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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문 한투증권, 전산장애…겉 '책임운운'·실제 '피해보상 난감'…투자고객 집단소송?

전산장애 피해보상이 법적으로 인정돼 투자 고객들집단소송 가능성도
한국투자증권, 전산시스템 관리·보상약관 개편
금융당국, 전산장애 증권사 처벌수위도 제대로 해야

 

지이코노미 손성창 기자 | 한국투자증권(071080, 대표 정일문)이 전산장애가 일어나자 투자자들에게 겉으로 책임·보상을 운운했지만, 실제론 투자자들이 한국투자증권의 보상기준에 따라 피해보상을 받기가 난감해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월 8일 수도권의 폭우로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홈·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HTS·MTS)이 당일 오후 4시쯤부터 9일 오전 7시 30분쯤까지 무려 15시간가량 접속이 끊기는 사태 즉 전산시스템 먹통이 됐다. 

 

그러자 정일문 사장은 8월 9일 대투자고객 사과문을 통해 “불편사항을 접수해 주시면, 성실히 그리고 신속하게 조치하고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공지에는 시스템 장애로 8일 매도를 못한 투자자는 9일 동시호가 또는 접속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에 매도해 손실이 확정된 건에 대해, 12일까지 피해를 접수받아 보상할 방침이다고 알려졌다. 

 

 

실제 피해사실 투자 고객은 겨우 4일 만에 손실여부를 직접 증명해야 했다. 해외 체류 중인 투자자는 몰랐을 가능성도 있었다.

 

전산먹통 당시 투자고객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 손실을 봐도 손절매를 할 수 없었고, 추가매수도 불가능했다. 주가가 상승할 때 매도를 못해 수익기회조차 잃어버렸다. 투자고객들은 시장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없었고, 자신의 돈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온라인 거래 장애 발생 시 보상기준 및 절차'에 "전화기록 및 전산시스템상에 주문 로그가 남아있는 주문 건에 한해서만 보상이 가능하다·주문기록이 없으면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업계는 MTS의 보급으로 스마트폰 앱에서 몇 번의 터치로 즉시 주문이 가능한 시대에, 사전에 전화주문으로 매도의사를 밝히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한국투자증권 현실을 무시한 기준과 절차를 들이대며 구시대적 보상기준으로 피해배상을 들먹이는 것은 책임회피라는 지적이 많다. 

 

투자고객들은 접속도 않되는데 무슨 수로 매도의사를 밝힐 수 있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투자고객들 은 ‘전산장애’가 유발한 금전적 피해와 자산 통제권 상실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극심하다고 하소연 한다. 

 

 

지난 2017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90분간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 1심에서 투자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은 패소했다. 그러나 2022년 8월 2심(항소심)에서는 빗썸이 총 2억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로 투자자들이 승소했다.

 

지난 2020년 미국에서는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Robinhood)에서 전산장애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까지도 15만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은 로빈후드에 990만달러(한화 약 136억원)의 피해보상금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7000만 달러(한화 약 962억원)의 벌금 및 보상 지급을 명했다.

 

업계에서는 법리적으로 전산장애 손실이 폭넓게 인정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는 무려 15시간이었고, 이로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명백하다. 이에 투자자들이 전산장애로 야기된 피해배상을 한국투자증권에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전산 장애가 생긴 증권사에게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니, 한국투자증권 등이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확실하게 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감원도 “핵심 업무는 복구 목표시간은 3시간 이내로 정해져 있다”고 안내했다. 전자금융감독규정 23조에는 금융회사가 장애·재해·파업·테러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해도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비상 대책을 수립해 운용해야 하며, 백업 또는 재해복구센터를 활용한 재해 복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비해야한다고 말한다. 

 

한편 지난 8월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2019년~2021년사이 전산운용비로 813억원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의 2262억원 대비 35%에 불과했다. 즉 본사 전력공급장치에 합선으로 15시간 동안 주식거래 및 전사시스템이 마비됐던 한국투자증권은 전산운용비 지출에 인색했던 것이다.  

 

■ 한국투자증권 온라인 거래 장애 발생 시 보상기준 및 절차이다.


1. 주문장애 요건
당사의 전산시스템상의 장애로 인해 HTS 고객이 비상주문을 포함한 어떠한 방법으로도 주문이 불가능한 경우를 주문장애라 합니다. 당사의 전산시스템상의 장애라 함은 HTS 프로그램, MTS, ARS 등 인터넷주문의 장애를 말합니다.(후략)

 

2. 보상신청 절차
주문장애가 발생한 때에는 전화기록 등 주문시도증빙을 남기고, 장애 종료 후 거래지점이나 고객센터로 보상신청하시기 바랍니다.(후략)

 

3. 보상기준
전화기록 및 전산시스템상에 주문로그가 남아있는 주문건에 한해서만 보상이 가능합니다. 보상은 고객께서 주문내용에 대해 전화기록을 남긴 시점의 주문가격(또는 주문로그상의 주문가격)과 다음 해당가격에 대한 차액만 보상하여 드립니다.

① 장애복구 시점 이전 매도시 : 실제 매도하신 가격
② 장애복구 시점 이후 매도시 : 장애복구 시점의 가격(단, 장애복구 시점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하신 경우에는 실제 매도하신 가격)

보상은 보상 신청이 접수된 주문 건에 한해서만 가능합니다. 당일의 당사 시스템상의 장애에 대한 보상신청건만 인정합니다.

 

4. 보상 예외사항
전화기록(또는 주문로그)이 남아있지 않은 주문건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습니다.(중략)고객에게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되며 이익이 발생된 경우는 해당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