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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특례시, 2023년도 예산 재의요구권 검토

의장단 업무추진비 부활시켜 예결위 통과…市 핵심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

 

지이코노미 이창희 기자 | 고양특례시의회가 민선8기 역점사업 및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등 고양특례시의 손발을 묶어버리면서 시민을 위한 행정은 올해 한 해 동안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는 오히려 의장단의 업무추진비는 부활시켜, 시 집행부 길들이기 수단으로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재의요구권 검토가 부상되고 있다. 

 

고양특례시는 20일 제27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확정된 2023년도 본예산에 대해 "시의회가 온갖 억지와 꼼수를 동원한 '막장' 예산심사나 다름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시의회는 이날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측의 의견대립으로 처리가 늦어지던 본예산안 중 의장단의 업무추진비를 비롯한 시의원 국외 연수 출장비 등을 민주당 중심의 힘이 실린 예결위를 통해 되살렸다. 

 

당초 삭감으로 1700여만 원이었던 의장단 업무추진비는 1억7000만 원으로, 전액 감액됐던 국외 연수 출장비 등은 3억2000여만 원으로 증액돼 통과됐다.

 

시는 이에 대해 "시민을 위하는 척 위선적인 태도를 보여 온 시의회가 몰염치한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며 시의회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동안 시의회는 지난해 말 2023년도 예산을 의결하지 않아 법정 처리기한을 넘겼고, 지난 6일 제270회 임시회를 개의해 뒤늦은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지만, 당초 시가 요구했던 예산은 상임위와 예결위 심사를 거치면서 대폭 삭감시켰다.

 

시는 이에 예결위 의결을 앞두고 민주당 측이 증액 요구한 주민자치회 운영지원비 등 18건 중 일부를 수용하는 대신, 삭감예산 중 공약 이행과 민생에 직결되는 일부 사업을 반영하는 쪽으로 시의회와 논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에서는 이를 전면 거부하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역점사업 및 업무추진비 예산 대부분을 삭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예결위원장은 "무원칙의 기준으로 이루어진 막무가내식 예산삭감에는 동참할 수 없고, 이번 사태의 책임은 민주당의 폭력적인 행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20일 위원장직을 사임했다. 이후 민주당 측 주도로 새로운 예결위원장을 선임해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새로 선출된 시장이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고, 이에 맞게 재원을 배분하는 것은 선거라는 민주주의 제도에 뒤따르는 필연적인 과정"이라며 "전 정권에서 추진해 온 예산을 모두 반영해 달라는 것은 선거제도의 취지를 흔들고, 시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삭감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명확한 설명이나 명분 없이 일방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며 "의회의 심의의결 권한을 그저 집행부 길들이기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결위 조정안에 따르면 당초 예산안에 비해 110억 원 가량 삭감됐고, 이중 ▲건강취약계층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9억 원)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4억 원) ▲청년 느린학습자 기술교육 운영(0.3억 원) ▲지표투과레이더 탐사를 통한 공동(空洞) 조사(2억 원) ▲시 경계 지적이용 현황조사 및 지적현황측량(0.3억 원) ▲킨텍스 일원 지하공간 복합개발 기본구상용역(2.7억 원)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경기도 사전협의안 수립 용역(0.2억 원) ▲한옥마을조성 타당성 조사 용역(1억 원) 등 민선8기 핵심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이동환 시장의 공약 중 하나인 건강취약계층 미세먼지 방진창 설치의 경우 어린이집, 경로당 등 1073개소에 대해 3년간 순차적으로 방충망을 방진창으로 교체하는 사업이지만, 이번 예산삭감으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청년 느린학습자에 대한 기술교육은 이 시장이 강조해온 '합리적 복지'의 대표 사례로, 무조건적 복지보다는 취약계층을 주 대상으로 하되, 자립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우선해야 한다는 기조를 반영한 정책이다. 

 

이 사업의 경우 지난 정권에서 제정된 조례에 근거한 사업으로, 시는 '해당 예산까지 삭감된 점은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시 경계 조정을 통한 은평 자원순환센터 문제 해결 ▲박물관, 한옥마을 등 세계적 수준의 관광자원 조성 ▲복지재단을 통한 합리적 복지 서비스 고도화 등 평소 이 시장이 예산반영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사업들이 대부분 삭감됐다. 하지만, 시의회에서는 그 사유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이 시장의 1호 공약인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1기 신도시 재건축 등에 대비해 시가화 예정용지와 인구 물량을 담아낼 고양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예산마저 삭감된 점을 비춰볼 때 "시의회가 '집행부 발목잡기'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지역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당초 삭감됐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대비 광역철도 확충방안 수립 연구용역비 3.5억원은 예결위에서 다시 통과가 결정됐으나, 시에서는 "이러한 결정 또한 시민과 고양시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 아닌 정치적 득실을 따진 전략 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삭감예산에는 기관 운영과 시책 추진을 위한 업무추진비도 13억원가량 포함됐다. 

 

업무추진비는 ▲이재민 및 불우소외계층 지원 ▲시책과 지역 홍보 ▲문화예술·체육활동 유공자 등 격려 ▲업무추진을 위한 회의·간담회 개최 및 유관기관 협조 ▲현장부서 근무자 격려 ▲경제자유구역 선정 등 자족도시 실현을 위한 업무 등에 사용되는 예산이다.

 

시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행정안전부령)에서 정한 용도와 편성 한도를 준수해 예산을 요구했으나, 시의회에서는 이 또한 명확한 설명 없이 사업별로 90%이상 삭감했다. 

 

시의회 예결위가 삭감 조정한 내용을 살펴보면, 전체 삭감된 예산 308건 중 208건으로 67.5%가 업무추진비다.

 

시 관계자는 "시의회의 이러한 결정은 집행부의 사업추진 의지를 꺾고, 의회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예산안 심사가 시민의 공공복리 증진을 위함이 아닌, 단지 시 직원들을 골탕 먹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시는 삭감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그로 인한 피해가 오롯이 시민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20조 및 제121조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 또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 등에 대해 지자체장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시 집행부가 재의를 요구할 경우, 시의회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전과 동일한 의결을 확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