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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칼럼] 봄바람 춘풍이 ‘중풍’으로 50대 되면 3배 증가, 사망원인 4위

봄철에는 골프장 입구에서부터 도로 양옆에 늘어서 화사하게 맞이하는 벚꽃, 눈 가는 곳마다 화려한 영산홍과 철쭉, 온 산하의 야생화가 함께 더불어 봄 라운드를 즐기는 듯하니 그저 즐거울 따름이다.

그러나 봄은 또한 ‘바람의 계절’이다. 예로부터 “봄 날씨, 여자의 마음, 노인의 건강은 믿지 말라”고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봄 골프, 우습게 보지 말라”다.


WRITER 이원태

 

어느새 살랑살랑 춘풍이 부는 4월이다. 페어웨이 잔디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봄이 되면 골퍼들은 행복하다. 미스샷도 쓰리 퍼트도 양 파(더블 파)도 캐디의 환한 미소 한 번이면 이내 잊히기 때문일 것이다.

 

4월은 때로 봄바람이 거세지만 라운드를 즐기는 골퍼들의 세상이다. 하지만 춘풍의 봄바람 꽃샘추위로 인한 갑작스러운 기온 차이는 중풍의 발생률을 높인다.


중풍은 성인병의 일종
지난 주말 강원도 강릉의 ○○ 골프장에서 쌀쌀한 날씨 속에 새벽 라운드를 하던 류(49세) 씨가 티 샷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뇌 일부에 손상이 생겼을 정도로 중풍의 정도가 심각한 상태였지만, 빠른 이송 덕분에 다행히 증세가 호전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 좋아하던 골프를 더 할 수는 없는 상태라는 진단을 듣고 만다.


사실 류 씨는 평소 건강관리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최근 과로로 인한 피로를 풀고 지병인 고혈압 예방을 위해 휴가 겸 관광지를 찾았던 차였다. 라운드 도중 발생한 뇌혈관성 질환은 그야말로 불상사였다.


과거에는 노인성 질환으로만 여겨진 중풍이 요즘에는 40대도 안심할 수 없는 ‘성인병의 일종’이 됐다. 시니어 골퍼들의 건강관리에 경종을 울려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침묵의 저격수, 공공의 적
미국 저널리스트 케이티 버틀러는 〈죽음을 원할 자유〉에서 병든 아버지와 아버지를 돌보던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차라리 죽기를 원할 정도로 큰 고통을 불러온 질환이 바로 중풍인 뇌졸중’이란 점을 시사했다.

 

발병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져 남은 삶을 지옥같이 만들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지금의 5·60대가 어릴 때 어른들이 가장 무서워하던 질환인 ‘암’ 다음으로 사망원인 2위였기에 ‘공공의 적’이라고 불렀고, 이렇게 위험한 병임에도 불구하고 뇌졸중 환자의 약 70%가 뇌졸중의 초기 증상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침묵의 저격수’라고도 불렸다.

 

 

왕년에 월남전에도 참전했고, 감기 한번 모르고 70대 중반에도 골프 레슨을 하면서 ‘노장 불패’의 신화를 매일 갱신하는 이가 있다. 일명 ‘양싸부’라 불리는 국민골프교습가 양찬국(74) 스카이72 헤드 프로다. 그도 중풍으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적이 있었다.


건강을 과신한 그는 경남 통영 로열CC에서 열린 골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서부터 밤새 375㎞ 거리를 운전했다. 그게 무리가 됐는지 도착해서 라운드 중에 말투가 어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임플란트 치료 때문으로 생각하여 주치의에게 전화로 확인을 하니 “뇌졸중 전조증상 같다”며 빨리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급히 구급차로 병원 응급실을 거쳐 종합병원에 이송됐고, 뇌경색 전문치료를 받고 1주일 만에 언어장애까지 회복했다.


빠른 대응과 신속한 조치로 뇌졸중의 증상을 완치한 기억할 만한 사례다. 물론 지금은 뇌경색을 딛고 1:1 골프 레슨도, 라운드도 열심히 하고 있다.

