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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와 이민우

한국계 남매가 세계 골프를 주름잡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민지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이민지(22)와 이민우(20)는 두 살 터울 남매다. 이민지는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프로 골프선수다. 남동생 이민우는 현재 호주 아마추어 국가대표다. 남매는 호주 국적에 한국계다. 부모가 1996년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갔다. 아버지는 이수남, 어머니는 이성민 씨다. 둘 다 체육인이다. 이수남 씨는 경희대 체대 출신으로 2003년 호주 포트 케네디 골프장 클럽 챔피언을 지냈다고 한다. 이성민 씨도 1990년대 초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프로를 준비하던 지망생이었단다.

부모 덕에 남매는 어릴 때부터 수영과 골프, 태권도, 농구 등 여러 스포츠를 경험했던 모양이다. 운동에 관한한 우수한 유전자(DNA)를 물려받았을 터다.

기자는 수년 전 중국 해남도 해구(하이난성 하이커우)에 있는 미션힐스골프장에서 당시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골프대회에 참가 중이던 이민지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날도 대회가 끝나고 이민지가 호텔 뒤편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마침 대회 취재를 위해 그곳에 머물던 기자도 일행과 함께 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 수영장 밖에서 딸을 기다리던 이성민 씨를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눴다. 이 씨는 아주 예의바르고 겸손했다. “민지가 아직은 어리고 경험이 없지만 열심히 할 거예요. 잘 좀 봐주세요.” 그녀의 태도는 아주 진지했다. 잠시 후 이민지도 수영장에서 나와 인사를 했다. 티 없이 밝고 환한 얼굴에 순수하고 상냥했다. 그때 기자는 이민지가 꼭 성공한 선수가 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아니 성공하기를 바랐다. 저런 마음씨 고운 선수가 꼭 성공했으면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민지는 그 후 L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2015년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2016년엔 롯데챔피언십과 블루베이 LPGA에서 잇따라 우승한 것이다. 작년 우승을 하지 못했던 이민지는 일요일인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했다. LPGA 투어 통산 4승째다. 마침 이날은 자신의 생일이었다.

이민지는 아마추어 선수시절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뉴질랜드 국적의 한국계 리디아 고(본명 고보경 · 21)와 세계 여자아마추어 쌍벽을 이루던 사이였다. 그는 2012년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2013년과 2014년 호주 여자아마추어 챔피언을 지냈다. 또 2014년엔 호주 여자프로골프협회(ALPGA) 투어 ‘the Oates Victorian Open’에서 아마추어선수로 참가해 우승하기도 했다. 인터내셔널크라운을 제패한 유일한 아마추어선수이기도 했다. 2014년 일본에서 열린 아마추어 팀 챔피언십에서 호주팀을 우승으로 이끈 후 그해 9월 프로로 전향했다. 그는 2014년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러 공동 16위를 기록했다.

LPGA 루키(ROOKIE 신인)이던 2015년 그는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이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호주 국가대표로 참가해 공동 7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민지는 29일 현재 세계골프 여자랭킹 8위다. 그동안 LPGA 투어에서 벌어들인 총상금이 369만 1,690 달러다. 올 들어서만 62만 8,726 달러를 받았다. 올해 받은 상금액으론 전체에서 4위다.

LPGA 투어 데뷔 이후 참가한 대회에서 톱10에 31회 올랐고 올해는 벌써 6회나 들었다. 6회 중 4회는 톱5 이내였다. 그는 올해 11개 대회에 참가해 한번도 예선 탈락한 적이 없다. 대회 평균 타수도 두 대회를 빼곤 모두 60대 타수였다. 나머지 두 대회는 70.250과 73.20이었다. 한 대회만을 빼고 모든 대회에서 언더파를 쳤다는 뜻이다.

올해 그의 평균 타수는 69.56으로 LPGA 투어 내 4위다. 그만큼 이민지는 지금 기량과 컨디션이 최고조에 올라 있다.

이민지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LPGA 투어 TV 중계방송을 보면 그가 찡그리거나 화내는 모습을 볼 수 없다. 큰 무대에서 뛰려면 부담이 클 텐데도 그는 늘 밝고 미소 띤 얼굴로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이민우(사진: 연합뉴스 제공)

이민우는 지난 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국내 골프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스폰서 추천 선수로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183㎝나 되는 큰 키에 후리후리한 몸매, 앳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이민우는 이 대회에서 공동 15위를 기록했다. 아마추어로선 아주 우수한 성적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엄청난 장타력을 보여줬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300m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같은 조에서 경기하던 투어 프로들이 주눅이 들만큼 힘이 좋았다. 18번 파5 홀에선 가볍게 투온으로 버디를 잡기도 했다.

그는 올 연말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 뛰는 게 꿈이라고 한다. 그의 꿈이 이뤄진다면 PGA 투어에선 이민우가, 그리고 LPGA 투어에선 이민지가 함께 뛰게 된다.

한국계 남매가 세계 골프를 주름잡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기대가 크다. 남매의 승승장구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