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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이 그린에 올라갔다고?

-골프기사, 정확하고 올바르게 쓰자

2018년 10월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렸던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 경기 모습

[데스크 칼럼] 골프기사를 보면 때로 말도 안되는 기사를 보게 됩니다. 여기서 말도 안된다는 얘기는 어법이나 의미상 이치에 맞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 예문은 모두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머리 사이트) 이달에 나온 기사의 일부분입니다.
“...18번 홀에서 티샷이 흔들렸고 세 번째샷도 그린 앞 벙커에 빠지면서 보기를 범했다...”
“...그러나 7번홀(파3)에서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은 우즈는 8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을 홀 1.8m에 붙여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켑카는 경기 시작부터 샷에 불을 뿜었다. 1번홀(파4)에서 약 1.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꽂아 넣으면서 가볍게 1타를 줄였다...”
“...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요섭은 3퍼트로 홀아웃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서요섭의 티샷이 오른쪽 깊은 러프로 떨어진 것이 발단이 됐다...”
“...서요섭은 그러나 연장 세번째 홀에서 티 샷 숲 속, 두번째 샷 러프, 세번째 샷 그린사이드 벙커 등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준우승에 만족했다...”
“... 14번 홀(파3)에서 정확한 티샷에 이은 3.5m짜리 버디 퍼트를 떨구며 단독선두로 뛰어오른 이후 줄곧 1타차 리드를 지켜냈다...”
“...12번홀(파4)에 다시 버디를 골라낸 뒤 14번홀(파3)에서 만만치 않은 버디 퍼트까지 홀컵에 떨어뜨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5번홀(파5)에서는 위기관리 능력도 뽐냈다.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정교한 어프로치 샷과 퍼트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 박빙의 1타 차 리드를 이어가던 김보아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는 놓쳤지만 김지영도 2.5m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선 덕에 1타차 우승을 거뒀다...”
“...한때 김지영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지만 14번홀(파3)에서 4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다시 1타 차 리드를 잡았다...”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마지막 날 1번홀 경기 모습

먼저 “...샷이 벙커에 빠졌다.” “...샷을 홀...에 붙여..” “...샷을 그린에 올려...” 등의 표현입니다.
여기서 벙커에 빠지거나, 홀에 붙거나, 그린에 올라간 것은 샷이 아닙니다.
‘샷’은 골프채(Golf Club)로 공을 치는 행위나 동작을 말합니다. 드라이버로 치면 드라이버 샷, 우드로 치면 우드 샷, 아이언으로 공을 치면 아이언 샷입니다. 바로 영어의 ‘Shot’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지요.
벙커에 빠지거나 홀에 붙고 그린에 올라간 것은 샷이 아니라 바로 ‘공(Ball)’입니다. 그런데도 샷이 벙커에 빠지고, 샷이 홀에 붙고, 샷이 그린에 올라간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표현입니다. “샷에 불을 뿜었다”는 글도 정도가 지나친 표현입니다.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 한국대표 선수들

다음 ‘...버디 퍼트를 홀에 ...넣으면서..’ ‘버디 퍼트를 떨구며..’ ‘버디 퍼트까지 홀컵에 떨으뜨리며...’ ‘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선...’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란 표현입니다.
‘샷’과 마찬가지로 ‘퍼트(Putt)’도 ‘퍼터(Putter)’로 공을 가볍게 치는 행위나 동작을 말합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으로 공을 치는 ‘샷’과는 동작도 다르고 그 의미도 다릅니다.
그린에서 공을 홀에 넣기 위해 가볍게 공을 치는 행위는 분명 ‘샷’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퍼팅 샷(Putting Shot)’이라고 하지 않고 ‘퍼팅 스트로크(Putting Stroke)’라고 합니다.
어떻든 홀에 들어가는 것은 퍼트가 아니고 ‘공(Ball)’입니다. 퍼트를 홀에 떨구거나 홀에 떨어뜨릴 수가 없습니다. 버디 퍼트를 홀에 집어넣는다는 표현도 맞지 않습니다. 버디 퍼트가 홀 앞에서 멈춰섰다는 표현도 이상합니다.
홀에 떨으뜨린 것도, 홀 앞에 멈춰선 것도, 홀에 집어넣은 것도 퍼트가 아니라 바로 공입니다.
그런데도 퍼트가 마치 홀에 들어가고 홀 앞에서 멈춰선 것처럼 썼습니다. 분명 잘못된 표현입니다.

대회장을 찾은 수많은 갤러리들

또 골프기사에서 ‘...보기를 범했다..’ ‘...더블 보기를 범해...’ 라는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표현도 부자연스럽습니다. ‘범(犯)하다’ 란 표현은 1)법률, 도덕, 규칙 따위를 어기다. 2)잘못을 저지르다. 3)들어가서는 안 되는 경계나 지역 따위를 넘어 들어가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좋은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따라서 이 가운데 어떤 의미로 보든 ‘보기(Bogey)를 범했다’고 쓴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냥 ‘보기를 했다’고 쓰는 게 좋겠지요.
골프기사에서 잘못된 표현이나 부자연스러운 표현은 이외에도 더 있을 것입니다. 또 기사를 이렇게 쓴다고 해서 독자들이 그 의미를 모르는 것도 아닐테지요.
그러나 기자가 쓰는 기사는 정확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어법에도 맞고 의미상 이치에도 맞아야지요. 기사는 수많은 독자들이 보는만큼 파급력이 큽니다. 잘못되거나 어색한 표현을 옳은 표현인 줄 알고 받아들이도록 내버려둬선 안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