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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산업계엔 ‘히딩크’ 적인 인물이 없는가?” 생각을 바꾸든, 사람을 바꾸든.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골프장 정책은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세계에서 최하위로 추락했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 골프관광객이 제로 상태와 다름없게 되면서 국가적으로는 골프 산업의 기여도가 없다는 얘기다.

없는 것에서 끝나면 다행이다. 앞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장벽이 사라지면, 연간 2~3조 원 이상의 외화유출로 ‘역적’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데에 더 문제가 있다.


WRITER 안용태

 

 

히딩크 효과가 부럽다
우물 안에 갇힌 채 쳇바퀴를 돌 듯 머물러 있는 대신 글로벌 스탠더드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춰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고, 업계 자체의 성장을 이룬 축구계의 사례를 늘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2002년 월드컵은 4강 신화라는 쾌거 외에도 수많은 직간접적 효과를 자아냈고, 그 중심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었다. 월드컵을 뛴 대표 선수들이 해외시장에 스카웃 됐고, 그들이 활약하며 해외 진출의 기회를 넓혔다. 선수들이 벌어들인 외화만이 아니라, 이제는 유럽의 빅 리그에서 한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으니 산술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 히딩크가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으며 가장 먼저 척결한 건 국내의 병폐인 학벌 편짜기 같은 관례적 불공정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재능’들을 같은 출발 선상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효과는 시작됐다.

 

거꾸로 가는 골프 관련 규제
지금의 한국골프산업계는 당시 한국축구계의 ‘지병’보다 훨씬 더 큰 고질병을 앓는 중이다. ‘이기주의’라는 병이다.

 

그것도 중병 수준인지라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그러한 ‘병’을 기반으로 최근 개정된 골프 관련 정책의 내용은 입에 담기 부끄러울 정도다. 가장 부끄러운 것 딱 하나만 지적하자면 ‘퍼블릭골프장은 회원권을 분양할 수 없다’는 규제다.


외국과는 달리 법률적으로 퍼블릭골프장의 회원권 분양이 금지됐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케이스다. 굳이 이 규제를 지적한 건, 여기서부터 유발된 모든 후속 법규들이 줄줄이 엉키기 시작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문체부에서 개정된 이 같은 규정에 따른 후속 조치가 그렇다. 퍼블릭은 회원제 그린피 보다 34,000원을 되레 할인해야 한다는데, 소비자 입장에서야 어떻게 됐든 그린피 부담을 던다는 데에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지만, 업계 관계자라면 경제 논리로나 상식적으로도 전혀 타당하지 않은 조치다. 왜일까.


회원제와 퍼블릭, 태생이 다르다
회원제골프장(이하 회원제)은 투자금액을 선 회수한 개념이다. 회원권 분양을 통해 일단 투자비를 모두 회수했기 때문에, 그린피는 아파트의 관리비처럼 받으면 운영할 수가 있다. 퍼블릭골프장(이하 퍼블릭)은 임대주택 같은 개념이다. 별도의 임대료를 받아야 사업 수지를 맞출 수 있다.

 

다시 말해 퍼블릭은 임대료와 아파트관리비의 합계금액을 그린피로 받아야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회원제보다 비싼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경제 논리다. 그렇기에 이번에 개정된 법규를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퍼블릭은 세제 혜택을 받지 않느냐’고 하지만, 회원제가 가진 분양권 혜택은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혜택이다. 이 강력한 혜택을 외면하는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지적하지 않는지는 몰라도 어느 쪽이든 문제다.


따라서 이번 정부 조치는 근본적으로 골프 산업에 대한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 바다. 회원제와 퍼블릭의 태생적 차이 때문에 폭리를 취하는 쪽은 퍼블릭이 아닌 회원제다.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을 따지자면 퍼블릭보다 20배나 높은 투자수익률을 내는 곳은 퍼블릭이 아닌 회원제다.


비싼 분양 아파트는 놔두고, 임대아파트에서 임대료 받는 것만 두들긴다니 정책 입안자들의 시각을 ‘엉망’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골프 산업에도 히딩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에 피력하고자 하는 건 정부가 저지른 이러한 패착이 ‘그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 앞서서 골프산업계에 본질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마치 히딩크가 도래하기 전의 축구계처럼 이기적인 편짜기 논리가 넘쳐난다는 점이다.