 

 

중풍? 뇌졸중?
‘뇌졸중’은 사실 증상에 대한 용어고, 의학적 병명은 ‘뇌혈관 질환(CVA)’이다. 정확한 병명은 뇌졸‘증(症)’이 아니라, 뇌졸중(中)이다. 자칫 틀리기 쉬운 한자로 ‘뇌(腦)가 졸도하여(卒) 중풍(中風)이 왔다’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중풍(中風 palsy)’ 혹은 ‘풍(風)’이라고 하는데, 안면신경마비 등의 질환까지도 중풍에 포함하기 때문에 뇌졸중보다는 중풍의 범주가 더 넓다.


뇌졸중은 다양한 유형의 ‘마비’로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나타나는 뇌출혈’ 등의 질병을 뜻한다. 뇌로 가는 혈류가 4~6분 이상 차단되면서 뇌에 손상을 입혀 결국은 사망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뇌혈관 질환의 약 60%는 ‘허혈성’, 약 30%가 ‘출혈성’ 뇌졸중이다. 나머지 10%는 주로 만성 심장질환 환자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경우다.


‘서양의학의 아버지’라는 히포크라테스가 처음 발견한 뇌졸중은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응급질환이다. 한번 발병하면 치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후유증이 나타나서 평생 고생하면서 살게 된다. 특히 산중의 골프장 라운드에서 발병 시 빠른 응급처치가 어려워 골퍼라면 뇌졸중 ‘전조증상에 따른 대처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필수다.

 

전 세계 사망원인 2위
뇌졸중은 전 세계 사망원인 중 2위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암,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뇌혈관 벽의 선천적 결함과 혈관 벽의 퇴행성 변화라는 복합요인으로 주로 40~60세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30대에서도 발생 횟수가 늘어나 전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뇌졸중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하고 있다. 특히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뇌졸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60만 7,862명으로 이 중 50세 이상 환자 수는 59만 5,323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98%나 된다. 같은 기간 40대 환자 수는 2만 9,952명에서 50대 9만 1,335명으로 약 3배 이상 급증했다.

이 환자들은 증상 발생 후 5시간 만에야 응급실에 도착(3시간 이내 도착 47%)했다.

 

 

빠른 대처가 목숨을 살린다
조기 발견 후 신속한 치료가 늦어진 뇌졸중 환자의 18%가 사망했고, 9%는 완전히 회복됐다. 나머지 73%는 심각한 장애를 남겨 불우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뇌혈관 검진을 통한 조기진단과 예방 및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혈전 용해제 및 신경조직 보호 체계 등에 관한 치료가 활발하고, 사전 응급처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일례로 뇌경색의 경우 ‘정맥 내 혈전 용해술’ 시행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4시간 30분 이내에 사용하면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즉, 당연히 대처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발병 후 삶의 질을 높이고 다시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예방과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시니어 골퍼들도 이제는 뇌졸중 예방에 더욱 유의해야겠다.

 

 

뇌졸중 자가 증상 5가지
뇌졸중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시기는 겨울이지만, 조석으로 일교차가 큰 봄에도 위험하다. 쌀쌀한 춘풍에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높아져, 뇌혈관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히 새벽 라운드 도중 많이 발생한다. 라운드 도중 느낄 수 있는 뇌졸중의 5가지 경고 신호를 잘 기억해두자.

 

1. 라운드 도중 신체 한쪽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2. 한쪽 또는 양쪽 눈의 시각에 장애가 나타난다.
3. 춥지도 않은데 말을 잘하지 못하거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4. 페어웨이를 걸어가는데 어지럽고 걸음이 휘청거린다.
5.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긴다.


물조차 주면 안 된다
위의 얼굴 마비,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 중에서 한 가지 증상이라도 의심이 들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70% 이상이다.

 

동반자들은 즉시 ‘골든타임(3시간 이내에 병원 치료가 이루어질 때 뇌세포의 괴사를 최소한으로 막음)’을 놓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이송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이를 위해 ‘패스트(F.A.S.T.) 법칙’을 기억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 응급의료진을 기다리며 응급처치하는 경우, 구강 및 인후 근육이 마비될 수 있으므로 어떤 음식이나 음료(물 포함)도 주면 안 된다.

