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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골프장(전국 33곳)과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 과거에도 골프장 부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한 사례가 있을까??

 

 군 골프장(전국 33곳)과 정부의 부동산 공급대책

- 과거에도 골프장 부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한 사례가 있을까? 

[강인구(프리랜서, 역사학박사)eugene604@hanmail.net ] 정부가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 국가 소유의 골프장과 유휴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부동산 공급대책으로 수도권 지역에 군이 보유한 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공공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당과 정부에 제안했다고 한다.

“그린벨트 훼손 없이 골프장 1곳당 최대 2만 가구 공급이 가능하고 교통 등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인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추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발표한 제3신도시 건설은 빨라야 5년은 걸릴 것이고, 수도권내 위치한 국가 소유의 군 골프장 부지를 활용하면 토지매입도 필요 없이 빠른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
 
한편 그린벨트 해제 카드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미래세대를 위해 청정지역으로 보존한다는 공공성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해제시켜 수도권의 건강한 ‘허파’를 병들게 하는 것보다는 군 골프장 부지를 활용한 부동산 공급대책이 좀 더 공공성에 부합되는 선택인 듯하다.

지난 7월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군 골프장 가운데 지금 택지 개발 후보군으로는 태릉, 성남, 88, 뉴서울 등의 부지들이 거론된다고 한걸음 더 나가고 있다. 

- 전국에 군 골프장 33곳, 팩트일까? 

국군 체력단련장(골프장) 홈페이지를 보면, 현재 전국에 군 골프장의 현황은 관리책임 주체에 따라 국방부 체력단련장 4곳, 육군 체력단련장 10곳, 해군·해병대 체력단련장 5곳, 공군 체력단련장 14곳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다(9홀 코스 포함).

특히 군 골프장 소재지가 서울 경기지역에 1/3이상 집중되어 있는데, 서울(태릉)·여주·용인에 국방부 골프장, 용인·이천에 육군 골프장, 화성·평택에 해군 골프장, 수원·오산·성남에 공군에서 소유한 골프장들이 위치한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태릉 골프장 부지는 애초에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들의 훈련장으로 시작됐다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 급한 대로 1966년에 9홀 코스를 개장했다.

그 후 1970년 10월에 전장 6,335야드 18홀 코스가 완공되어 오늘날까지 서울의 유일한 골프장으로 일부 군 회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 가지 에피소드는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이 태릉CC에서 라운드를 할 때 당시 고용하던 남자 캐디 대신에 처음으로 여자 캐디를 고용함으로써 여자 캐디 고용의 효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한 지금은 카운트되지도 않고 주목도 못 받는 성남 골프장은 미군 전용으로 이용되다가 미군기지 이전 때문에 폐장된 상태이다. 1993년에 개장된 성남 골프장은 미8군 전용으로 사용되어 오다가 지난 2017년 미군이 평택으로 떠나면서 문을 닫았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에서 해당 부지 총 27만평에 고급 단지를 비롯한 상업시설, 공원 등이 조성될 계획이라는 소문만 무성하다고 한다. 2)

- 역사 속 골프장 부지의 재활용 사례

 ① 롯데스카이힐 성주CC, 사드(THAAD) 배치 최종 부지로 확정되다
롯데스카이힐 성주CC는 당초 2007년 6월 회원제 골프장으로 개장했고, 2012년부터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됐다. 성주골프장은 영남지역 명문 골프코스로 골퍼들의 사랑을 받다가, 2017년 개장 10여년 만에 국가안보를 위한 군사기지 부지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확정됨으로써 한국 골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3)

정부는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한 뒤 국유재산법에 따라 롯데와 유휴 예정 군용지인 남양주 부지 교환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국방부의 교환계약은 148만㎡(44만여 평) 규모의 성주골프장 부지를 받는 대신에 남양주 군용지 6만7천㎡(2만여 평)을 롯데에 넘기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한미는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에 따라 성주골프장 부지를 미군에 공여하는 절차를 밟았다. 4)

롯데스카이힐 성주CC 전경 (출처: 『중앙일보』 2010.11.19.)