 

자기편에 유리하기만 하면 다른 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골프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고민의 흔적도, 합리적이고 통일된 업계 의견을 정부에 제시한 바도 없었다. 골프산업계에 ‘히딩크 적인 인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정부 정책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사실 업계 스스로가 그런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스스로 오합지졸을 자처하는 업계에 주목할 이유도, 심지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 이유도 없으니 어정쩡하게 ‘법도 아닌 법’과 ‘정책도 아닌 정책’을 내밀어도 타박할 염치가 없다.


모든 골프산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속 좁은 이기주의’적인 편짜기를 일삼는 인물들과 근본적으로 잘못된 ‘협회’의 구조적인 병폐를 다시 한번 더 나열하는 이유는, 업계가 앓고 있는 고질적인 ‘중병’을 없애고, 마치 축구계의 히딩크처럼 골프산업계의 미래를 그려줄 ‘큰 인물’을 삼고초려 하자는 업계의 의지를 일으키고 싶어서다.


이기주의자들의 편짜기와 구조적 모순을 척결하자는 주장을 매번 반복하는 것이 싫고 지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골프산업계를 중병에 들게 한 문제적인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8개 항목에 걸쳐 열거하며 업계에 호소(?)하고자 한다.


 

1. 시장기능 모르는 돌팔이 전문가
시장기능을 전혀 모르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돌팔이 전문가’가 이번 정책실패를 초래한 첫 번째 문제아다.

코로나19 특수로 인한 일시적인 그린피 인상금액에 ‘초미시적’으로 반응하며 호들갑을 떠는 우물 안의 돌팔이에게 묻고자 한다.

 

만약 향후 골프장의 그린피가 계속 떨어지고, 퍼블릭의 ‘차입 이자’ 부담은 고금리로 인해 15~30억 원씩 더 가중되어야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외칠 것인가?

 

결국, 그 호들갑이 우리 골프산업계의 속사정에는 아주 무지한 국회의원들을 선동해 이 같은 입법까지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정부에게 연쇄적으로 패착을 두게 하는 빌미를 줬으며, 문체부도 꼼짝없이 뒤치다꺼리나 하게 만들었다.


2.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미디어
돌팔이 전문가에 가세하여 착한 그린피로 영업하는 골프장 명단을 발표하는 미디어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시장원리에 의해 공정하게 돈을 버는 것은 성장이고, 큰 박수를 받을 일이다. 물론 성장의 수혜자는 법인세는 물론 기부와 같은 사회 환원의 실행자로서 의무감을 가져야 자본주의가 제대로 돌아간다.


아파트 임대료가 치솟을 때 임대료를 안 올리는 착한 개인 임대인은 미담일 뿐 치솟는 임대료를 해결하는 방안은 못 된다. ‘진짜 불’을 끄려면 거시적인 지표를 대중에게 알려야 진정한 미디어가 아닐까. 다시 말해 차라리 ‘골프장의 기부 랭킹’을 발표해야 했다는 얘기다.


돈을 많이 번 골프장의 기부액을 공개하는 거시적인 처방이다. 이 처방 하나만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즉, 착한 그린피 매니페스토는 그 거시 처방 속에 있는 아주 조그마한 일부의 초 소극적인 처방일 뿐이다. 골프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선행 지표인 ‘주니어를 대우해 주는 골프장이 어디인지’부터 ‘자선 골프 대회 때 그린피를 면제하는 스폰서를 자처한 오너는 누구인지’ 같은 지점이 미디어가 조명해야 할 지점이다.


3. 그린피를 민생물가로 치부하는 인식
골프장의 그린피는 민생물가에 해당하는 소비과목이 아니라, 여가와 취미 활동비이며, 국가적으로는 관광수입원으로서 가장 좋은 책임 과목이다. 골프가 대중화됐다곤 하나 아직까지 그린피는 민생물가와는 큰 관계가 없는 준명품물가에 가깝다.


그래도 그린피를 좀 저렴하게 하려면 아주 간단하다. 아파트 대책처럼 공급 정책 하나만 있으면 해결된다. 국가 관광수입을 올리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회원제의 중과세도 없애고, 외국처럼 퍼블릭도 회원권을 분양할 수 있도록 법규를 즉시 개정하면 모든 문제가 순식간에 해결될 수 있다.

