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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명품 골프 한류로 키워나가자

-대회 역사, 출전 선수, 우승자, 코스 세팅, 대회 운영 단연 돋보여

우정힐스CC 18번 홀 전경. 이번 대회 알림판이 연못에 설치돼 있다.

[목천=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가 올해 61회를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다. 'KPGA선수권대회'와 연륜이 같다. 1958년 시작한 이래 매년 한 번도 걸러지 않고 열리고 있다. 1회 대회는 1958년 9월 11~14일 옛 군자리(현 서울시 광진구 능동)에서 열렸다. 당시 서울컨트리구락부 이순용 이사장과 한국 최초의 프로골퍼 연덕춘이 프로 육성을 위해 만든 것이었다. 1회 대회에는 미국에서 초청한 선수 등 11명이 나왔다. 우승은 미국인 무어(Moore)가 했다. 2회 대회엔 28명이 참가했다. 그 이후 1962년에는 아마추어부 시상을 따로 해야 할 정도로 참가자가 늘어났다.

1958~1965년 서울컨트리구락부에서 주관하던 한국오픈은 1966년 (사)한국골프협회(현 대한골프협회)가 정부 승인을 받으면서 주최권을 넘겨받았다. 1970~1981년 아시아골프서킷대회를 겸해 아시아 골프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1985~1987년엔 여자부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여자골프 육성을 위해서였다. 1990년부턴 코오롱그룹이 메인 스폰서로 나섰다. 지금은 돌아가신 이동찬 전 회장이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 전 회장이 우리나라 마라톤 육성을 위해서 아낌없이 지원한 일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전 회장은 골프에 대한 사랑도 각별했다. 지금의 우정힐스골프장이 명문 골프장이 된 것도 이 전 회장의 정성 덕분이다. 이 전 회장의 뜻을 이어 받은 이웅열 현 코오롱그룹 회장은 한국오픈을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명성에 걸맞게 키워가고 있다. 2007년 50회 대회부터 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3억 원으로 늘렸다. 지금은 총상금이 12억원이다.

출전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코오롱이 메인 스폰서가 된 이후 세계의 내로라 하는 유명 선수들이 초청을 받아 한국오픈에 출전했다.  닉 팔도, 폴 로리, 세르히오 가르시아, 존 댈리, 로라 데이비스, 레티프 구센, 버바 왓슨, 앤서니 킴, 이안 폴터, 대니 리, 로리 맥길로이, 리키 파울러, 비제이 싱, 이시카와 료, 어니 엘스, 통차이 자이디 등이 한국오픈을 거쳐갔다. 해외에서 활약 중인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 김경태, 강성훈, 김승혁, 이경훈 등 해외파들도 바쁜 해외 일정 속에 한국오픈에 참가했다. 올 대회에도 양용은, 배상문, 케빈 나(나상욱) 등 해외파와 재미교포 선수가 출전했다. 올부터는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최로 열려 상금 톱 랭커인 라힐 간지(인도) 등 아시안투어에서 뛰는 우수한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우승자도 기라성 같다. 한장상이 7회로 최다승자다. 한장상은 7~10회, 13~15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한장상은 1972년 한국오픈과 일본오픈을 동시 석권해 아시아 최강 프로골퍼로 명성을 날기도 했다. 또 무디(미국)를 비롯 김승학, 스코트 호크, 최윤수, 최경주, 김대섭, 양용은, 배상문, 이경훈이 2회 이상 우승했다. 특히 김대섭은 아마추어 때인 41회와 44회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군 복무 후 프로로 참가한 55회 대회에서 세 번째 우승한 진기록을 세웠다. 최상호, 염세운, 조호상, 이강선, 곽유현, 조철상, 한영근, 권영석, 김종덕, 강성훈, 김승혁, 장이근 등이 1983년 이후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최상호는 26회 대회 우승과 다섯 번의 준우승으로 최다 2위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선수 중엔 리키 파울러, 비제이 싱, 에드워드 로어, 존 댈리, 세리히오 가르시아, 통차이 자이디, 마이크 커닝, 노구치, 스콧 호크(2회) 등이 1990년 이후 우승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가운데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2002년 한양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45회 대회에서 23언더파 265타를 쳐 지금까지 이 대회 72홀 최저타 신기록을 갖고 있다.

