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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과 에이지 슈트, 주인공은 당신이다

-한 번의 티샷으로 공이 홀에 들어가는 홀인원(Hole In One)과 자기 나이 이하 타수를 치는 에이지 슈트(Age Shoot)는 골퍼라면 누구나 평생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어한다.

[골프가이드 김남은 기자] 여러분은 홀인원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장 로또를 사러 가라. 당신은 엄청나게 재수가 좋다. 프로 골퍼가 아닌 일반인이 홀인원을 할 확률은 0.008%로 네잎 클로버를 한 눈에 찾을 확률, 평생 미국 아카데미상을 한 번이라도 수상할 확률, 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과 비슷하다. 자기 나이 이하 타수를 기록하는 에이지 슈트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 세상에는 홀인원과 에이지  슈트를 여러 번 한 사람도 꽤 있다. 그들에게는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홀인원과 에이지 슈트의 비밀을 파헤쳐보자.

홀인원 실험에 실패하자 실망하는 브랜던 스톤

홀인원은 쉽지 않다

홀인원(Hole In One)은 'Hole Made In One Stroke'의 약자로 티잉 구역(Teeing Area)에서 친 공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골프다이제스트 통계에 따르면 일반인은 약 0.008%(만 2천분의 1), 프로골퍼가 0.029%(3천분의 1) 정도 확률로 홀인원에 성공한다. 프로골퍼라도 결코 쉽지 않다. ‘전설’ 박세리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에 진출한 지 10년만인 2008년 캐나디언 오픈에서 첫 홀인원을 했다. ‘골프황제’ 타이거우즈도 PGA(미국남자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98년에 마지막 홀인원을 한 뒤 20년이 지난 2018년 11월에야 다시 홀인원을 했을 정도다.

이처럼 어려운 홀인원만을 노리고 도전과 실험을 했던 프로 선수들도 있다. 라이더컵 스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의 형인 에두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는 엉뚱한 실험을 하기로 유명하다. 얼마전에도 ‘깃대 꼽고 퍼팅하기’ 실험에 제일 먼저 나서서 깃대를 꼽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려 신문에 실렸던 선수다. 몰리나리는 홀인원 실험에도 처음 나섰던 선수다. 그는 12시간 동안 500번 티샷을 했지만 결국 홀인원에 실패했다. 또 유럽골프협회(EPGA) 투어 선수 브랜던 스톤(남아공)은 EPGA가 공개한 '투어 선수들의 홀인원 성공하기 2탄' 동영상에서 몰리나리와 똑같이 500번 티샷으로 홀인원에 도전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프로선수 홀인원 확률이 3천분의 1이니 3천번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실행하는 선수는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말이다.

홀인원 실험에 실패하자 실망하는 몰리나리

낮은 확률을 뚫고 홀인원 한 사람들

그러나 낮은 확률에도 홀인원을 한 사람들은 한 해에 공인 된것만 수백 명 나온다. 2019년에도 프로 대회에서 새해 첫 홀인원 주인공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PGA 투어 2019 첫 대회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홀인원을 한 패튼 키자이어다. 그는 홀인원에 얼떨떨해하며 “공을 그저 그린 위로 보내자는 생각이었다”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하루에 여러 번 홀인원한 사람도 있다. 2015년 6월 22일 패트릭 윌스라는 골퍼는 미국 버지니아주 로턴의 로렐힐 골프클럽에서 18홀 라운드에서 세번이나 홀인원을 달성했다.

최고령 홀인원은 103세의 거스 안드레온이란 할아버지다. 그는 2014년 미국 플로리다주 사우스플로리다 팜에어골프장 14번홀(파3)에서 드라이브 샷으로 113야드를 날려 홀인원을 했다. 103세라는 고령에 공을 멀리 보내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거스 안드레온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회원이며 꾸준히 골프를 쳤기에 가능했다. 홀인원을 기록한 당시에도 1주일에 세 차례 라운드를 한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도 홀인원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최연소 홀인원 기록을 세운 아이들이 많이 있다. 작은 체구와 성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팔 힘을 가졌는데도 말이다. 가장 어린 나이에 홀인원한 아이는 1999년 만 4세였던 크리스천 카펜터라는 소년이다. 카펜터는 당시 나이가 만 4세 195일이었다.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히커리 마운틴뷰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파4홀 홀인원한 장하나.

불가능에 가까운 홀인원을 한 사람도 있다. 대부분 홀인원은 파3홀에서 나온다. 파4홀은 파3홀보다 길이가 길어서 홀인원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하나가 2016년 바하마 클래식이라는 대회에서 LPGA 역사상 처음으로 파4홀 홀인원을 터뜨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파4홀 홀인원은 길가다 벼락 맞는 것보다는 몇 배 힘들고, 우리나라에서 로또 1등 되는 것보다는 약간 쉽다. 확률은 585만분의 1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하나가 하기 전까지는 LPGA 투어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남자대회인 PGA 투어까지 합쳐도 2001년 앤드류 맥기라는 선수말고는 없었다.

