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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태의 골프장 혁신경영 교실] 코스관리의 탁월한 경쟁력 향상방안

국내 그린 키퍼의 수준이 이미 세계 최고급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팩트지만, 늘 더 높은 수준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5가지 항목으로 구분해 제시한다. 다만 그린 키퍼와 CEO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점을 서두에 강조하고자 한다.


WRITER 안용태

 

 

세계 골프계에서 한국이 1등을 하는 건 여러 가지 있지만, 잔디관리는 단연 으뜸이다.


미국의 트룬 사가 알펜시아를 10년간 위탁 경영할 때 파견된 미국인 그린 키퍼는 오히려 한국 그린 키퍼에게 배우고 가면서 용역비만 챙겼었다. 골프 선진국 미국이 한국에서 잔디관리를 배운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현장의 차이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골프장 18홀 평균 내장객은 25,000명 정도였다. 그런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익힌 그들이 평균 내장객 70,000명의 답압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한국 그린 키퍼에게 배울 점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이 정도면 만족해도 될까? 아니다. 우리는 더 높은 수준을 추구해야 하므로 향후의 과제는 여러 측면에서 산적해 있다고 본다.

 

이 과제들을 다음의 5가지 항목으로 구분해 코스관리 부문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탁월한 솔루션을 마련하고 제안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 5가지 항목을 해결하려면 그린키퍼는 물론 CEO(혹은 GM)가 나서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니 이 두 역할을 대상으로 풀이해 본다.

 


코스관리 경쟁력, 5가지 인식이 필요해
첫 번째는 ‘아기를 키우는 것과 잔디를 키우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두 번째는 ‘잔디가 죽으면 그 원인의 10~20%는 기술 부족이고, 나머지 80~90%는 의식 부족에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대체로 거꾸로 알고 있는 것이 문제다.


세 번째는 ‘코스관리비는 절감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낭비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이다. 더욱이 낭비란 절감할 게 아니라 아예 없애야 할 문제다.


네 번째는 ‘연간 코스관리계획은 전년 대비가 기준이 아니고, 잔디의 건강상태에 따른 과학적인 처방이 계획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 ‘코스관리 용역실패 시의 책임은 업체와 CEO(혹은 GM)가 완전한 공동책임이 철칙’이라는 점이다. 물론 현실은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5가지 관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잔디관리는 육아처럼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
‘아기를 키우는 것과 잔디를 키우는 것 중 어느 것이 어려운가?’

이게 질문인가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아무리 따져봐도 아기 키우기가 훨씬 더 어렵다. 말하고 싶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를 ‘특수한 노하우’로 했다고 말하는 엄마는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다시 질문이다. 그린 키퍼들은 왜 잔디관리가 특수한 노하우라고 주장할까?
아기를 키우는 데는 모든 가족이 도와주고 있고, 모르면 물어볼 곳이 있고, 아프면 갈 병원이 있다. 잔디는 거의 반대다.


관리를 맡은 코스부서 외에는 걱정하는 사람과 도와주는 사람이 거의 없이 남 일이다. 그린 키퍼는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니 물어볼 줄도 모른다. 아프면 치료를 해야 하는 건 사람이나 잔디나 같은데 병이 나면 쉬쉬하고 의사를 찾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잔디관리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되레 그걸 ‘노하우’라고 우긴다.


모든 골프장이 그런가 하면 정반대로 마치 아기를 키우듯 잔디관리를 잘 하는 골프장도 있다. ‘썬힐’이다. 그들은 잔디를 딱 육아하듯 한다. 모든 임직원이 전사적으로 함께 잔디를 관리한다. 그린 키퍼 직무를 잔디관리 경험이 전혀 없는 시설팀과 경기과 출신의 두 사람이 10여 년 이상 교대로 맡아 수행했음에도 여전히 관리가 매우 잘 되고 있다.

 

혹자는 진짜냐고 되묻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썬힐의 이 방식을 최상책으로 볼 수는 없지만, 필자는 ‘차선책’으로도 보란 듯 성공한 사례로 꼽는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코스부서보다는 골프장의 CEO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현장의 CEO 대부분은 전통적인 잔디전문가에게 “당신이 책임지고 하라!”고 할 줄만 안다. 사고가 나면 벌주는 데만 혈안이 되고.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경쟁력은 실종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말미에 언급하기로 하고, 두 번째로 넘어가 보자.

 


지식 부족으로 잔디가 죽나? 의식을 바꿔라
‘잔디가 죽으면 그 원인의 10~20%는 기술 부족이고, 나머지 80~90%는 의식 부족에 있다.’ 문제는 이걸 거꾸로 알고 있다는 데서 시작된다. ‘잔디관리는 특수한 노하우’라고 생각하는 집단은, 앞서 언급한 ‘아기 키우기와 같다’는 의식이 없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우리 한국의 경우, 똑같은 골프장의 잔디를 키워오기를 벌써 120년이나 해왔다. 굳이 ‘노하우’라고 말할 문제가 아닐 정도로 긴 역사다. 잔디관리에 있어 ‘지식’ 문제는 현장에서 구구단에 불과하다. 이제는 잔디의 관리지식도 특용작물 키우기 정도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잔디가 죽는 데에는 관리 지식문제보다 ‘신입 직원에 대한 지도 부족’, ‘식물의 생명에 대한 임직원들의 마음가짐’, ‘정규·비정규직 간의 갈등(떠넘기기)’, ‘지원부서의 진실된 지원의 부족’,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늘 탓, 남 탓’ 같은 의식 부재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


골프장 CEO가 이 점을 고찰해 집중적인 분석과 지도에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선제적인 관리를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코스관리비 절감? 낭비를 제거하라
‘코스관리비는 절감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낭비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이때 ‘낭비’라고 여겨지는 게 있다면 절감이 아니라 아예 ‘제거’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그럼 어떤 낭비를 줄여야 할까?


