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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뱀에 물리거나 벌에 쏘였을 때 잘못하면 죽을 수 있다.

-현장 응급처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생사 달라진다

말벌집

[이원태 칼럼] 선선한 바람과 형형색색의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골프를 즐기는 것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다.
그래서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이고, 죽은 송장도 꿈지럭거린다’고 한다. 가을 운동은 생리적으로도 혈관이 확장되면서 모든 생활 습관병의 예방과 함께 주요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가을 골프장에선 골퍼들이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는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특히  올해는 폭염으로 인한 고온다습한 기후와 함께 짧은 장마로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는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 전남 여수에서 벌초하던 50대 남성이 숨지는 등 올해만 벌써 6명이 벌에 쏘여 숨졌다. 최근 3년간 벌에 쏘인 환자는 모두 4만 4천여 명으로 이 가운데 60% 정도가 9, 10월에 집중되었다. 말벌은 기온이 오르는 7월부터 수가 급격히 늘어나 9, 10월에 활동이 왕성한 만큼 이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벌에 쏘이면 국소적인 반응으로 쏘인 부위가 통증과 함께 붓는다. 여러 차례 벌에 쏘이면 전신 독성반응도 나타날 수 있는데 구역감(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어지럼증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때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심한 쇼크 증상처럼 과민하게 나타나는 항원 항체 반응)‘으로 혈압이 낮아지고, 호흡이 힘들어지면서 복통이 발생하며, 심한 경우 의식 저하 및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라운드 도중 벌에 쏘이면 독침을 바로 제거해야 한다. 손으로 독침을 잡아 빼려고 하다가 오히려 독액주머니를 짜서 남아있던 독액이 몸에 퍼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신용카드나 골프 타수 기록지같은 같은 것으로 살살 긁어 빼낸 후 비누로 깨끗이 씻어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라운드 도중 분실구를 찾기 위해 숲이나 풀 속에 들어가지 않아야 하며 벌을 유인할 만한 향수, 화장품, 요란한 색깔의 골프복을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벌이 접근하면 벌이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피하도록 한다. 땅속에 서식하는 말벌은 골퍼의 하반신 부분을 먼저 공격한다. 그러나 이후 점점 상반신으로 올라오며 공격하는데 특히 말벌은 검은색 털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머리를 조심하여야 한다. 숲속에 들어갈 때는 골프모자는 꼭 착용하여야 한다. ?말벌이 공격할 때 무조건 그 자리를 빨리 피해야 한다. 10 ~ 20m 이상 벗어나야 말벌의 공격이 줄어든다. 피할 수 없으면 땅 주위에 눕고 팔로 머리를 감싼다. 라운드 도중 당 성분의 음식이나 음료수를 마실 때 조심하고, 쓰레기통 근처나 과일이 썩고 있는 과일나무 근처는 피한다.  

과민 반응(anaphylaxis ; 아나필락시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벌에 쏘여 인체가 과민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과민 반응이 나타난 환자에게 적절한 현장 처치를 하지 않으면 수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도 있다. 과민 반응의 증상으로 과민성 쇼크가 발생하며 15~30분 정도 일어나며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없어진다. 가슴이 답답하며 목안이 부어오른다. 입과 입술 주위가 파랗게 변하면서 현기증이나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과민 반응 응급처치로 동반자들은 먼저 환자를 안정시키고 환자가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에피네프린 자동주사기가 있다면 즉시 사용한 후에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한다. 가장 손쉬운 응급처치는 얼음을 얻어 비닐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 물린 부위에 놓으면 부종이 줄어들고 독액의 체내 흡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민간요법으로 상처에 침을 바르면 구강 내 세균이 감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고, 벌에 쏘이고 나서 전신 반응이나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여야 한다.

