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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LPGA 투어 200승 ?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우승한 미국 교포 선수 애니 박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지난 611(미국 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스톡턴시뷰 호텔 앤드 골프클럽(71)에서 끝난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뉴욕 출신 미국 교포 애니 박(한국명 박보선·23·사진)이 우승하자 국내 언론에선 '한국계 LPGA 투어 200'이란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 분량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요지는 "고 구옥희가 지난 1988328LPGA 투어 스탠더드레지스터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후 30년만에 한국계 선수들이 200승을 거뒀다""코리안 (우먼)파워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계란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들과 교포 선수를 합해서 이르는 말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한국 국적 선수가 167, 교포 선수들이 33승을 기록했다. 박세리 25승을 비롯해 박인비 19, 신지애 11, 김미현과 최나연 각 8, 김인경 7, 박지은 한희원 김세영 각 6... 등 한국 국적 선수들의 승수 167승에 뉴질랜드 국적의 리디아 고(한국명 고보경) 15승을 비롯해 여러 교포 선수들의 승수 33승을 합산해 200승으로 계산한 것이다.

기사를 쓴 기자의 입장에선 교포 선수들이 한국과 뗄 수 없는 여러 관계나 인연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썼을 것이다. 예컨대 교포 선수들은 대개 부모가 한국인이고 한국에 친인척이 있다. 또 때로 한국식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한국인 피가 흐르고 있으니 국적이 어디든 속은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LPGA 투어 대회 중계방송을 볼 때도 교포 선수들이 잘 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감정을 누구나 한번 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또 일부 교포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 언니 동생처럼 각별하게 지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교포 선수들의 승수를 합해 한국계 200승이라고 한 기사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사에 달린 댓글은 의외로 비판적인 내용이 많다.

일부 독자들은 말도 안되는 기사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한국계라고 하는 그들에게 우리가 해준 게 무엇이 있으며, 그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느냐?"고 하는 내용에서부터 "리디아 고나 미셀 위(한국명 위성미), 크리스티나 김(한국명 김초롱)이 한국계라면 타이거 우즈는 아프리카계나 태국계냐?"는 댓글도 있다.

심지어 "더 이상 이런 억지성 기사를 쓰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협박성(?) 댓글도 있다.

따지고 보면 네티즌들의 비판이 일리가 있다. 논리적인 측면에선 더 합리적인 주장이다.

리디아 고는 어디까지나 뉴질랜드 국적이다. 지난 2016년 여름 브라질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도 뉴질랜드 대표선수로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물론 그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한국의 박인비가 차지했다. 한국계 LPGA 200이란 연장선상에서 보면 리우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과 은메달은 한국계가 차지한 것으로 된다.

과연 그럴까?

사실은 아니다. 금메달은 한국, 은메달은 뉴질랜드의 것이다.

과거 미셀 위나 크리스티나 김이 미국과 유럽의 여자 프로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Solheim Cup)에 출전했을 때도 그들은 엄연히 미국 대표선수였지, 한국계 대표선수는 아니었다. 미국팀이 우승했을 때도 그들은 태극기가 아니라 성조기를 들고 환호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호주 국적인 이민지가 한국(KLPGA)과 일본(JLPGA), 호주(ALPG),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프로가 참가하는 더 퀸즈(The Queens)’대회에 호주 국가대표로 나오지, 한국계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같은 대회에 노무라 하루(한국명 문민경)가 출전한다면 일본 대표이지, 한국 대표로 나올 수는 없다. 노무라 하루는 아버지가 일본인,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1992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서울로 와 2011년 명지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년간 한국에서 살았다.

노무라 하루는 KLPGAJLPGA, ALPG, LET 투어에서 각각 1승을 올렸다. 미국 LPGA 투어에서도 3(2부인 시메트라 투어 1승은 별도)을 거뒀고 현재 미국에서 선수로 활동 중이다.

그렇다면 노무라 하루의 3승은 한국계 우승에 포함시켜야 할까, 제외시켜야 할까

노무라 하루 (한국명 문민경)

그는 일본 국적이지만 한국계 교포 선수 어느 누구보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 하고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한국 선수들과도 주니어 시절 운동을 함께 했다. 미국과 호주에서 태어난 미셀 위나 이민지보다 훨씬 한국을 잘 알고 한국에 대한 추억이나 애정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의 승수를 한국계 승수에는 합산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앞으로 기자가 기사를 쓸 때는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서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요즘 골프팬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골프에 대한 관심도 많고 열정도 대단하다. 나아가 똑똑하다. 주관도 딱 부러진다. 골프팬들이 비판하는 기사라면 기자 입장에선 되새겨봐야 한다. 그래야 기자도 발전한다.

양약(良藥)은 고구(苦口)이나 이어병(利於病)이요, 충언(忠言)은 역이(逆耳)이나 이어행(利於行)”이란 명구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