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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과 분노가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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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원칙과 상식을 어긴 데 대한 국민 심판이다

 

 4.7 보궐선거로 서울시장에 오세훈, 부산시장에 박형준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서울 58.2%, 부산 52.7%였다. 후보별 득표율은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57.5%, 박영선 39.2%다.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 62.7%, 김영춘 34.4%다.
서울에선 25개 구(區) 모두 오세훈 후보가 이겼다. 부산 16개 구(區)도 박형준 후보가 이겼다. 완벽한 승리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오세훈도 박형준도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자신들이 잘 나거나 공약이 좋아서가 아니다. 현 정권에 분노한 민심 덕분에 이긴 것이다.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유권자의 분노가 폭발한 선거다. 그동안 쌓여왔던 울분과 분노가 이번 선거를 통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는 개별 후보자를 보고 투표한 선거라고 할 수 없다. 현 정권의 실정(失政)과 무능, 파렴치(破廉恥), 내로남불, 오만, 독선, 반칙, 불공정, 폭주에 대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투표라는 민주적인 절차로 심판을 내리기는 했지만 거의 민란 수준이다. 민란이 무엇인가. 백성들이 폭정에 견디다 못해 일으킨 폭동이나 소요사태, 봉기다. 그만큼 세상은 어지럽고 살기 어렵다는 뜻이다. 

자고로 정치는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게 최고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많은 국민들은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 정권이 하는 일마다 말썽을 일으킬 정도로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권이든 원칙과 상식에 맞게 일을 하면 큰 반발은 없다. 그걸 무시하기 때문에 탈이 난다. 이 정권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집권한 정권이라면 무언가 달라야 한다. 그게 국민들의 여망이자 염원이었다. 촛불혁명은 바로 그 여망과 염원의 표상이었다. 그런데 이 정권은 그런 여망과 염원을 저버렸다. 자신들이 촛불혁명세력이라고 하면서 국민들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인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울분과 분노가 쌓일 수 밖에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4년 안팎 그런 일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국회 180석을 얻은 후로 현 정권은 아예 제멋대로다. 법을 제마음대로 만들고 나라빚이 쌓이든 말든 퍼주기에 몰두한다. 국민세금을 제 돈인양 물 쓰듯 한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을 제 식구로만 채운다. 자신들이 저지른 탈법, 위법, 부정, 부패 혐의엔 제대로 수사도 못하게 인사 전횡을 한다. 
원칙도 없고 상식도 없다. 일말의 양심도 없는 행위를 하면서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조폭과 다름 없다. 도덕과 예의는 사라진지 오래다. 무소불위(無所不爲), 딱 그대로다.

일각에선 ‘LH사태’로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한다. 일리는 있지만 정확한 분석은 아니다. LH사태 뿐만 아니다. 이미 그 이전에 국민들을 돌아서게 한 일이 너무도 많았다. 구체적으로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박영선 후보는 이번 선거 기간에 입만 열면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관련으로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부쳤다. 그러나 정작 거짓말은 더불어민주당이 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곳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기고 당헌 당규를 졸속으로 뜯어고쳐 후보를 내보낸 것보다 더 큰 거짓말이 어디 있는가. 듣기도 민망한 말을 왜 그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는지 참 낯이 두껍다. 더군다나 민주당 소속 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발단이 돼 치러지는 선거가 아닌가. 안 써도 될 선거비용 824억 원을 축 낸 게 누구인가.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이번 선거가 없었더라면 현 정권이 과연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이런 민심을 모르고 계속 제멋대로 행동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앞으로 20년을 더 집권...” 운운하지 않았는가.

이번 선거를 두고 보수가 이겼느니, 진보가 졌느니 하는 얘기도 있지만 그건 참 철 없는 소리다. 요즘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표를 주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또 우리 사회에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있기는 한가. 
흔히 정치인들은 보수와 진보를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써 먹는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보수나 진보를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도 없거니와 보수나 진보가 그렇게 딱 2분법적으로 나눠질 일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원칙과 상식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어떤 일이든 원칙과 상식이 무너지면 사람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기 어렵다. 국가 운영도 마찬가지다. 어떤 정책을 펴든 원칙과 상식에 맞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다. 
최근에 불거진 ‘LH사태’는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대표적 사례다. 그러니 국민들이 격앙한다. 현 정권도 남은 임기를 제대로 마무리 하려면 원칙과 상식에 따라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여당도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겼다고 우쭐되거나 졌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국민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 한다. 국민들이 입을 닫고 있다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때로는 정치인이나 위정자보다 더 냉철하고 합리적인 국민들이 많다.
언제, 어느 때고 원칙과 상식에 따라 행동하라. 그러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올 것이다. 그게 야당이든 여당이든 말이다. 그게 진리다. 내년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