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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의 메이저 대회’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남긴 이야기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그 명성과 개최 코스, 높은 상금으로 인하여 비공식적인 다섯 번째 메이저 대회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PGA투어]

[골프가이드 방제일 기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그 명성과 개최 코스, 높은 상금으로 인하여 비공식적인 다섯 번째 메이저 대회로 인식되고 있다.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기존 5월 개최에서 3월 변경돼 개최됐다. PGA 챔피언십이 5월의 빈자리를 차지하면서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월의 마스터즈, 5월 PGA 챔피언십 등 환상적 스케줄이 만들어졌다.

이후 6월의 US 오픈, 7월의 디오픈, 8월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시리즈까지 골프 팬들은 6개월 동안 최고의 대회들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 개최된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마의 17번 홀에서의 홀인원과 우즈와 케빈 나의 ‘개그쇼’, 맥길로이의 뒷심 발휘 우승 수많은 이야기들을 남겼다. 

바뀐 더 트로피, 역대 가장 큰 규모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골프 대회 중 하나인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우승자에게 부여될 특별하고 새롭게 태어난 트로피를 공개했다.

파인애플 장식이 있는 윔블던의 남자 우승 트로피 혹은 팔이 지구를 떠 받치는 듯한 형상을 띠고 있는 월드컵의 트로피와 같이 새로 태어난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트로피는 골프가 가진 역사와 현대적인 발전의 모습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올해 우승자는 투어의 관계자들과 세계적인 보석 회사 티파니 앤 코 사의(이하 티파니) 디자이너들이 최신의 기술과 골프에 대한 창조적인 열정으로 제작한 이 트로피를 품 안에 넣게 된다.
글로벌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의 부사장인 앤디 하트는 “이번 프로젝트는 어렵지만 흥미로웠다”고 트로피 제작 소감을 밝혔다. 

하트 부사장은 “밖이 아닌 트로피의 안쪽에서 지지될 수 있는 디자인과 설계를 해야 했다. 이것은 마치 퍼즐과도 같았다”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초기 아이디어 수집 과정부터 제작을 완료한 순간까지 18명의 팀원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46년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역사 중 네 번째로 바뀌는 이번 트로피는 그간의 트로피들 중 가장 고급스런 면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앙에 위치한 동상은 스털링 실버와 24K 금으로 도금됐고, 3-D 기술과 ‘전기주조공법’을 사용해 제작됐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우승자가 손에 쥘 트로피의 지름은 17.78 센티, 높이는 43 센티 그리고 3.5kg 정도의 무게이다. 또 이 트로피는 5개의 가장 유명한 골프 대회 중 유일하게 금으로 만든 트로피가 됐다.
우승자의 이름이 새겨졌던 트로피 하단의 나무 판에는 더 이상 우승자의 이름이 새겨지지 않게 된다. 이는 새 트로피의 바닥이 17번 홀의 아일랜드 그린에서 영감을 받아 워터 해저드의 형상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하고 전통이 있는 역사적인 트로피들이 전시된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의 큐레이터인 트래비스 푸터보는 “챔피언십의 트로피들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고 새 트로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기초적인 디자인부터 많은 단계의 제작 과정을 통해 탄생한 새로운 트로피는 미적으로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위상과 걸맞게 완성됐다. 새 트로피는 올해로 대회를 3월로 바꾸며 또 다시 역사를 시작하게 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한 층 더한 완벽함을 충족시키고 있다.

올해도 선수들을 울리고 웃긴 ‘마의 17번 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17번 홀은 사실 많은 골퍼에겐 악마의 홀로 통한다. 피칭 웨지나 9번 아이언으로 티샷하는 짧은 홀이지만 바람이 수시로 변덕을 부려 자칫 물에 빠트리기 쉬울 뿐 아니라 그린이 호수 속에 섬처럼 떠 있는 ‘아일랜드 홀’로 티샷이 물에 빠질 가능성이 커 해마다 많은 변수가 되는 곳이다.
최경주가 2011년 이 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은 17번 홀은 올해도 많은 골퍼들을 울리고 웃겼다. 

