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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골프장 응급사고...초기 대응이 생사 가른다

-골프장에선 응급 구조 인력과 장비 갖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골퍼 스스로 자신의 건강 체크하고 몸에 이상 느끼면 즉시 라운드 중단해야

119구조대원들이 골프장에서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 구조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골프장에선 갖가지 사고가 일어납니다. 가벼운 부상을 입는 사고부터 사망 사고까지 유형도 여러 가지입니다. 지난 16일 오후엔 충북 제천에서 전동 카트가 뒤집어져 뒷좌석에 타고 있던 50대 여성 골퍼 한 분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카트 운전은 동료 여성 골퍼가 했다고 합니다. 캐디 없이 경기를 하는 골프장에선 카트 사고가 가끔 생깁니다. 카트 운전이 서툴거나 부주의해서 생기는 사고지요.
카트를 운전하는 골퍼들은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합니다. 경기에만 집중하다 카트를 운전할 때 서두르거나 정신을 다른 데 팔고 있으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카트에는 자신만 타고 있는 게 아니라 동반자가 타고 있으니 더 신경을 써야겠지요. 카트는 자동차에 비해 안전성이 뒤떨어집니다. 소홀히 여겼다간 큰 코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골프장에서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카트 이용법은 물론 안전 사고에 대비한 주의 사항을 반드시 사전에 알려줘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엔 산지형 골프장이 많습니다. 때문에 카트길이 급경사이거나 심하게 꺾인 곳이 있지요. 이런 곳은 카트 사고가 날 위험성이 아주 높습니다. 아주 조심해서 운전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제천 소재 골프장에서 발생한 카트 전복 사고 TV방송 화면(캡처)

 

지난 11일엔 경기도 유명 회원제 골프장에서 60대 중반 남자 골퍼 한 분이 쓰러져 119구급차로 서울의 대형종합병원에 실려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마침 그 분이 제 앞 조에서 라운드를 해 제가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전반 여섯 번째 파5홀이었습니다. 기자는 그린에 공을 올려놓은 상태에서 앞 조 분들이 그린 뒤쪽 카트도로에서 다음 홀로 이동하지 않고 카트 바로 옆에 모여 누군가를 응급처치하는 것을 보고 현장에 달려갔습니다.
카트도로엔 골퍼 한 분이 쓰러져 있고 동반자 한 분이 환자의 가슴에 압박을 가하고 있었죠. 또 다른 한 분은 환자의 머리를 깍지 낀 두 손으로 받치고 있었습니다. 환자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습니다. 눈동자는 희멀겋게 초점을 잃었고 얼굴은 노란 게 핏기가 없어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한 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가슴 압박만 가할 뿐 인공호흡은 전혀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또 곁에서 머리를 떠받치는 분도 환자의 뒤통수를 잡고 들어올리는 바람에 기도를 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막히게 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선 119응급의료상담원이 다급하게 하나 둘! 하나 둘! 큰 소리로 구령을 붙이며 환자의 상태를 계속 체크했습니다.

심폐소생술(CPR : 가슴 압박 및 인공 호흡) 순서 및 방법

가슴 압박을 가하는 분도 지쳐 보였습니다. 가슴 압박을 하면서도 폰에다 계속 “응급차가 언제 오느냐, 출발했느냐.”며 큰 소리로 반복해 물었습니다. 얼마나 당황하고 정신이 없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저는 상황을 파악하고 곁에 있던 다른 동반자분과 가슴 압박을 교대하도록 권하고 캐디에게 수건을 가져와 환자의 목을 받치게 했습니다. 기도가 열렸습니다. 또 카트에 있던 우산을 펴 환자에게 그늘이 지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환자 상태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한참 뒤 검은 중형 승용차 한 대가 급하게 카트길로 달려왔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온 골프장 남자 직원이었습니다. 전 그 직원이 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 AED)를 가져온 줄 알았습니다.

자동심장충격기(AED)

그런데 그 직원은 빈손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특별히 도움을 주지도 못했습니다. 마음만 더 급해졌습니다. 다시 한참 후에 골프장 대표가 왔습니다. 그 분은 오자마자 환자의 두 다리를 두 손으로 들어올리고 곁에 있던 사람들에게 주무르라고 했죠. 캐디에겐 보온병에 있던 얼음을 갖고 오게 해 환자의 가슴에 얹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가운데 멀리서 소방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일행 중 일부는 소방차를 맞으러 갔습니다. 조금 전 승용차가 왔던 반대 쪽이었죠. 그런데 그 소방차는 응급환자를 위한 구급차가 아니라 불 끄는 일반 소방차였습니다.