홀인원의 제왕 맨실 데이비스

그렇다면 개인으로서 홀인원을 가장 많이 한 선수는 누구일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 아니다. 홀인원의 제왕은 맨실 데이비스라는 선수다. 그는 일생을 통틀어 무려 51회나 홀인원을 했다. 그는 PGA 투어 선수로 활동했던 사람으로, 처음 홀인원을 한 것은 열한살 때였다. 그 후 계속해서 홀인원 기록을 쌓아가다가 1967년에는 1년에만 홀인원 8개를 뽑아내는 어마어마한 실력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감을 유지하여 1987년까지는 매년 1개 이상은 꼭 홀인원을 했다고 한다. 진정한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그가 홀인원한 클럽도 다양했다. 웨지와 퍼터를 제외한 거의 모든 클럽으로 홀인원을 냈다. 일반적인 파 3홀 홀인원보다 어려운 알바트로스도 10회나 했다. 알바트로스는 기준 타수보다 3타 적은 타수를 내는 것으로 확률로는 200만분의 1정도다.

홀인원의 비결

이처럼 홀인원에 관해서 만큼은 세계 최고인 맨실 데이비스가 홀인원 잘하는 비결을 밝힌 적이 있다. 그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비거리를 충분히 감안하여 클럽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비거리가 짧으면 당연히 홀에 도달할 수조차 없다. 또 그는 퍼팅처럼 공을 띄우지 않으면 절대 홀인원이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티를 꽂지 않고 샷을 하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티잉그라운드에서는 티에 공을 올려놓고 샷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스핀력이 낮아지게 된다고 한다. 티를 꽂지 않고 세컨드 샷처럼 그라운드에 공을 올려놓고 샷을 해야 스핀력이 높아진다.

세 번째 조언은 목표지점인 핀을 향해 공격적으로 공을 치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골프 방법과는 정반대 조언이다. 보통은 안전하게 그린 위에 공을 보내자는 느낌으로 샷을 하게 된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핀을 향하지 않고 그린만 노리면 절대 홀인원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마지막 조언은 마인드컨트롤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연습할 때나 경기할 때나 항상 홀인원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이미지를 그리라고 했다. 요즘 골프 외에 다른 종목 프로 선수들도 많이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 기법과 비슷하다.

홀인원 트로피

홀인원 잘 나오는 명당 자리가 있다

지금까지 홀인원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예전이거나 외국에서 있었던 일이라 잘 와닿지 않는다면 홀인원에 대한 구체적이면서 비교적 최신의 국내 통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2017년 대한골프협회(KGA)에서는 국내 홀인원에 관한 통계를 발표했다. 홀인원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을 알아보기 위해 홀인원 인증서를 가장 많이 발급한 곳을 조사한 결과, 회원사 골프장 96곳 가운데 1위는 레이크우드(36홀)로 지난해 홀인원 117개를 기록했다. 2위는 용인 아시아나(36홀) 113개, 3위는 코리아(27홀) 89개였다. 개별 홀 중 가장 많이 홀인원이 나온 곳은 레이크우드 꽃길코스 3번홀(119~128m)로 홀인원이 20개 나왔다.

또 홀인원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 클럽은 7번 아이언이었다. 클럽 브랜드 별로 보자면 미즈노가 15%로 1위, 혼마가 9%로 2위, 투어스테이지가 6%로 3위였다. 가장 많이 사용한 공은 타이틀리스트가 40%로 1위, 2위가 18%의 볼빅, 3위가 10%의 캘러웨이였다.

홀인원 성별은 남성이 74%, 여성이 26%로 남성이 압도적이었으나 이는 남성이 골프를 많이 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연령대 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골프를 많이 치는 연령대인 1960년대생(43%), 1970년대생(27%), 1950년대생(20%)이 홀인원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역시 홀인원 비결은 많이 치는 게 제일인가보다.

레이크우드 골프장

홀인원을 둘러싼 보험금 소동

홀인원이 워낙 귀하다 보니 이를 이용해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빈발하고 있다. 홀인원 보험 이야기다. 인터넷에서 홀인원 보험 사기로 기사를 검색하면 무려 327건이나 나온다. 특히 요즘 들어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작년 11월 제주에서는 홀인원 보험 사기로만 6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가 적발된 일도 있었다.

수법은 이렇다. 홀인원이 특약된 골프보험에 여러 개 가입하고 보험설계사, 캐디, 골퍼가 서로 짠다. 있지도 않은 홀인원을 있었다고 보험사 등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 골프장에서 주는 홀인원 증서까지 위조하기도 한다. 6년간 사기를 친 사람도 있다. A씨(50)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제주시 골프장을 돌며 홀인원 축하 비용을 쓴 것처럼 허위로 영수증을 만들어 홀인원 보험금을 청구했다. 승인된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을 받은 뒤 신용카드 결제내역을 취소하는 꼼수를 썼다고 한다. 이런식으로 A씨가 지급받은 금액은 수천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홀인원 보험 지급과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가입자가 인근 식당이나 골프용품점 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영수증과 골프장 홀인원 증명서만 제출해도 보험금이 나온다고 한다. 한때 보험사들이 골프장 내 영상을 증거로 요구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강제하기 힘들다. 이렇다보니 허술함을 잘 알고 있는 일부 보험설계사가 골프동호인 수십명을 동원해 홀인원을 조작해 수년간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탄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보험사에서는 홀인원이 워낙 흔하지 않아 수익이 난다고 생각해 보험을 유지하고 있다.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소비자만 씁쓸한 상황이다.