먼저 17번 홀에서 웃은 이는 라이언 무어(미국)다. 무어는 대회 1라운드 ‘마의 홀’이라 불리는 17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무어는 홀 사상 통산 9번째 홀인원의 주인공이 됐다.플
무어는 이날 121야드로 세팅된 17번 홀에서 자신의 웨지를 들고 티샷을 날렸으며 공은 깃대를 맞고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홀에서 홀인원이 나온 것은 2017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이후 2년 만이다.

17번 홀은 아니었지만 임성재도 이 대회에서 PGA 투어 진출 후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임성재는 대회 2라운드 152야드로 세팅된 13번홀에 맞바람이 불자 임성재는 8번 아이언을 선택했다. 어드레스에 들어간 임성재는 핀을 본 뒤 거침없이 샷을 날렸다. 바람을 뚫고 그린을 향해 날아간 공을 핀 뒤에 떨어진 뒤 백스핀에 걸려 홀컵으로 사라졌다. 홀인원을 확인한 임성재는 그린으로 걸어가면서 갤러리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홀인원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러나 임성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16번홀까지 홀인원과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타를 줄이며 순항하던 임성재는 ‘마의 홀’로 불리는 17번홀(파3)에 발목을 잡혔다. 임성재는 호수 한가운데 그린이 자리해있는 17번홀에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 보기를 적어냈고 이븐파 144타로 컷 통과 기준에 한 타가 모자라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한편 대회 3라운드 17번 홀에서 유쾌한 폭소와 환호성,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주인공은 바로 타이거 우즈와 케빈 나였다. 

케빈 나는 1.3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하자마자 몸을 움직였고, 공이 홀에 들어가자마자 서둘러 공을 꺼냈다. 마치 공이 홀에 들어가기도 전 빼내는 것 같던 동작에 우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우즈는 곧이어 홀 90㎝ 지점에서 버디 퍼트를 한 뒤 자신도 케빈 나처럼 서둘러 공을 꺼냈다. 우즈와 케빈 나는 주먹을 마주치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대회 3라운드 17번 홀에서 유쾌한 폭소와 환호성,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주인공은 바로 타이거 우즈와 케빈 나였다. [사진=연합뉴스]

우즈는 경기 후 “케빈 나가 마치 공이 홀에 닿기도 전에 잡으려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케빈 나는 “내가 왜 습관적으로 그런 동작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공이 어둠 속에 있는 걸 싫어한다”며, “우즈는 왼손을 쓰지 않아서인지 서툴러 보였기에 내가 레슨을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홀에선 일반 골퍼들의 공이 매년 10만개씩 물속에 빠진다는 통계가 있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는 최근 12년간 매년 평균 47.8개의 공이 빠졌다. 지난해에는 54개였다. 하루에 가장 많은 공이 물에 빠진 것은 2007년 대회 1라운드 50개였다. 

통산 15승 달성한 맥길로이...마스터스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 노려

지난해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1년 6개월 만의 우승을 차지한 이후 1년 만에 다시 PGA 투어 15번째 트로피를 수집했다. 메이저 4승의 맥길로이가 프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저 4승의 맥길로이가 프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연합뉴스]

맥길로이는 올해 들어 출전한 첫 4번의 대회에서 모두 톱 5에 들고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섰던 아널드 파머 대회에서 공동 6위를 하는 등 이번 대회까지 6번의 대회를 모두 6위 내에서 마무리했다.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에서도 선두로 올라선 매킬로이가 내달 마스터스까지 제패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3라운드까지 욘 람(스페인)에 1타 뒤진 2위였던 매킬로이는 4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물에 빠지며 더블보기로 불안하게 시작했다. 이어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더해 전반을 마친 후 후반에 힘을 냈다. 11·12번 홀 연속 버디 이후 14번 홀(파4)에 보기가 나왔으나 곧장 15·16번 홀 연속 버디로 타수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그린이 섬처럼 떠 있는 ‘마의 17번 홀’에서도 티샷을 안전하게 그린 위에 올려놓아 파로 막았고, 18번 홀(파5)에서도 두 번째 샷이 아슬아슬하게 물을 피하며 안전하게 파 세이브에 성공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맥길로이는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평점 8.37을 받아 지난주 6위에서 4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과거 95주 동안 세계 1위에 등극했던 맥길로이가 다시 세계 4위에 복귀한 것은, 2017년 8월(PGA 투어 노던 트러스트 대회)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