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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레슬링연맹 배광주 명예회장의 "삶이란?…후배의 이야기

수오지심, 키다리아저씨, 의리남
의외의 샤이함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 한 명이라도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실제로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 주고, 슬프면 진심으로 같이 슬퍼해 주며, 나를 위해 정말로 충고해주거나 힘들 때 함께할 수 있는 친구는 많지 않다. 

 

'살아가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는 선대들의 교훈이 진리임을 증명하는 게 아닌가. 예의야 말로 '관계'의 기본이자 끝이니. 여기에 덧붙인다면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타인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부끄러움을 알고 행동하는 것, 솔직한 삶. 이를 행하고 지키면서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키다리아저씨가 되어주고 있는 이가 있다. 정재계, 문화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 인맥을 가진 '의리의 남자', '남자 중의 남자!'라고 칭송받는 이,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명예회장, ETO INNOVATION KOREA 배광주 회장이다.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테이블에서 기념사진을 촬영 / 뉴스아이이에스


그는 무인(武人)으로서 종합무술 합계 32단, 무쇠 몸매에 청산유수 같은 입담과 배포로 좌중을 휘어잡는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다.

 

기자가 곁에서 오래 지켜본 배 회장은 지인들의 대소사에 진심으로 같이 기뻐하고, 슬퍼한다. 도움을 청하는 일에는 늘 적극적이다. 적극적이기만 한 게 아니라 아예 내 일처럼 최선을 다해버린다. 그런 성품의 소유자다.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로도 소문이 났다.

 

중절모와 투박하고 걸쭉한 부산 사투리에서는 카리스마가 배어 나지만, 인자한 성품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런가 하면 그 누구라도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는다. 

 

그런 배 회장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격동의 시절 1960~1970년대는 한국 프로레슬링이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었던 시대다. 그러다 이내 부흥을 이어가지 못 하고 잊혀지던 1990년대 초, 프로레슬링의 전설 김일, 이왕표 등과의 인연으로 프로레슬링 부활을 꿈꾸면서 무던히도 노력했다.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프로레슬링 영웅, 박치기 왕, 고 김일선생의 명성과 한국 프로레슬링의 제2의 전성기를 재현하기 위해 김일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당시 한국 유일의 프로레슬링 세계챔피언 이왕표 선수와 의기투합했다. 큰 목표, 어쩌면 꿈을 가지고 전 세계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시절이 못내 아쉽다고 배 회장은 회고한다.

 

▲배광주 명예회장, 커시안그룹 박걸 회장, 김용찬 회장, 김두관 경남 양산을 국회의원과 함께 뉴스아이이에스

 

배 회장은 정재계, 문화예술, 스포츠를 넘나드는 인맥왕이다. 그는 각국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쌓고 있다. 드라이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니라 호형호제하는 친구들이다.

 

홍콩 영화계 대부 성룡은 그의 절친한 벗이자 의형제다. 중국의 조남귀 전 국가부주석, 캄보디아 깨컴얀 전 국방부장관, 중국 박걸 커시안그룹 회장, 배우겸 가수 이동준, 유도 금메달리스트 동아대 하형주 교수 등 국내외는 물론 홍콩, 동남아, 유럽 등지에 무려 10만 명의 지인들과 인맥을 쌓고 있다.

 

그런 배 회장이 지난 11월, 스포츠발전 공로 대상 발표 중에 갑자기 본 기자에게 무대에 올라와 상을 받으라고 했다.

 

제30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후배들이 주는 스포츠발전 공로 대상이었다. 솔직히 고마웠다. 그러나 아직 상을 받을 만큼 스포츠계에 공로를 쌓았나 의문이 들었다. 스스로 부끄러워서 무대에 나설 수가 없었다.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배광주 명예회장과 뉴스아이이에스 발행인 정길종, 제30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행사장에서. 

 

사실 배 회장은 기자가 존경하는 진짜 어르신이다. 기자로서가 아니라 배 회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지인으로서 "왜 그를 존경하는가"하고 묻는다면, '부끄러움을 아는 분이니까'라고 답하겠다.

 

각계 저명인사들이 부끄러움을 알고 행동하고, 솔직한 언어를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많은 요즘이기에 더 그렇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공경을 받는다. 

 

방송국 후배들이 본 기자에게 배광주 회장을 영상으로 담고 싶다고 전해왔다. 본 기자도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 '고맙다'고는 해놨는데, 최근 부산에서 배 회장의 차남 결혼식장 일화가 떠올랐다.

당시 방송인 유퉁이 사회를 보면서 "의리 왕, 사나이 중에 사나이, 오야붕께서 찾아주신 귀빈들에게 인사 한마디 해주십시오"라며 배 회장에게 인사를 요청했다.

 

“감사합니다.”

 

그게 끝이었다. 그토록 입담 좋은 분이 감사합니다 한 마디로 인사를 마친다. 이유를 물으니 부끄럽단다.

 

영상을 찍어도 분량이 나오지 않을 게 조금은 걱정됐다. 그래도 후배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왜 배 회장을 찍고 싶으냐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라는 질문에 사회에 귀감이 되는 분을 기록에 남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다. 

 

그간 많은 인터뷰와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저명인사들은 이런 출연 제의를 거절하지 않는다. 이런 기록들이 자신을 빛내는 것임을 잘 아니까. 이런 일로 할 수 있게 되는 일이 참 많으니까.

 

배광주 회장, '우리 형님'은 좀 다르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설득해 보려고 한다. 그의 인생 철학이 사회에 가 닿아 조금이나마 우리 세상을 밝혀주는 지점이 반드시 있을 것을 아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들의 말처럼 재미있을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