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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승에 목말라 하는 이름 없는 골프선수들을 위하여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반드시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길

KPGA 코리안투어 'SK Telecom Open 2018' 최종일인 5월 20일 인천 영종도 SKY72 GC 하늘코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 2차전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고 난 후 권성열이 기쁨에 겨워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프로 중에서 평생 우승 한 번 못해 보고 사라지는 선수들은 부지기수(不知其數)다. 특히 1부 투어인 코리안투어와 정규투어에서 우승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어떤 선수들은 루키(ROOKIE·신인) 시절 우승을 하기도 하지만 역시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렇지 못하다. 루키 땐 말할 것도 없고 5년차, 10년차가 돼도 우승은 고사하고 우승권에 한 번 들지도 못하고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예도 많다.
일부 뛰어난 선수들이 우승을 여러 번 하면 할수록 우승을 못하는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더 늘어만 간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누군 몇 십승을 하는 동안 누군 1승도 못한다.
기록을 보면 남녀 통틀어 국내에선 최상호(63)가 43승으로 단연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챔피언스투어(만 50세 이상 참가) 25승을 합하면 통산 68승이다. 이 기록은 앞으로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타이거 우즈 같은 골프 천재가 한국에서 나타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지금으로선 말 그대로 ‘넘사벽’이다.
여자골프에선 고 구옥희와 신지애(30)가 각각 20승을 올렸다. 그 뒤를 고우순(17승)이 잇고 있다.
신지애는 2005년 아마추어로 참가해 우승했던 ‘SK 엔클린 인비테이셔널’까지 더하면 21승이다. 2007년 한 해에만 10승을 올렸다. 신지애는 미국 LPGA 11승, 일본 JLPGA 18승, 여자유러피언투어(LET) 6승 등 프로 통산 51승을 기록 중이다. 그는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여자골프 랭킹 1위에 올랐고 세계 4대 투어(한국, 미국, 일본, 유럽)에서 우승한 최초의 한국 여자선수이기도 했다.
이렇게 최상호와 신지애처럼 우승을 밥 먹듯 하는 선수도 있는 반면 평생 우승 한번 못하고 무대 뒤로 쓸쓸히 사라진 선수들은 수도 없이 많다.
스포츠가 대부분 그렇듯 골프 역시 프로 세계의 경쟁은 엄청나게 심하다.
한국의 경우 남녀 구별없이 투어 프로가 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프로라고 누구나 투어 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 중의 프로, 그 가운데서도 가장 잘 나가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 투어 프로의 세계다. 투어 프로 중에서도 실력이 가장 출중한 선수들이 모인 곳이 1부 투어다.
국내에는 골프 프로 자격증을 주는 협회나 단체가 몇 군데 있다. 그 가운데서 가장 신뢰 있고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 바로 KPGA와 KLPGA다.
KPGA 코리안투어와 KLPGA 정규투어라고 하면 국내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현역 선수 남녀 각각 1백 20명 안팎이 모여 우승을 다투는 대회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 대강 어떤 수준의 대회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대개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10년 혹은 20년 넘게 줄곧 골프를 쳐온 선수들이 그동안 닦은 기량과 경험으로 자웅을 다투는 대회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당사자가 아니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골프는 강한 멘탈(정신력)을 요구한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멘탈이 약하면 마지막에 무너지고 만다.
현역 세계 최고의 여자 골프 선수 중 한 명인 박인비가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며 훌륭한 선수로 꼽히는 것도 그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정신력이 무너지지 않고 자기만의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반면 많은 선수들이 사나흘간 벌어지는 대회에서 마지막 날 멘탈이 무너져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5월 20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SK 텔레콤 오픈 2018’ 최종일 경기는 골프에서 생애 첫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 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이날 최이삭(37)은 함정우와 공동선두로 한 타차 김준성과 함께 마지막 팀으로 출발해 16번홀까지 1타차 선두를 달렸다. 17번홀(파4)과 18번홀(파5)을 파(Par)로 마치면 한 타차 우승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17번홀에서 일어났다. 최이삭이 우드로 친 티샷이 훅이 나면서 왼쪽 러프로 빠져 벌타를 받고 그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는 바람에 졸지에 선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앞 팀에서 친 권성열(32)과 류현우(36)는 이미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친 상태였다. 최이삭이 18번홀에서 버디를 하면 연장전에 합류해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버디 퍼트는 실패했고 그는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5월 16일 결혼기념일 10주년이었던 최이삭은 아내에게 우승컵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가 17번홀에서 왜 티샷을 안전하게 보내지 못했는지 지금도 기자는 의문이다.
연장전은 권성열과 류현우간 싸움이었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 류현우는 서드샷으로 공을 핀 1.5m에 붙여 버디 기회를 맞았으나 아깝게 놓쳐 2차전으로 넘어갔다.
두 선수 모두 서드샷으로 공을 핀 가까이 붙이지 못했으나 홀에 좀 더 가까웠던 권성열이 6m 버디 퍼트에 성공했다.
공이 홀로 들어가자 권성열은 무명 시절 겪었던 설움과 울분을 토해내며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두 손을 들어올려 포효(咆哮)했다. 얼마나 고대하고 고대하던 우승이었던가.
그 순간 그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기쁨과 환희를 느꼈을 것이다.
2013년 투어에 데뷔해 6년 차가 됐지만 이번 우승 전까지 작년 ‘티업 지스윙 메가오픈 presented by 드림파크CC’에서 거둔 공동 5위가 최고 성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상금으로 2억 5천만원을 받았다. 그가 이 대회 전까지 6년간 59개 대회에 나가 받은 1억 4천여만원보다 훨씬 많았다. 우승은 그런 것이다.
바라건대 앞으로 ‘제2의 권성열’이 더 자주 나오기를 염원한다. 오늘도 우승에 목말라 하는 이름 없는 선수들이여 부디 힘내시라. ‘뜻 있는 자에게 길이 있다’고 했느니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