 ② 서울CC, 어린이대공원 부지로 바뀌다
한국 골프의 대명사로 서울 능동에 위치했던 서울CC의 운명은 박정희 대통령의 기세가 등등하던 1970년대 초에 도심의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원으로 바뀌고 말았다. 당시 서울 도심에는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공원이 없었다. 어린이 5만 여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부지와 교통도 편리한 구역에 위치해 있던 서울cc 부지가 최적격지로 대상에 올랐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 12월 4일 서울 시청의 시정브리핑에서 “서울cc 코스를 어린이대공원으로 만드는 것을 연구해보라”로 지시한 뒤, 지금에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착공한지 6개월만인 1973년 5월 5일 개장되었다. 유서 깊은 서울cc 골프장 부지 21만 평은 서울시 신도시계획과 어린이 놀이공원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떠밀려 공식적으로는 정부에 기증한 형식으로 기록되었다. 5) 

서울CC 폐장 직전의 1번 홀 전경(출처: 『한국골프총람』)

 

 ③ 관악CC, ‘영재들의 요람’ 부지로 변모되다.
관악컨트리클럽은 1967년 여름에 전장 6,901야드 18홀 코스로 개장됐다. 관악CC 건설 주체였던 동서관광주식회사 김종백 전무의 증언에 따르면, 돌산에 골프장을 만드는 한마디로 ‘울면서 진행한 난공사’였고 한국화약에서 감사장까지 표창한다고 할 정도로 대량의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한 초유의 난공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천신만고 끝에 개장한 관악CC 역시 ‘영재들의 요람’이라는 공공성의 대의명분 앞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였다. 1969년 10월 골프장 부지는 11억 8천 만 원에 매각되었다. 6)

1971년 11월 관악컨트리클럽은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으로 이전했고, 2001년부터는 신안그룹에 인수되어 리베라컨트리클럽으로 개칭되었다.

산세 좋고 풍광이 수려한 관악CC는 대통령의 지시로 서울대학교 신축 부지로 선정되었다. 1970년 3월 정부 성명으로 공식 발표했고,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한강을 굽어보는 언덕에 문화의 유산을 이어받을 사랑스러운 아들딸들에게 진리 탐구의 전당을 마련해 주고자한다”는 요지의 친서를 서울대 총장에게 보냈다고 한다. 7)

관악CC 전경; 왼쪽편 10번 홀, 오른쪽편 18번 홀 (출처 : 『한국골프총람』) 

  
 ④ 전국 골프장들이 농경지 또는 전투 비행장으로 탈바꿈되다
일제 때 전시동원체제 속에서 대구, 부산, 평양, 원산, 서울 등지의 골프장이 하나 둘씩 폐쇄되었다. 어느 골프장은 식량증산을 위해 농경지가 됐고, 어느 골프장은 글라이더 활공장이나 신병 훈련장 또는 전투비행장으로 사용하는 전시정책이 만들어졌다.

일부 특권층이 자신들의 친목 도모와 체력 증진에 사용하던 골프장을 일제의 국익이라는 공공성을 위해 경작지나 전시 후방기지로 탈바꿈시켰던 것이다. 넓은 페어웨이를 자랑하던 평양골프장과 부산골프장은 전투비행장으로 변했고, 원산·대구·서울골프장도 신병훈련장 또는 농경지로 바뀌었다. 8)

1941년 2월 26일자 『매일신보』를 보면, 심지어 조선총독부에서는 전시체제하에 식량대책을 생각해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경회루 뒤편 총독부 고위공직자들만 사용하던 골프 연습장의 잔디를 직원 총동원을 통해 농장으로 갈아엎었다고 할 정도이다. 

평양 골프장 전경 (출처 : 『Golf Digest』 2017.12.26.)

<참고문헌>

1) 『한국경제』, 2020.7.16.
2) 『비지엠』 2020.6.13.
3) 『서울경제』, 2017.5.8.
4) 『국방일보』, 2017.2.28.
5) 『서울컨트리클럽 50년사』, 2004 
6) 『한국골프총람』, 1973
7) 『서울대학교 60년사』, 2006
8) 『한국골프 100년』,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