전설의 골퍼 샘스니드

에이지 슈트, 나이 들수록 쉬워진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홀인원에 비해 노력으로 달성이 가능한 에이지슈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에이지 슈트(Age Shoot)는 골프에서 자기 나이 이하 타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꾸준히 체력을 유지하면서 골프 실력을 쌓는다면 나이는 늘어나는 것이므로 세월이 갈수록 달성이 쉬워진다. 물론 노력을 게을리하면 나이들수록 비거리가 짧아져 힘들지만 말이다. 에이지 슈트는 특히 70대 중반을 넘으면 달성하는 사람 수가 많아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에이지 슈트를 한 최고령자는 누구일까. 그는 지난 1972년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의 빅토리아 업랜드GC에서 103세에 103타를 친 아서 톰슨이다.

최연소 에이지 슈터는 클럽 프로인 봅 해밀턴이다. 1975년 59세 나이에 인디애나주 에반스빌의 해밀턴GC에서 59타를 쳤다.

프로 골프대회 에이지 슈트 최연소는 2002년 챔피언스투어인 AT&T캐나다시니어오픈에서 61세에 60타를 친 월터 모건이다.

PGA 정규 투어에서는 통산 82승의 ‘골프 전설’ 샘 스니드가 1979년 쿼드시티오픈에서 67세에 67타를 친 데 이어 이튿날엔 66타를 쳤다.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94승을 거둔 점보 오자키는 2013년 4월 25일 66세에 쓰루야오픈 첫날 9언더파 62타를 기록하며 JGTO 최초 에이지 슈트를 달성했고, 2017년 6월 혼마투어월드컵 2라운드에 70세에 70타를 치면서 에이지 슈트 기록을 두 번 썼다.

한 사람이 하루에 가장 많이 에이지 슈트를 한 기록은 2012년 8월1일 미국 앨라배마주 페어뷰의 오크스골프크스에서 전직 CNN 스포츠캐스터 밥 커츠가 71세에 세운 7번이다. 그는 이날 첫 라운드에서 70타를 쳤고, 그 후로도 68, 68, 67, 69, 70, 69타를 치면서 9라운드 중 7번 에이지슈트를 했다.

나이와 타수가 가장 차이 나는 에이지슈트는 2007년 7월 93세의 에드 에바스티가 영국 서닝데일GC 올드코스에서 친 기록으로 나이보다 21타가 적은 72타다. 그는 1978, 83년 미국 노스&사우스시니어아마추어챔피언이라고 한다. 그의 에이지 슈트 비결은 30여년을 매일 아침 3~5km씩 조깅하는 것이었다. 에바스티는 사람들이 “오늘은 에이지 슈트 했나요?” 라고 물을 때마다 “그 정도도 못하면 골프 그만 둬야지.”라고 답했다한다.

한편, 여성 중 최고령 에이지 슈트를 한 사람은 일본인 후쿠이 가요코이며, 2007년 8월 16일 에 일본 가루이자와의 다이헤이요 골프장에서 70세에 70타를 쳤다.

에이지 슈트로 경쟁을 했던 골퍼들도 있다. 미국 텍사스주 에벌린의 프랭크 베일리와 미네소타주 무어헤드의 골퍼 T. 에디슨 스미스는 71세부터 98세까지 무려 2623번이나 에이지 슈트 경쟁을 벌였다.

전설의 골퍼 샘스니드

에이지 슈트를 하려면 몸 관리는 필수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장을 지낸 우승섭 씨는 클럽챔피언 5회를 지냈고 에이지 슈트를 여러 번 달성했다. 라운드 중에도 그는 카트를 일부러 타지 않고 걷는다. 그런 우승섭씨가 예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골프 실력을 유지하는 두 가지 비결을 말한 적이 있다. 첫 번째 비결은 항상 어디서나 통하는 비밀병기를 하나 만들어둘 것. 그는 그린 주변에서 8번 아이언으로 하는 러닝 어프로치를 비밀병기로 꼽았다. 두 번째 비결은 유연한 몸이다. “몸이 유연하고(柔), 빠르고(速), 강해야(强) 합니다. 그중에서 택하라면 유연한 것이 첫 번째, 빠른 건 그 다음이죠.”

노년이 되면서 체력보다 더 빨리 쇠퇴되는 것이 유연성이라고들 한다. 골프는 스윙 동작 때 허리를 많이 쓰고, 허리 유연성이 중요한 운동이다. 유연성이 떨어지면 허리 부상뿐 아니라 몸 곳곳에 부상을 입기 쉽다. 골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 바꿔 이야기하면, 노년까지도 몸관리를 잘하면 에이지 슈트 달성도 할 수 있고, 일상에서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가 있으면 더 잘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오늘부터 에이지 슈트를 목표로 잡고 열심히 몸을 관리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