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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마켓의 목소리] 실질 유동성과 금리 인상 중단 이후의 전망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울지도 않고 있는데, 기대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 연준이 먼저 ‘울지도 않는 애 떡 주기’를 할 이유는 없다.

 

현재 미국의 ‘장·단기금리차 역전’만 보면, 미국은 경기 침체를 앞둔 것으로 해석되나, ‘미 국채 2년과 기준금리 역전’에서 확인된 건 아직 ‘침체를 단언할 수준’보다는 무난한 ‘완화 전환을 기대할 수준’ 정도로 판단된다.


WRITER 김주신

 

실질 유동성의 의미
역사적으로 보면 1970년대에 실질 유동성의 중요성이 컸다. 실질 유동성의 증감에 따라 경제의 방향이 결정됐고, 이를 반영해 주식시장이 움직인 시기였다.


실질 유동성은 명목 유동성에서 인플레이션 효과를 차감한 것이다. 이는 전체 유동성 중 물가 상승에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경제주체가 실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통화량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실질 유동성의 영향력
실질 유동성은 밀턴 프리드먼과 안나 슈워츠의 연구에 의해 경제 및 금융의 영향력이 입증된 바 있다. 만약 명목상 시중에 풍부한 자금이 있더라도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 물가 상승에 자금 대부분이 흡수되면서 실제 경제활동에 사용되는 자금은 줄어든다.

 

실질 유동성이 감소하는 것이다. 이후 제반 경제 상황은 악화한다.


반대로 명목상 시중의 자금이 줄어드는 듯 보일지라도 물가가 더 빠르게 내려오면, 물가에 흡수되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에, 실제 경제활동에 사용되는 자금은 늘어난다.

 

실질 유동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후 제반 경제 상황은 개선된다.


실질 유동성 증가율은 역대 최저
현재 측정되는 실질 유동성 증가율은 역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직전까지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이 만연했던 탓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실질 유동성의 반전 여지는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준이 2022년 2분기부터 진행했던 양적 축소는 최근 들어서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뱅크런 관련 문제가 불거지며 통화 정책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한편 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을 정점으로 지금까지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완연한 ‘디스인플레이션’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하면 향후 실질 유동성은 증가율 기준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긴축의 후반부, 금리 인상도 마무리?
주요국 긴축 사이클도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작년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파이팅에 ‘올인’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인플레이션, 금융안정, 경제성장 3가지 리스크를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기다. 연말로 갈수록 정책의 초점은 인플레이션보다는 금융안정과 성장 쪽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다만 국가별로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 정도의 차이로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지역이 있는 반면 추가 인상이 필요한 지역도 있다.


주요 선진국 중 인플레이션 억제에 필요한 긴축이 가장 많이 진행된 국가는 캐나다이며, 미국이 그 다음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지난 1월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약 4개월째 동결 중이다.

 

캐나다와 더불어 충분히 상승한 미국의 실질정책금리는 지난주 FOMC 이후 금융시장이 추후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을 예상하는 주된 배경이다. 한국도 현재 근원인플레이션을 적용한 실질정책금리는 –0.5%로 캐나다, 미국 다음으로 높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중단 근거다.


이번 미 기준금리 중단 시기는 핵심물가 기준금리가 맞닿을 때로 예상됐는데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는 5.00%~ 5.25%가 됐고, 4월 핵심 물가지수는 5.5%를 기록했다. 따라서 곧 금리 인상의 마무리 국면에 도달할 듯하다. 시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본다.


금리 인상 중단된 후 시장은?
한편 금리 인상 중단 이후 시장에 미치는 정책의 내생적 효과와 외생적 이벤트의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불거지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재료들이다. 적어도 2분기 안에 정책대응에 따라 하반기 미국 실물경제까지 좌우할 이슈로 판단된다.

 

퍼스트 리퍼블릭이 파산에 이르면서,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위험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JP모건이 백기사로 나서면서, 다이먼 회장은 ‘이번 은행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5월 2일 미국 메이저 은행주가 마저 하락하면서 불안 심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이후 큰 금융기관은 아직 추가 잡음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5월 FOMC에서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난 이후 통화 정책 긴축 스탠스에 대한 기대가 바뀌지 않으면, 후속 희생자가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은 금리 수준이다.


남은 변수는 부동산 불안·부채한도 협상
최근 불안 심리가 다소 주춤하긴 했으나, 상업용 부동산 관련 잠재적 불안도 은행 파산과 실물경제를 연결하는 고리다.


주택 관련 지표들의 경우 최근 1년 이상 재고조정 과정을 통해 지표들의 개선 양상을 보여주고 있으나,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재고조정 과정이 부재했다. 미국 핵심 상업용 부동산 투자지역 공실률이 두 자릿수, 심지어 20%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국내 해외 대체투자자들의 긴장감까지 높이는 상황이다.


또 한 가지 남은 변수는 X-date 부채한도 협상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까지는 합의점을 찾고 있으나, 방식에 대해서는 정반대 입장(부자증세 vs 복지축소)으로 충돌하고 있다. 최악이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임의한도 상향’까지도 거론 중이다. 옐런 장관의 “6월 1일 X-date가 당겨질 수 있다”는 발언을 염두에 두면, 현재 미국 단기금리의 움직임의 민감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현재 펀더멘털과 주요 정책·금융시장 환경은 애매한 상황이다. 경기는 침체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닌 듯 보이지만 전반적인 탄력 둔화는 진행형이다. 물가는 정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통화 정책 긴장감을 유도 중이다. 이 때문에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긴축의 고삐를 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