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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한일관계, 감정 대립으론 절대 풀 수 없다"

-일본 이길 방안 떠들지 말고 조용하고 신중하게 추진하자
-이참에 국내 골프산업 문제점 들여다보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 삼기를

지난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정상의 얼굴 표정이 밝지 못하다.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다. 두 나라 관계가 이렇게 가다간 파국을 맞지 않을지 우려된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빚어진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현재로선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다 큰 손해를 볼 것이란 점이다. 누가 더 손해를 많이 보고 적게 보느냐고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우리 정부가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환율과 증시에선 이미 그 파장이 드러나고 있다. 환율이 오르고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5일 현재 원달러 환율이 2년 7개월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코스피도 40 포인트 안팎 떨어지고 코스닥은 600선이 무너졌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반일(反日) 감정도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할수록 일본도 맞대응할 것이고 급기야 두 나라가 돌이킬 수 없는 치킨 게임을 벌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찍이 손자(孫子)는 손자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서로 싸우고 난 뒤 이기면 이기는 쪽도 많은 손해를 봐야 한다.
지금의 한일관계에 비춰볼 때 두 나라간 경제전쟁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이왕 시작된 전쟁이라면 손해를 적게 보고 이겨야 한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많은 손해를 보거나 상처를 입고 난 뒤에는 이겨도 무의미하다.
그렇게 하려면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으론 절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요즘 정부나 여당에서 하는 대응을 보면 고도의 전략은 고사하고 다분히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지난 7월 12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열린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한일 무역당국간 실무회의에 참석한 양측 대표들이 마주 앉아 있다. 한국측(오른쪽 양복 정장을 입은 두 사람)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일본측에선 경제산업성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각각 참석했다.

전략은 적에게 알려지는 순간 이미 전략이 아니다. 전략은 적이 모를 때 가치가 있고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는 더욱 그렇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여러 가지 전략을 짜고 대책을 내놓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신중하고 조용하게 이뤄져야 한다. 요란스럽게 쏟아낸다고 다 효과적인 대책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여당의 누군가는 이번 사태를 ‘제2의 독립운동’이라고 했지만 사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생각해 보고나 한 말인지 모르겠다. 
부디 바라건대 정부나 여당에선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를 함부로 내보이는 섣부른 언행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우리 자신들에게 더 해(害)가 되는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자해(自害)는 말 그대로 자신에게 해가 될 뿐이다.
옛말에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고 했다. 제발 이럴 때일수록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해 줬으면 좋겠다. 시끄럽게 말을 앞세운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진짜 강자(强者)는 말 없이도 상대를 제압한다. 어떻게 해야 지금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지 곰곰 따져보자. 싸움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말은 잘못하면 허풍(虛風)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6월 3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한국의 이정은6가 우승컵을 들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국내 골프인구 600만명, 골프장 수 500개(18홀 기준)가 넘는다고 하지만 골프산업은 불균형이 심하다. 특히 골프채(골프클럽)는 일본과 미국 제품이 판을 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내 골퍼들이 사용하는 골프채의 절반 이상이 아마 일본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국내에선 맥켄리, 랭스필드, 반도골프, 렉스필드 등 여러 브랜드의 골프채가 나왔지만 지금은 대부분 없어졌다. 그나마 엘로드, 비욘드, 미사일, 아화골프 등 일부에서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소비자들은 품질이 좋고 기능이 뛰어나며 가격이 괜찮으면 선택하게 돼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 브랜드 제품들이 국내 많은 골퍼들로부터 선택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는 일본 제품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나 선입견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 이후 OOO 씨는 일본 브랜드 골프채 5백만원 짜리 한 세트를 현금 3백만원을 주고 2백만원은 외상으로 사왔다가 자신의 딸한테 “(아빠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일본 골프채를 사오느냐?”는 핀잔을 듣고 반납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또 한 기업체 실무담당자가 행사에 쓸 일본 브랜드 골프공 수백개를 사왔다가 그 기업 CEO로부터 꾸중을 듣고 국산 골프공으로 바꿔왔다는 얘기도 전해들었다.
때가 때인만큼 이런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시적으로 일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국내 골프산업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우리 골프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8월 5일 현재 한국은 여자골프 세계 최강국이다. 올해 LPGA 투어에서 한국은 국가별 우승 횟수에서 10승을 올려 미국(3승), 캐나다와 호주(각 2승), 일본(1승) 등을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골프산업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젠 우리 기업도 일본 골프채를 압도할 수 있는 질 좋고 우수한 골프채를 만들어 국내 골퍼들이 국산 골프채를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나 일본 혹은 미국 브랜드 골프채를 마냥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느 기업이든 이제 제대로 된 골프채를 생산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나가야 한다. 물론 그런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우수한 제품을 잘 만들고 또 홍보를 한다면 소비자들은 금방 알아본다. 국산 골프공 브랜드인 ‘볼빅(Volvik)’이 과감한 투자와 꾸준한 홍보, 체계적인 전략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듯이 이젠 골프채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