 

4. 양대 협회의 뒤죽박죽 구성 실태
양대 협회는 골프장 오너 협회로 바꾸어야 한다. 사업주와 경영인은 역할과 입장이 다르다. 골프장 사업주는 골프 산업을 책임지고, 전문경영자는 경영력을 발휘하여 이익을 많이 남기도록 일하는 환경이 선결과제다. 오너와 경영인의 역할분담으로 성장 사이클을 이끄는 쌍두마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만 해도 전국골프장의 호황으로 1조 원 규모의 증세가 이뤄졌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똑부러지는 국가 기여 아닌가. 많이 번 만큼 최대금액의 법인세납부로 국가에 기여하면 된다.


그리고 더 시급한 조치는 각 협회의 이사 자격은 오너로 국한하는 방안이다. 전문경영인은 골프 산업을 걱정하고 직접적으로 진흥시킬 수는 있는 위치나 입장이 전혀 아니다.


5. 불임 단체와 같은 양대 협회 구성
양대 협회는 회원제협회와 퍼블릭협회로 완벽히 나뉘어야 한다.

 

지금의 ‘경영자협회’에는 회원제와 퍼블릭 모두가 협회사로 들어가 있는데, 앞서 언급한 태생적 차이 때문에 100년이 가도 일치되고 통일된 의견을 도출할 수 없는, 소위 ‘불임 단체’에 불과하다. 이는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문체부 차원에서 즉시 행정지도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생각한다.


협회는 합의를 도출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목적이 있는데, 이해목적이 전혀 다른 사람이 섞인 상태로는 서로 싸우기만 하다가 합의는커녕 어느 쪽도 대변할 수가 없다. 이 문제를 뻔히 알고 있는 협회장은 왜 이처럼 중요한 것엔 모르쇠로 일관하는가. 이보다 더 중요한 당면 과제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6. 골프장 사업주는 오로지 경쟁력만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양대 협회는 회원제든 퍼블릭이든 어느 한쪽의 이익만 좇거나,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아무 대책도 없이 세월만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골프장 사주는 법적인 보호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하고, 또한 경영자협회의 구조도 즉시 바꾸고, 그런 후에는 사업주들이 오로지 상도에 입각한 ‘경쟁력’ 만으로 당당히 이익을 극대화하면, 성장 사이클에 의해 결과적으로 국가도 고객도 그 경쟁으로 인한 혜택을 공유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정부의 정책이란, ‘그린피 몇만 원 규제’같은 수준보다도 더 거시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은 모름지기 거시적 관점에서만 다루어야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7. 철학의 부재
협회도 일부 속 좁은 회원사들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에 시달려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다 큰 가치관과 철학으로 실타래처럼 얽힌 잘못된 구조를 대승적으로 모두 혁파해야 한다.


최근 협회의 무대책으로 인한 창피한 사태가 벌어진 이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선 새로운 지도자가 대의의 사명감을 갖고 등장해야 한다. 앓고 있는 대한민국 골프산업계의 고질병 해결의 첫발이 될 수도 있다. 박현규 회장 같은 철학을 가진 인물들이 그립기만 하다.


8. 업계 자체의 룰과 에티켓
이기심은 경제의 원동력이고, 기부는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다. 이러한 두 가지의 원동력을 모두가 인정하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골프산업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소위 골프 산업 스스로의 ‘룰과 에티켓’이다.


앞서 예로 든 문제들이 모두 동시에 척결이 되면 자기 이익의 목소리만 내는 개별골프장의 ‘작은 목소리’는 부끄러워 사라질 것이고, 비로소 골프 산업 전체를 진흥시키는 ‘큰 목소리’가 중심을 잡아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하리라 확신한다. 그런 방향으로 가야 사업가다운 사업가도 탄생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립다. 씽크빅이든 빅 씽크든
수전노 같은 이기심과 우물 안의 시야에서 좇던 ‘눈앞의 작은 이익’에서 벗어나자. 국제 경쟁력과 골프장 자체의 경쟁력으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래야 고객도 수혜를 입게 된다. 상도를 지키는 사업가들은 더욱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고. 업계의 환골탈태에 모두가 앞장서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기심은 경제의 원동력이고, 기부는 자본주의의 원동력임을 굳게 믿는 ‘그곳’에서는 반드시 모든 이해관계자의 만족이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Big Think’를 하는 큰 사람이 너무나 그립다. 그래서 최종 제언을 다음과 같이 하려 한다.


“혁신하려면 생각을 바꾸든지, 아니면 사람을 바꾸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