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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 무려 6시간, 심각한 KLPGA 늑장플레이

경각심 없는 선수들, 대응 미진 협회 모두 각성해야

►<자료사진/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아마추어이건 프로건, 유독 늑장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드라이버샷에 앞서 과도한 빈 스윙을 해대거나, 긴 시간 동안 그린을 누비며 퍼팅라인을 살피는 등 동반자들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골퍼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늑장플레이는 동반자들의 경기 리듬을 잃게 만들뿐 아니라 심지어 성질 급한 골퍼의 분노를 폭발시키기도 합니다. 골프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비 매너에 해당되는 것이죠.

지난달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의 일입니다. 박세리, 최나연, 유소연 등 미 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톱스타’들이 대거 참가한 이 대회에서도 늑장플레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무려 6시간이나 경기가 늘어져 선수, 갤러리 모두 힘든 상황을 연출한 것이죠.

국내 대회에 오랜만에 출전한 ‘맏언니’ 박세리는 “경기 진행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6시간 이상 걸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아마추어와 라운드해도 이 정도는 아닌데,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첫 라운드에서 오전 9시15분 티업 예정이던 박세리는 9분 늦은 9시24분에 경기를 시작했고, 오후 3시 30분 겨우 1라운드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무려 6시간15분이 걸린 셈이죠.

미국 LPGA투어의 경기 시간은 대부분 4시간30분 정도로, 악천후 상황에도 4시간50분, 늦어도 5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LPGA투어 경기 시간이 빠른 이유는 남자투어처럼 1~2라운드 예선을 오전과 오후로 시간을 나눠 경기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KLPGA투어는 모든 조가 차례대로 출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후반 홀에 선수들이 몰려 플레이가 지연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에 따라 KLPGA투어는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경기가 루즈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대회 관계자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올 KLPGA투어 경기에서도 늑장플레이가 공식적으로 문제가 됐습니다. KLPGA선수권, 대우증권클래식 등에서는 라운드 당 5시간30분 이상 걸렸고, 심지어 한 홀 이상을 비어놓고 경기가 진행되기도 해 빈축을 샀습니다.

우승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일지라도 경기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경기위원은 선수들의 명확한 경기 지연에 대한 규칙 위반이 적발되면 벌타를 부과해야 마땅합니다.

특히 KLPGA투어의 늑장플레이는 일종의 ‘고질병’적인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추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투어도 더 활성화되고 선수들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인지해야만 합니다.

골프대회는 스폰서, 주관협회, 선수들이 하모니를 이뤄 팬들에게 보여주는 이벤트입니다. 스폰서와 협회는 매끄러운 경기운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고, 선수들은 갤러리를 위해 리듬감과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로 답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최근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늑장플레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보다 박진감 넘치고 스피드한 경기로 팬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죠.

수년간 되풀이 돼온 늑장플레이 논란에도 별 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는 KLPGA의 행정력에 실망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KLPGA는 경기진행 방식을 개선하고, 늑장플레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 등의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팬들과 스폰서는 결코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소순명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