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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그가 있어 행복하다"

-그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골프팬들은 즐겁다.
-이제 사람들은 그가 앞으로 어떤 기록을 또 써 나갈지에 관심 가져

타이거 우즈가 9월 24일(한국 시간) 끝난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18번 홀 그린에서 두 손을 번쩍 들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SBS골프 중계 화면 캡처)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이 사람은 누구일까? 키 6피트 1인치(185.4cm), 몸무게 185파운드(83.9kg), 1975년 12월 30일 생(만 42세), 1996년 프로 골퍼가 됐고 미국 캘리포니아 사이프레스(Cypress)가 고향이며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를  나온 사람.

지난 9월 24일 이전까지 PGA 투어 79승(유러피언 투어와 기타 투어 우승까지 합하면 105승)으로 PGA 역사상 두 번째(최다승은 샘 스니드의 82승) 승수를 많이 쌓은 선수.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4회, PGA 챔피언십  우승 4회, US 오픈 챔피언십 우승 3회,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 챔피언십 우승 3회 등 메이저 대회 14승(아마추어 때 우승까지 합하면 17승)으로 세계 4대 메이저 골프대회를 석권한 최초의 선수. 

아마 이쯤이면 웬만한 골퍼들은 누구인지 알 것이다.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다(Tiger Woods. 본명 Eldrick Tont Woods).

그가 지난 24일(한국 시간) 새벽 끝난 PGA 투어 플레이오프 페덱스컵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로써 우즈는 PGA 투어에서만 80승을 거뒀다. 지난 2013년 8월 4일 WGC 브릿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후 꼭 5년 1개월여만의 우승이다. 정확하게 계산하면 1,876일만이다.

우즈는 우승 후 "80승은 정말 큰 의미가 있다. 지난 5년 동안 79승에 머물러 있었고, 이제 80승을 달성했다. 이건 정말 나에게 큰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그는 그동안 정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2014년 이후 허리 수술을 네 차례나 받았다. 2012년엔 무릎 수술을 받기도 했다. 평생 쉬지 않고 골프에만 매달려온 그에게 탈이 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섹스 스캔들도 터졌고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Elin Nordegren,1980)과도 이혼했다. 2004년 10월 결혼한 지 6년만이었다. 작년엔 약물에 취한 채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눈에 초점을 잃고 흡사 정신 나간 사람처럼 경찰 앞에 서 있던 그의 모습에 골프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 그를 두고 일각에선 이제 타이거 우즈는 끝장났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골프천재, 골프황제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즈가 사라진 무대는 한산했다. 볼거리가 적었다. 열기도 떨어졌다. 도무지 신이 나지 않았다. PGA 투어 시청률도 예전만 못했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많았지만 우즈만한 선수는 없었다. 어떤 선수도 우즈의 흉내를 낼 수 없었다. 우즈가 가졌던 카리스마가 그리웠다. 그는 역시 호랑이였다.

그랬던 그가 우여곡절 끝에 작년말 무대로 돌아왔다. 12월 1일(한국 시간) 바하마에서 개막한 '히어로 월드 챌린지'대회였다. 사람들은 기대반 우려반으로 그를 지켜봤다.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한 이 대회에서 18명이 참가한 가운데 우즈는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다. 나흘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9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PGA 투어 비공식 이벤트 대회였다. 그의 PGA 투어 공식 복귀 무대는 올 1월 말 끝난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이었다.  이 복귀전에서 우즈는 나흘간 3언더파 285타를 쳐 공동 23위에 올랐다. 우즈는 지난 투어 챔피언십까지 올해에만 18개 대회에 나서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포함해 톱10에 7회나 들었다. 컷탈락은 두 번 뿐이었다. 시즌 정규 투어 마지막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선 나흘간 14언더파 266타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이후 플레이오프에선 1~4차전까지 치르며 차례대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1차전인 '더 노던 트러스트'에선 공동 40위, 2차전 '델 테크놀로지스 챔피언십'에선 공동 24위, 3차전 'BMW 챔피언십'에선 공동 6위, 그리고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마침내 우승을 한 것이다.

우즈가 우승을 확정지은 후 18홀 그린을 나오면서 여자 친구와 포옹을 하고 있다.(사진:SBS 골프 중계 방송 화면 캡처)

그가 지금껏 달성한 기록만 봐도 그는 골프황제로서 손색이 없다. 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현역 선수 중 우승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 여러 번 우승한 선수들도 그가 골프황제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20대와 30대 초반의 선수 중 많은 이들이 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는 2000년 한 해에만 9승을 올렸고, 2006~2007년엔 7연승을 하기도 했다. 1999~2000년엔 6연승을 거뒀다.

우즈는 또 같은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한 독보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WGC 브릿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선 각각 8승,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과 'WGC 캐딜락 챔피언십'에선 각각 7승, 'BMW 챔피언십'과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선 각각 5승을 올렸다. 그 어떤 선수도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기록이었다.

우즈는 2000년 평균 타수가 68.17타로 PGA 투어 사상 최저타를 기록했다. 이는 1945년 바이런 넬슨이 세운 평균 타수 68.33타를 능가한 기록이다.

1998~2005년엔 142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세웠다. 역시 바이런 넬슨이 갖고 있던 113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29개나 더 초과한 것이었다.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날 챔피언조인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길로이가 18번 홀 그린에 올라온 뒤 그린 주변에 모인 갤러리들(사진:SBS골프 대회 중계 방송 화면 캡처)

이제 사람들은 타이거 우즈가 또 어떤 기록을 써 내려갈 지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당장 28일부터 사흘간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42회 라이더컵'에서 우즈가 어떤 활약을 펼칠 지가 관심사다. 미국팀과 유럽팀 중 어느 팀이 이기느냐보다는 우즈가 어떤 경기를 보여 줄 지가 더 주목된다. 그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PGA 투어 2018~2019 시즌에서도 그의 활약 여부가 단연 최고의 관심사다.

왜 그럴까?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세계 골프의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가 있던 무대와 없던 무대는 확연하게 달랐다.

모든 기록이 그걸 증명했다. 대회장에 나온 갤러리 수도 달랐고 대회를 중계하는 TV 방송 시청률도 달랐다. 그가 대회에 나오면 갤러리도 구름떼처럼 모여 들었고 TV 시청률은 한없이 치솟았다.

올 라이더컵도 우즈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다. 그가 돌아와 선수로 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라이더컵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우즈가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골프황제의 힘은 바로 그런 것이다.

80승을 거둔 우즈가 앞으로 샘 스니드가 갖고 있는 PGA 투어 최다승 82승을 깰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잭 니클라우스가 갖고 있는 메이저 18승에 4승이 모자란 우즈가 그 기록도 갈아 치울 수 있을 지는 오직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즈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아니 그 기록을 깨지 못해도 좋다. 그가 돌아와 경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골프팬들은 가슴 벅차 한다.

그가 없던 동안에 골프가 얼마나 맥이 빠졌는 지를 충분히 알았기 때문일 터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마술을 부리는 듯 우승을 향해 거침 없이 나아가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그가 있어 오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