 뱀은 가을에 번식기에 접어들기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예민해져 있고 독성도 훨씬 강하다. 추석 이후에 독사에 물리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뱀 중 독을 가지고 있는 독사(전체의 약 10% 정도)는 살모사(혹은 살무사), 까치살모사(칠점사), 불독사 3종과 유혈목 1종 등 총 4종이다. 혈액독소를 가진 독사에게 물린 경우 급사를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초기에 적절한 응급처치와 치료를 받는 경우 생존율이 높아지지만 현장처치가 부적절 했거나 치료가 늦은 경우, 노약자는 합병증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교상 부위를 보면 독이 없는 뱀은 말발굽 양의 물린 자국을 보이고, 독사는 말발굽 모양의 물린 자국 앞쪽에 두 개의 뚜렷한 이빨자국이 있는 것이 구별점이다. 통상 뱀에 물리면 흔한 실수로 뱀을 잡으려고 하거나 차후 독사 여부를 확인하겠다면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하다가 다시 물리는 경우가 많다. 뱀은 어떤 뱀에 물렸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상처의 모양과 증상으로 독사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물린 뱀의 종류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  

뱀에 물리면 물린 부위는 부어오르고 피가 나면서 어지럽거나, 구토가 나면서 메슥거리면서 시야가 흐려지면 몸속에 독이 퍼지면 움직임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독사에 물린 뒤에 흥분해서 움직이면 독이 혈액 안에서 더 빨리 퍼지기 때문에, 마음을 안정시키고 일단 물린 장소를 벗어난 후 눕거나 앉도록 한 후에 동반자는 즉시 응급처치를 하도록 한다.

 현장 응급처치는 물린 곳에서 5~10㎝ 정도 심장에 가까운 쪽을 넓은 끈이나 고무줄, 손수건으로 묶어 독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한다. 혈액순환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세게 묶어 저리면 2차 손상이 의심되기 때문에 손가락 2개 정도 여유가 있도록 묶어준다. 물린 위치를 심장보다 아래쪽에 두면 심장으로 독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물린 부위가 더 부어오를 수도 있다. 반면, 물린 부위를 심장 보다 높게 위치시키면 부기가 덜 할 수 있지만, 독이 더 빨리 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물린 부위의 수평을 유지하면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도록 한다. 민간요법으로 입으로 독을 빨아내거나 칼로 상처를 도려내는 응급처치는 삼간다. 의학적인 효과도 증명되지 않았기에 스스로 독을 빼내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최선이다.

뱀에 물렸을 때 이런 짓은 하지 말자.
이빨자국이 독사인지 확인하기 위해 뱀을 잡는다(다시 물릴 가능성 있기 때문에 금물).
물린 부위를 빠른 시간에 십자 형태로  절개한 후 빨아낸다(입속에 2차 감염 발생).
물린 부위에서 혈류를 통해 독이 펴지지 않도록 지혈대로 단단히 동여맨다(혈액순환 곤란으로 근육괴사 가능성 높음)

  벌이나 뱀 말고 또 다른 위험 요인은 들쥐의 오물과 진드기 등을 통해 발생하는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 '쯔쯔가무시' 등 전염성 질환이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 쯔쯔가무시증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 열성 감염병이 급증할 수 있다며 골프 등 야외활동 때 주의할 것을 권고했다.
쯔쯔가무시증은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가을철에 발생한다. 지난 해에는 1만528명의 환자가 보고됐고, 올해는 지난 달까지 1364명이 발생해 이 가운데 8명이 사망했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릴 때 발생한다. 고열, 오한, 근육통, 복통, 인후염, 가피, 발진 등이 주요 증상이다. 야외활동 후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거나 가피(털진드기 유충에 물린 부위에 나타나는 검은 딱지)가 있을 경우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가을 골프에서는 특히 뱀과 벌을 조심하여야 한다. 독사는 작아도 독사다. 즉 독이 있다는 뜻이다. 벌 또한 비록 작은 것이라 방치하면 나중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리의 속담에 ‘담구멍이 독사 주둥이’이라는 말이 있다. 돌담 속에서 주둥이를 감추고 있는 독사에게 분실구로 처리된 아까운 공을 찾고자 숲속을 헤매다 보면 결국 독사의 먹이감이 된다. 라운드 중 숲속으로 날아간 골프공을 통닭 한 마리 값이라면서 끝까지 찾아다니는 미련함은 제발 버리자.
골프복도 긴 소매 상의와 긴 바지를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자. 풀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않도록 하고 라운드 후에는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귀가 후에는 손 소독 및 골프복을 모두 세탁하도록 한다. 라운드 후 1~3주 사이에 고열, 오한,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전염성 질환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원태 교수

이원태
대원대학교 응급구조과 겸임교수
대한인명구조협회장
사회복지학 박사
응급 구조사
골프 안전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