인 정책을 펼쳤는데, 오프라인 가맹점 공급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에 제품이 공급되며 이니스프리 로드숍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온라인 판매 플랫폼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공급가를 대폭 낮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LG생건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부진 탈출을 위해 50대 초반의 김성환 대표를 젊은 피로 수혈했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진행중이다. 15년차 이상은 근속연수에 5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 지급, 20년차 이상은 40개월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또 쿠팡, 네이버, 11번가에 이어 마켓컬리까지 온라인 채널을 확대하며 마케팅 비용의 50% 이상을 과감하게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이 갈등을 봉합하고 화장품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