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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대기업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 막 내려

-일본서 시작해 국내 제과·관광산업 기틀 마련…재계 5위 롯데그룹 일궈
- 신동주, 신동빈 두 아들 경영권 분쟁 등으로 순탄치 않은 말년…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재계 "기업보국 기치 아래 경제발전 기여" 애도…일본 언론도 별세 소식 신속보도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했다. 사진은 생전 모습.

 

[골프가이드 김대진 편집국장]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99세로 별세했다. 

신 명예회장은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 중 하루 전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으며 이날 오후 4시 29분께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대기업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고인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맨손으로 껌 사업을 시작해 롯데를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로 성장시킨 '거인'으로 평가받는다.

1921년(주민등록상으로는 1922년) 10월 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 5녀의 맏이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혼자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 배달 등으로 고학 생활을 했다.

1944년 선반(절삭공구)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했으나 2차 대전 때 공장이 전소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 뒤 껌 사업에 뛰어들었고 1948년 ㈜롯데를 설립했다. 이후 롯데는 초콜릿,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 명예회장은 한·일 수교 이후 한국 투자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춘 롯데는 관광과 유통, 화학과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고인은 특히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 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신념으로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 등 관광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신 명예회장이 1987년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고인은 관광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롯데를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말년은 순탄치 않았다.

2015년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롯데는 큰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한 편에 선 신 명예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국내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퇴임하면서 형식상으로도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뗐다.

경영권 갈등 속에 정신건강 문제가 드러나고 90대 고령에 수감 위기에 처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이사장,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와 딸 신유미 씨 등이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 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 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동생이다.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명예장례위원장을, 롯데지주 황각규·송용덕 대표이사가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발인 후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이 열린다. 장지는 울주군 선영이다.

신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에 재계는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신 명예회장이 '기업보국' 기치 아래 국내 유통·관광 산업 현대화 등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신 명예회장의 헌신이 산업불모지였던 우리나라를 재건하고 경제를 부흥시키는 초석이 됐다고 기렸다.

일본 언론 등 외신들도 신 명예회장의 소식을 신속히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10대에 혼자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과 한국에서 거대 그룹을 구축한, 재일 한국인 중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일본 정치권과 고인의 인맥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