2003년 제46회 대회에선 존 댈리와 로라 데이비스간 남녀 장타자 성대결이 펼쳐저 관심을 모았다. 댈리는 당시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으나 이 대회에서 폭발적인 장타를 날리며 우승했다. 최종일 파5인 18번 홀에서 1타 차로 1위를 달리던 댈리는 340야드나 되는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려 승리를 굳혔다. 지금도 우정힐스 18번 홀엔 댈리의 드라이버 티 샷으로 날린 공이 떨어진 지점에 동판이 남아 있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은 댈리는 다음 해 미국 PGA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9년만에 우승했다.

로리 맥길로이는 한국오픈에 세 차례나 출전했으나 준우승만 두 차례 했을 뿐 우승을 하지 못했다. US오픈과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을 제패한 로리 맥길로이도 한국오픈에선 정상 정복에 실패했던 것이다.

이번 대회 우승자가 입을 우승 재킷과 우승컵이 우정힐스CC 로비 정문에 전시돼 있다.

한국오픈은 서울CC와 한양CC에서 각각 18회, 12회 열렸고 태능, 뉴코리아, 안양, 남서울, 관악, 한성, 수원CC 등에서 각각 1~3회 개최된 바 있다. 2003년 제46회 대회부터는 우정힐스CC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16년간 수많은 명승부의 현장이 된 우정힐스CC는 코스 세팅에서도 해마다 진화를 거듭해 왔다. 첫 두 해엔 대회 5개월 전부터 러프를 기르고 페어웨이 폭을 30야드 이내로 좁히는 등 난도를 높였다. 그러나 2005년엔 국내 처음으로 파71 코스로 세팅했다.  파5이던 11번 홀(494야드)을 파4로 바꾸고 코스 전장을 대폭 늘렸다. 올 대회에선 코스 전장이 7,328야드다. 그 가운데서 파4 11번과 17번 홀은 전장이 각각 501야드와 494야드다. 파3 16번 홀도 255야드나 된다.

대회 기간이 늦가을에서 초여름으로 바뀌면서 그린 스피드도 더 빨라져 선수들이 애를 먹고 있다. 올 대회 첫 날 그린 스피드는 3.2였으나 대회 후반 그린 스피드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오픈은 올해부터 대한골프협회(KGA)와 아시안투어가 공동주최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메이저 대회로 자리매김할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아시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국내 선수들의 기량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회 우승자에게는 세계 랭킹 포인트도 더 많이 주어진다. 또한 한국오픈이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디 오픈(THE OPEN)' 퀄리파잉 대회의 하나가 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상위 2명에겐 디 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대회 운영도 강화했다. 2014년부터 예선전을 하루짜리 예선전에서 1, 2차 그리고 최종예선 등으로 늘렸다. 해외투어 선수와 준회원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그 덕택에 2016년엔 711명이 예선전에 몰려들기도 했다. 올해엔 5언더파를 치면서 수석 통과한 김재일과 18명의 선수들이 예선전을 거쳐 본 대회에 출전했다.

2011년부터 도입한 '예비일 제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통상 일요일 대회가 끝나면 골프장은 월요일부터 영업에 들어가 수익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한국오픈은 대회가 지체돼 월요일 대회를 해야 할 경우를 감안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14년 이틀 연속 짙은 안개로 인해 대회가 지체되자 예비일 제도를 활용해 4라운드를 무사히 치른 바 있다.

연장전도 묘미가 있다. 대개 연장전은 18번 홀 서든데스 방식이지만 한국오픈은 2012년부터 운보다 실력에 따라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16~18번 홀 플레이 합산 방식으로 치르고 있다. 이 세 홀은 하늘에서 보면 물개 모양이라 '씰(Seal) 코너'로 불린다. 60년 한국오픈 역사에서 연장전은 모두 열 번 있었다.  그 가운데 작년 장이근과 김기환이 펼친 연장전은 박진감이 넘치는 순간이었다.

대회 주최측은 올해 초여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갤러리 편의시설을 대폭 늘리는 등 신경을 썼다. 24일(일요일) 대회 챔피언이 직접 행운권을 뽑아 '미니쿠퍼 클럽맨' 자동차를 갤러리 경품으로 준다. 또 스타들의 팬 사인회도 열리고 우승자 맞추기 등 풍성한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이만하면 한국오픈이 내셔널 타이틀을 건 대회답게 한국의 골프 명품 '한류'로 가꿔 나가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1라운드를 마친 선수들이 연습장에서 샷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