이 지점에서 꽤 많은 이들이 인건비를 떠올린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골프장에 기술자는 극소수면 되고, 기능을 아는 사람은 다수가 필요한데, 각각의 기준을 초과하거나 모자라는 T/O가 있다면, 없애거나 보태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낭비 중의 최고 낭비는 잔디관리에 대한 부족한 의식에서 오는 낭비다.


앞서 예로 든 그릇된 의식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잔디는 해마다 반복해서 죽게 될 것이고, 습관적이고 관행적인 변명 외에는 얻을 게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모르는 CEO는 평소 눈앞에만 보이는 병들거나 죽은 잔디를 두고 아주 작은 미세한 부분만 건드리고, 아주 큰 의식세계의 문제점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 다반사다. 결국,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CEO의 의식체계가 첫 번째 문제가 되고, 이러한 의식의 낭비는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작년 이맘때? 작년의 잔디는 이미 지나갔다
연간관리계획은 전년 대비가 기준이 아니고, 잔디의 건강상태에 따른 과학적 처방이 계획이 반영되어야 한다.

 

전국 골프장 대부분은 항상 전년 대비 숫자에 목을 맨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또다른 낭비를 유발한다. 장기입원 중인 부모님이 계신다면, 올해 병원비 예산은 전년 대비를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고, 건강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정해야 옳다. 부모님의 건강상태는 도외시하고 전년 대비가 어떻고를 따지는 건, 수치적 목표로서의 가치가 없다.


과학적인 진단이 먼저다. 지난해 실패에 대한 대책을 깊이 파헤쳐 제대로 진단했는지가 해답이 된다. 이런 과정의 합리성을 잘 이해하고 리드하지는 못하면서 지금도 ‘전년 대비’만 부르짖고 있는 CEO가 있다면 그것이 제일 큰 문제다. 아마도 전국 골프장의 90%는 이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필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전한다.

 


용역실패? 업체와 CEO 공동책임
코스관리용역 실패의 책임은 업체와 CEO가 완전한 공동 책임이다.


이건 대단한 솔루션 같은 게 절대로 아니다. 아주 기본적인 용역 운용의 철칙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코스관리를 직영으로 할 때 잔디가 죽으면 CEO가 책임을 지는데, 용역을 줬을 때는 이상하리만치 업자만의 책임으로 전가된다. CEO는 은근슬쩍 발을 빼고, 업자책임이라 주장했으니 업체를 바꾼다.

 

직영 시에 CEO가 해당 책임을 진 사례들과 비교해 보면 비겁하다고 느낄 정도다. 원칙이 없으니 미래도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막막할 노릇이다.

 

필자가 여러 매체를 통해 여러 번 주장하듯 용역의 정확한 개념은 ‘인센티브가 있는 직영’이다. 용역사를 선택한 사람도 CEO고, 그들을 부린 사람도 CEO다. 발뺌이란 상상도 할 수 없는 행태임에도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쯤되면 그런 CEO를 채용한 오너를 지적해야 한다. 실제로 이 대목은 특히 오너가 명확히 알아야 할 문제다. 직영이나 용역, 정규직이나 비정규직, 회원이나 비회원 어떤 경우이든 골프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관리는 마땅히 CEO의 관리책임이다.

 

직영이든 용역이든 CEO의 책임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CEO가 용역 핑계로 변명을 한다면 그 CEO의 자격과 재신임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것을 조언한다.

 


코스관리의 완성은 모든 임직원의 의식 개선
이 다섯 가지의 과제가 해결된다면, 코스부서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정립되며 골프장에서의 위상이 달라진다. 조연이 아니고 주연으로 말이다. 즉 코스부서가 회사수입 대부분인 ‘그린피’라는 매출 발생부서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또 그린 키퍼에게 권한과 책임의 균형을 인지시키면서 매출 가득율에 따라 그들의 연봉을 결정하는 아주 신선한 인사 경영의 모델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덧붙여, 마지막으로 코스관리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목표가 하나를 딱 제시하고자 한다. 꼭 달성해야 ‘스타급 골프장’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코스관리의 완성은 사실, 잔디가 결코 죽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코스관리의 완성은 의식세계, 전통, 사풍(社風)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잔디가 죽은 것에 대해서는 모두 다 용서할 수 있지만, 그 진짜 원인을 알지 못하면 누구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사풍을 완성시켰는지가 진짜 과제이자 골프장 경영의 목표다.

 

이룰 수 없는 사풍 아니냐고?


한국골프장업계에 수많은 인재를 배출시킨 안양골프장에서 ‘인재 헌법 제1조’로 가르치신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펼친 용병술의 핵심 노하우다. 삼성그룹과 여타 그룹과의 차이이자, 삼성이 세계와 어깨를 겨루는 글로벌스탠다드가 될 수 있던 원동력이다.

 

이 목표를 달성한 골프장의 그린 키퍼라면 우리 잔디 업계의 최고의 스타가 될 것이며, 스카웃 1순위의 인물이 될 것이다. 아니 그런 인재라면 아예 CEO로 발탁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런 골프장이 더 많이 등장한다면 우리나라의 골프 산업 경쟁력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