 


심한 부종은 뇌세포를 압박하여 파괴해서 영구적인 뇌세포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니 응급의료진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환자의 호흡과 맥박, 의식 상태를 계속 관찰한다. 환자를 이송할 때에는 구강 내의 이물질이나 타액 흡입 여부를 확인하고, 기도를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호흡이 이루어지는지 관찰해야 한다.


중풍 예방에 좋은 5가지 생활 수칙
뇌졸중 가족력이나 고혈압이 있다면 금연은 필수다.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과 섬유소가 많은 채소와 해조류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라운드에서 스트레스를 줄인다.


이미 뇌졸중을 앓고 있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은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복용을 갑자기 중단하면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에 비해 뇌졸중과 같은 질환을 겪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0대에 흡연·과음을 즐기는 비만 체형의 고혈압, 당뇨병 등 혈관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의 행동에 유념하도록 한다.


1. 금연은 필수 “흡연자의 뇌졸중 발생률은 비흡연자의 2~3배나 높다.”
2. 술은 하루 2잔만 “술을 마시고 심한 두통이 있다면 음주를 삼간다”
3. 정상 체중 유지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운동은 필수다.”
4. 올바른 식습관 “싱겁게 먹고 고단백질 음식보다 과일, 채소, 생선 등을 자주 먹는다.”
5. 건강관리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뇌졸중 치료는 시간 싸움
중풍은 발병 후 1시간 30분 이내에 치료하면 후유증이 남지 않을 가능성이 3배나 크다. 발병 후 3시간이 지나면 후유증이 남지 않을 가능성은 절반 이하가 된다.

 

따라서 ‘좋은 병원’, ‘큰 병원’을 찾겠다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응급처치 없이 환자를 이송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환자에겐 치명적인 행위다.


통계에 따르면 병원 치료가 늦어져서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 용해 치료’를 즉시 받지 못한 응급환자의 40% 이상은 병원 이송 중에 사망한다. 뇌졸중 치료 전 현장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뇌에 문제가 발생해도 즉시 사망하지는 않아서 중풍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은 경각을 다투는 ‘응급질환’이며 재발 우려가 크니 치료가 가능한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다.

 


‘나이는 숫자? 비거리도 숫자!’
평균 연령 72세의 골프를 치는 집단의 사망률(15.1%)은 골프를 하지 않는 집단의 사망률(24.6%)보다 현저히 낮았다(AHA, 미국심장협회).

 

따라서 시니어라면 더더욱 골프를 포함한 유산소운동이 필수다. ‘양싸부’ 양찬국 프로의 사례에서 보듯 뇌졸중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혈관의 탄력성’을 길러주는 운동을 꾸준히 하도록 한다.


거리에 목숨을 걸고 혈압이 갑작스레 올라가는 웨이트 트레이닝, 숨을 오래 참는 수영, 카트를 이용하는 골프를 지양하고, 가볍게 걷는 골프를 즐기자. 강한 햇볕과 고온에 오래 노출되지 않은 골프, 즉 봄철 라운드가 딱이다.


라운드 도중에는 그늘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적절한 수분 보충을 하도록 한다. 특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신념은 좋지만, 몸 생각은 하지 않고 골프 스코어나 거리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도록 한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듯 거리도 숫자일 뿐이다.


평소 중풍을 일으킬 요인이 되는 질환이 있다면 환절기 또는 이른 새벽 라운드는 삼가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식사와 금주, 금연 등 ‘이미 알고 있는 좋은 것’들을 행하자. 2015년 한 금연광고에서 나온 대사가 “폐암 하나 주세요”와 “뇌졸중 두 갑 주세요”였다.


중풍은 전형적인 ‘생활습관병’이다. 봄맞이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라운드에 임하자. 특히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3~4회 이상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찾아온 봄, ‘건강한 라운드’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라운드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