119구급차

시골이다보니 구급차가 없어 가까운 소방차가 먼저 온 것입니다.
다행히 얼마 뒤 곧 119구급차가 도착했고 구급대원들이 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뒤이어 심장충격기로 충격을 가하자 환자는 그때마다 마치 발작을 하는 것처럼 벌떡 일어나듯 하다 다시 쓰러지곤 했습니다. 다행히 심장이 약하게나마 다시 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누군가 “이제 괜찮죠?”라면서 큰 소리로 묻자 한 구급대원은 “이래도 알 수 없어요. 병원까지 가봐야 압니다. 병원까지 거리도 멀고...”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순간 저도 불안해졌습니다. 살아날 가망이 없거나 희박하다는 얘기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또 다른 119구급차가 왔습니다. 경찰 순찰차도 왔죠.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순서 및 방법

구급대원들은 환자의 심전도를 체크한 뒤 환자를 구급차에 실어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구급차가 떠난 직후 경찰이 동반자에게 물어보니 환자는 홀아웃 후 카트에 탑승하려다 “‘어!...왜 이렇게 어지럽지...’하면서 길바닥에 갑자기 쓰러졌다”고 했습니다. 일행은 환자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걱정도 했습니다. 알고보니 그분들은 모두 친구간이었습니다. 그 중 한 분은 환자와 함께 구급차에 동승했고 나머지 두 분은 부랴부랴 카트를 타고 떠났습니다.
그 사고로 그날 라운드는 40분 안팎 지체됐습니다. 기자가 경기를 재개한 뒤 두 번째 홀에 왔을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글자가 새겨진 검은 조끼를 입은 두 남자분이 골프장 직원과 급히 사고 현장으로 걸어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기자 일행은 “국과수에서 왜 와?”라며 의아해 했죠.
어떻든 라운드가 끝나고 클럽하우스에 돌아와 그 환자가 서울의 큰 병원에 실려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시골병원에선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 모양입니다. 그 환자의 생사 여부는 끝내 알 수 없었습니다.

전 이번 사고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골프장에 응급 구조를 담당할 전문 인력과 장비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골프장은 27홀 짜리 골프장이라 내장객이 18홀에 비해 더 많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사고 확률도 그만큼 높습니다. 골프장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응급 구조를 담당할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인력과 장비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전문 인력이라고 다른 일을 하지 말고 그 일만 하라는 게 아닙니다. 경기과 직원이든 아니면 코스관리자든 또 다른 누구든 응급 구조를 할 수 있는 전문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추면 됩니다. 심장충격기 같은 장비도 갖춰야겠지요. 하루 매출이 수천만원을 넘는 고급 골프장에서 비상시에 대비한 심장충격기도 없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또 캐디들도 골퍼들이 라운드 중 갑자기 쓰러졌을 때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평소 관련 교육을 받고 능력을 갖춰야겠지요. 좋은 골프장이란 코스가 좋고 서비스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비상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응급환자를 살릴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가 반드시 반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골프장이 대개 산 속이나 도심지와 떨어져 있다보니 응급환자가 생기면 병원까지 이송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119구급차가 출동하는 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국내 골프장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많습니다.
라운드 중 갑자기 쓰러지는 이런 환자들은 초기 대응이 아주 중요합니다. 초기 대응을 잘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동반자나 캐디의 응급 구조 능력 여부가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골프 라운드 중 몸에 이상이 오면 즉시 경기를 중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골퍼들도 자신의 건강 상태는 평소 자신이 체크해야 합니다. 심장이나 혈관 계통에 문제가 있는 분들은 라운드 때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기온이 너무 낮거나 높을 때가 더 위험합니다. 건강은 스스로 지킬 수 밖에 없습니다. 친구끼리 골프를 치다 한 사람이 쓰러져 의식이 모호한 채 병원에 실려가게 되면 나머지 분들은 어떻게 될까요.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몸에 이상이 느껴지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즉각 라운드를 중지하십시오. 그게 본인과 동반자를 위한 길입니다.

또 친구들이라고 해도 이런 비상 상황이 생기면 가족들한테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 전화번호는 알아도 친구집이나 친구 가족들의 전화번호까지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테니까요. 만약 곁에 있는 친구가 쓰러져 그 가족들한테 연락하고 싶은데 친구의 폰이 잠금상태가 돼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번쯤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