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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비오 사태를 협회와 선수, 갤러리가 모두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자

10월 20일 PGA 투어 '더CJ컵'에서 클럽나인브릿지 제주 10번홀 티샷을 하는 저스틴 토마스. 토마스는 이 대회에서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토마스는 1번홀 티잉구역에 올라와 갤러리들에게 폰을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제공:JNA GOLF)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 양휘부)가 10월 23일 이사회를 열어 김비오(29)에 대한 징계를 자격정지 3년에서 출전정지 1년으로 완화한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본다.
KPGA 상벌위원회(위원장 김규훈)는 앞서 10월 1일 회의를 열고 김비오에 대해 자격정지 3년(2019년 10월 1일부터 2022년 9월 30일까지)에 벌금 1천만 원, 2019 KPGA 코리안투어에서 거둔 모든 기록 순위 제외란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협회는 KPGA 정관 제39조 4항(위원회의 결정사항은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에 의거, 김비오 징계건을 심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을 한 것이다.
협회는 벌금은 종전대로 그대로 하되 봉사활동 120시간을 부과했다. 협회는 이처럼 징계결과를 조정한 이유에 대해 1)김비오 선수가 모든 사항을 인정하고 충분히 반성하며 뉘우치고 있다는 점 참작 2)KPGA 코리안투어 선수회에서 선수들의 매너와 에티켓을 재차 점검하고 보다 성숙된 갤러리 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는 의견 제시 3)김비오 선수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선수 보호 차원으로 벌금은 상한액인 1천만 원을 유지하고 자격정지 3년을 출전정지 1년으로 낮추는 대신 봉사활동 120시간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비오 징계건은 당초 상벌위원회 결정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자격정지 3년이 과연 적절하고 합리적인 결정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갤러리에게 손가락 욕을 하고 티잉구역을 드라이버로 내리 찍는 행위를 한 김비오에게 자격정지 3년은 너무하다는 의견과 더 세게 징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됐다. 이 문제는 외신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일부 언론에선 선수들의 입을 빌어 갤러리의 소음도 선수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주장했지만 김비오와 똑같은 상황을 겪고 난 선수에게도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을 지는 의문이었다.
기자는 이번 사안은 원인제공자가 갤러리라는 점, 우승 직전의 선수가 티샷을 하는 동안 갤러리가 폰 카메라 소음을 내지 못하도록 대회를 진행해야할 책임이 있는 협회의 문제점, 자격정지 3년이 지나면 선수의 기량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김비오에게만 일방적 책임을 묻는 것은 안되며 자격정지 3년은 너무 무겁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협회가 여러 의견을 참작해 김비오에 대한 징계를 완화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비오가 이사회 의결 사항을 통보받은 뒤 15일 이내로 재심을 청구하지 않으면 그대로 시행된다.
어떻든 이번 김비오 사태를 협회나 선수, 갤러리가 모두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기를 촉구한다. 협회도 선수도 갤러리도 이번 사태로 상처를 입었다. 이런 일은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일은 터졌다. 이젠 사태를 잘 마무리하고 상처를 보듬어야 할 때다.
먼저 협회는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대회 진행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선수가 티샷을 하는 동안 갤러리가 소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인데도 그것을 막지 못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협회는 이번 일에 대해 반성하고 또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주기를 바란다.
선수도 이번 일을 계기로 거듭 나기를 기대한다. 아무리 실력이 좋고 인기가 있어도 선수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못하면 하루 아침에 망가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다르다. 프로는 자신이 그대로 상품이다. 본인의 경기력은 물론 모든 언행이 그대로 인기나 상품성과 연결된다. 프로가 인기가 없고 상품성이 없으면 프로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런 프로는 사람들이 외면한다. 외면받는 프로가 설 자리는 없다.
특히 이번 기회에 김비오 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 선수들이 본인의 언행이나 멘탈에 대해 짚어보고 고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
국내 프로골프대회는 남자가 여자보다 절대 열세다. 1부 투어 대회수도 절반 안팎이다. 그런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선수들도 한번쯤은 되새겨 보기 바란다. 아마도 선수들이 애써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갤러리들도 관전 자세를 바꿔나가야 한다. 실제 대회장에 나가보면 선수들이 샷을 하는데 바로 곁에서 폰을 들고 있는 갤러리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지난 10월 17~20일 클럽나인브릿지 제주에서 열렸던 PGA 투어 ‘더 CJ컵’에서도 선수가 1번 티잉구역에 올라오자 스탠드에 앉아있던 수많은 갤러리들이 폰을 들고 무작정 사진을 찍는 바람에 일부 선수들이 샷을 할 수 있게 폰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갤러리들은 선수가 샷을 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폰을 들고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기도 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또 어떤 갤러리는 선수가 샷을 하는데도 시끄럽게 소리를 내거나 전화 통화를 하기도 한다. 특정 선수의 팬클럽 회원들이 그 선수만 쫓아 우르르 자리를 옮겨다니면서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티잉구역이나 그린 주변 등에 미리 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 앞에 뒤늦게 불쑥 나타나 서 있거나 양산을 펴 뒷 사람들이 경기 장면을 볼 수 없게 방해하는 몰지각한 갤러리들도 있다.
갤러리도 이젠 자신만을 생각하지 말고 선수나 다른 갤러리들을 배려하면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성숙된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십시오.
감사합니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