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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칼럼] 타이거 우즈, 그의 신화는 계속된다

타이거 우즈가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두 팔을 힘차게 펴고 포효하고 있다.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타이거 우즈(44)가 돌아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티셔츠와 검정 바지를 입고 그는 올해 마스터스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세계 최고의 골프대회,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타이거 우즈는 그가 왜 골프황제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의 이번 우승으로 전 세계 골프계가 들썩이고 있다. 언론은 연일 타이거 우즈 소식을 전하기에 바쁘고 TV로 대회 중계방송을 지켜본 골퍼들은 아직도 그 뭉클한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의 우승을 축하할만큼 그의 마스터스 우승 소식은 분명 빅 뉴스다.
세계는 왜 그의 마스터스 우승에 열광하는가.

작년도 마스터스 우승자인 패트릭 리드가 타이거 우즈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지닌 엄청난 카리스마다. 그에게만 느낄 수 있는 묘한 힘과 매력에 사람들은 빠져든다. 이번 대회 기간 골프장에 찾아온 수많은 패트런(Patron)들은 그의 샷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했다. 그의 플레이가 살아나면 그들도 함께 살아났고 그가 풀이 죽으면 그들도 함께 침울했다. 패트런 뿐만 아니다. TV 앞에서 밤을 새워가며 경기를 지켜 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버디를 하면 함께 함성을 질렀고 보기를 하면 한없이 안타까웠다.
언제나처럼 올해 마스터스 대회장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TV에 비춰지는 어떤 화면을 봐도 그대로가 한 폭의 그림이었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해 보이는 페어웨이, 새하얀 벙커, 거울처럼 맑은 물, 울창한 숲, 흐드러지게 핀 꽃, 그 가운데 수많은 패트런들이 홀 주변에 가지런하게 앉은 모습은 그 자체가 형형색색의 꽃으로 보였다. 그곳에서 한 마리의 호랑이가 먹이를 찾듯 그는 온 신경을 집중했고 대회장의 기(氣)는 그에게 빨려 들어갔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아름다운 코스 전경

PGA 투어 81승, 메이저 대회 15승, 마스터스 5승. 이 화려한 전적은 그가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기록이다. 언론에선 그가 PGA 투어 최다승 기록인 샘 스니드의 82승에 1승,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18승에 각각 3승을 남겨두고 있다고 하지만 한 사람이 두 기록 경신에 동시에 근접해 가고 있는 것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타이거 우즈는 최다승 기록을 곧 깰 것이다. 올해 안에 가능할 수도 있다. 메이저 우승 기록 경신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올 시즌 4대 메이저 대회 중 세 개가 아직 남아 있다. 그는 전성기였던 2000년 한해에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디 오픈), PGA챔피언십 3개를 제패한 적이 있다. 이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 ‘타이거 슬램(두 해에 걸쳐 4대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이란 신기록을 수립했다.

타이거 우즈가 캐디 조 라카바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그가 ‘US아마추어선수권’을 3연패 한 후 1996년 8월 프로가 됐을 때만 해도 이런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두 달 뒤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이듬해 4월 그는 마스터스에서 최소타, 최다 타수차, 최연소, 최초 흑인챔피언 등 여러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그의 나이 21세 3개월째였다. 그는 우승 후 아버지 얼 우즈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날 가장 감동적인 샷은 아버지와 함께 한 마지막 샷(포옹)”이라고 치하했다.
그 이후 그는 쉴 새 없이 승수를 쌓아갔다. 이번 대회 전까지 그는 마스터스 4회, 브리티시오픈 4회, US오픈 2회, PGA챔피언십 4회 등 메이저대회에서만 14승을 올렸다. 또 제5의 메이저대회라고 일컫는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2회, 월드골프챔피언십에서 18회 우승했다.
그는 PGA 투어 외에도 유러피언과 아시안, 일본, 호주 투어에서도 12승, ‘PGA Grand Slam of Golf’ 등 특별이벤트 대회에서도 14승을 각각 올린 바 있다. 또 프레지던츠컵 9회, 라이더컵 8회, 월드컵에 3회 국가대표로 출전한 기록이 있다.

타이거 우즈가 두 팔을 벌려 포효하고 있다.

그런 그가 2008년 왼쪽 무릎 연골 수술을 하고 2009년 교통사고와 섹스스캔들 등으로 추문에 휩싸이다 이듬해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과 이혼하며 골프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는 2014년부터 3년간 네 차례나 허리 수술을 했고 그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복용한 약물 과다로 운전하다 정신을 잃어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제대로 걷지도 눕지도 못하는 처지를 비관하며 골프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그는 2014년 마스터스 대회엔 불참했고 2015년 2월 피닉스오픈에선 2라운드에서 11오버파 82타를 치며 최악의 성적으로 컷 탈락을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제 그가 골프를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11월 그의 세계 랭킹은 1199위까지 떨어졌다. 골프황제에게 그것은 무엇보다 큰 치욕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하고 난 뒤 공이 날아가고 있는 쪽을 쳐다보고 있다.

그런 그가 2018년 9월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7개월만에 다시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저히 살아나지 못할 것 같던 그가 기적처럼 살아난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진정 살아나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살아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역시 골프황제다웠다.
타이거 우즈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새로운 기록을 추가했다. PGA 투어 통산 승수와 메이저 대회 승수를 1승 씩 더 늘린 것은 물론이고 메이저 대회 첫 역전 우승이란 기록도 세웠다.
세계 랭킹도 6위로 올라서 2014년 8월 이후 톱10에 다시 진입했다. 1년 5개월만에 1199위에서 6위로 가파르게 수직 상승한 것도 그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마스터스 5승으로 이 대회에서만 949만 4136만달러를 상금으로 받았다. 올해 우승 상금은 207만달러(한화 약 23억5천만원)였다. 마스터스 우승은 2005년 이후 14년, 메이저 대회로는 2008년 US오픈에 이어 11년만이다. 그로선 길고 긴 인고(忍苦)의 시간이었다.
그가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이번 대회 우승 확정 후 그의 언행을 봐도 절실하게 묻어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아름다운 코스 전경

그는 4월 15일(한국 시간)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퍼트를 끝낸 뒤 왼손에 퍼터를 잡고 두 팔을 힘껏 활짝 펴며 포효했다. 그것은 호랑이의 포효, 바로 그것이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리 속은 지난날 그가 겪었던 고통과 서러움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것이다. 그는 캐디 조 라카바와 얼싸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윽고 그는 그린 주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들 찰리와 어머니 쿨티다, 딸 샘 등과도 차례로 뜨거운 포옹을 했다.
그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아버지다운 모습을 보인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그는 진정 위대한 챔피언”이라며 "믿을 수 없는 성공과 재기를 한 타이거 우즈에게 대통령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알려줬다"고 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탁월함과 투지, 끈기를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를 위해 행복한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는 앞으로 새로운 기록을 계속 써 나갈 것이다. 그로 인해 세계 골프는 다시 한번 중흥의 길로 들어섰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