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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한국 골프 기원설의 몇 가지 문제점

- 언제부터 한국에 골프가 도입됐나

역사의 첫 단추는 단순히 과거의 일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반드시 우리가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떠넘겨진다.

[국사편찬위원회 강인구 편사연구관]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민간 또는 정부 차원의 다양한 기념행사가 계획되고 추진되는 듯하지만, 왠지 모르게 미세먼지 속에 들어가 앉아있는 우리들 모습처럼 희뿌연한 기분을 숨길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강제징용 문제도 독도 문제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로 오늘날 우리의 뒤통수를 때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우리는 100년 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의 의미를 되새겨야만 한다. 영국 시인 바이런의 말처럼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라고 하는데, 역사를 정확히 알면 알수록 현실은 명료하고 미래는 명확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은 4월 13일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임시정부 수립일자가 공식적으로 4월 11일로 변경된다고 한다. 1989년부터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4월 13일로 정한 이후로 30년 만에 일이다. 첫 단추를 끼는 일은 항상 신중하고도 중요하다.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일은 1989년 국가 기념일로 제정되어 이듬해부터 정부 주관 행사로 기념해왔지만, 그 동안 역사학계에서 추가 발굴된 자료와 학계의 종합적인 의견을 반영해서 작년에 그 수립일자를 변경하기로 확정하였다. 올해부터는 4월 11일에 기념식을 한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는 남의 생일날에 잔치를 벌이고 기념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같은 해프닝의 발단이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우리 정부는 1989년 12월에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4월 13일로 정하고 다음해부터 기념식을 시행해왔는데, 이 결정의 근거는 1969년에 출간된 『일제침략하 한국36년사』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 편람은 일제시기에 출간된 『한일관계자료집』과 『조선민족운동연감』을 기초자료로 해서 만들어졌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2018

결국, 기존의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3일’은 일제 때 부정확한 기록을 잘못 인용했기 때문에 발생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역사의 첫 단추는 단순히 과거의 일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반드시 우리가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떠넘겨진다. 임시정부 수립일이 30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골프 기원설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해보고자 한다. 

대한골프협회는 1900년경 영국인들에 의해 처음으로 원산세관구내에 6홀 코스가 만들어져 골프를 즐겼다고 주장한다.

언제부터 한국에 골프가 도입됐을까?

대한골프협회는 1900년경 영국인들에 의해 처음으로 원산세관구내에 6홀 코스가 만들어져 골프를 즐겼다고 주장한다. 2001년에 『한국골프 100년』 편찬을 통해서, 고서와 구전으로 미루어 보아 조선 땅에 골프를 선보인 것은 1883년부터 1990년 사이라고 추정하였고, 한국에도 골프가 들어 온지 이제 100년이 넘는다고 하면서 원산해관 골프코스를 한국 골프의 효시로 지목하였다. 이같은 원산구내 6홀 골프코스 기원설의 주된 근거는 1940년 11월에 일본에서 발행된 『Golf』잡지에 기고된 「조선골프소사」의 다음과 같은 서술 내용이다. 

“...옛날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기록도 문헌도 없는 단지 촌로의 구전으로서 역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적으로 해두고 싶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900,1901년경 당시 조선정부의 세관에는 외국인 고문이 있어 원산부의 세관에도 이들 외국인이 고용되어 있었다. 세관으로서 외국인이 집무하고 있던 시대, 그 구내에 6홀의 골프코스가 이들 외국인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촌로가 조석으로 왕래하면서 그들의 플레이를 봤는데, 그 후 원산에 현재의 9홀의 골프코스가 만들어져 본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보고 옛 기억을 더듬어 젊은 골퍼에게 이야기하는 한편, 원산부가 시가정리와 확장을 위해 외국인 주택을 부술 때 그 지붕에서 몇 자루의 클럽이 발견외어 촌로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닌 반도골프의 사적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해 현재 원산골퍼의 손에 보관되고 있다.”

협회 측의 주장을 좀 더 들여다보면, 지방 촌로들이 구전으로 전해준 말을 40여년 뒤에 일본인이 기록에 남겼을 뿐이지만, “소위 말해서 동네 축구형태처럼 바다에 접한 유목산 기슭에 영국인들이 평소 고국에서 즐기듯 깃발을 꽂고 공을 치는 간이코스가 아닌가 추측된다” 『한국골프 100년(1900-2000)』, 대한골프협회, 2001, 66쪽
는 입장이다. 한국골프의 시원 또는 효시로 주장하는 서술 내용치고는 무척이나 궁색해 보인다. 한국골프의 뿌리 찾기는 섣부른 결론부터 도출된 듯하다. 

이처럼 구전에 의존하면서 사실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국골프 기원설은 향후 다각도로 검토되고 보완될 필요성이 커 보인다. 최근 10여 년 간 이루어진 학계 연구 성과들이 이를 반증한다.  

한국에서 골프코스의 발전과정을 천착한 손환 교수는 우선 원산해관 기원설에 대해서, “한국의 골프도입은 19세기말이나 20세기 초 외국인에 의해 6홀의 코스가 원산세관구내에 만들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지만, 구전으로 전해질뿐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금후 검토할 문제라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그 기원설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대안적 차원에서 한국에서 골프코스의 시작 지점은 1921년 영국인 던트에 의해 설계된 9홀의 효창원골프코스라는 주장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듯 보인다.

 한편 추가로 신문기사와 문헌자료를 찾아내 원산해관 골프코스 기원설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조상우 교수의 경우는 “한국 최초의 골프코스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외국인들에 의해 원산해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대한골프협회의 주장에 좀 더 비중을 둔다. 이러한 주장은 다카하다에 의해 「조선골프소사」에서 서술된 내용을 적극 해석하면서, 원산해관 골프코스는 원산해관이 개청되어 외국인 세관원들이 정착하여 생활하는 과정에서 도입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카하다의 원산해관 도입설’이라고 명명하는 결론을 제시한다. 

조상우 교수가 주장하는 한국 최초의 골프코스로서 “원산해관 도입설”의 주된 근거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원산해관 골프코스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지만,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폴,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 등 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골프 도입 과정을 봤을 때 원산해관이 설치되어 영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세관들이 거주하게 된 사회적 배경을 논거로 하고 있다. 

 결국 그 주장의 요점은 대한골프협회에 의해 시작된 최초의 한국골프코스로서 <원산해관 기원설>을 <원산해관 도입설>로 재정립한 점이다. 그는 국내 첫 골프장으로서 원산해관 골프코스에 대한 다카하다의 주장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원산해관 골프코스의 사회사적 의의를 ‘기원설’보다는 ‘도입설’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원산해관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던 서구 외국인들에 의해 골프가 도입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골프코스의 위치를 전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충분해 보인다. 예를 들어, 다카하다의 서술 속에 나오는 소위 ‘그 구내’를 당시 원산해관의 경내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그 해관 외곽의 외국인 조계지내 어느 곳에 위치했다는 것인지를 특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 가지 팁을 말하자면, 혹여 원산해관 골프코스설을 인정하더라도 당시 해관의 조건을 생각해보면 골프코스의 위치는 조계지내가 아닐까?   

[독자투고는 골프가이드 독자들의 기고로 이뤄지는 지면입니다. 골프를 사랑하는 국내외 독자들의 투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