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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골프장 ‘선불카드’ 인기 ②불황이 불러온 악재인가

[골프가이드 박기훈, 심용욱 기자 golf0030@daum.net] 선불카드는 비회원 이용자들에겐 비용절감과 편리성 등을 두루 갖춘 최고의 상품이지만, 기존 회원들은 더 비싼 금액을 지급하고도 오히려 불이익을 감수해야하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여러 문제점이 산재해있다.



 

심각한 부작용 간과 말아야

일단, 골프장 선불카드의 계속적인 증가로 인해 벌써부터 부킹난이 확산되고 있다.
 

골프회원권을 구매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비회원 보다 저렴한 그린피를 지불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부킹을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선불카드를 발행하는 대부분의 회원제 골프장들이 골프부킹 우선권의 혜택도 같이 제공하고 있어 결국 목돈을 지불하고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는 고객들만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재 회원제 골프장들이 선불카드 시행에 있어 주저하는 큰 이유다.
 

박진주 몽베르 컨트리클럽 주임이 “우리는 회원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골프장이다. 아무리 회원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운영을 한다고 해도 고액의 금액을 들여 회원이 된 사람들에게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계획도 없다”고 단언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대부분의 선불카드가 단체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판매가 되면서 일어나는 문제점도 기존 회원권 고객들이 지적하는 문제다. 즉, 관광버스까지 대절해서 내장할 정도의 수많은 선불카드 이용자들로 인해 소음 유발은 물론 라커가 부족해지는 등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약 200구좌의 무기명 4인 선불카드 분양을 마감한 모 골프클럽의 회원인 이 모씨(57)는 “선불카드 회원들이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불안해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기존 회원들에게는 단 한통의 공지도 없이 선불카드 분양을 떡하니 광고하며 회원을 모집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다”고 그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불카드 편법 영업 “사실상 제재 불가능”

이처럼 문제점을 안고 있는 골프장 선불카드는 불법일까?
 

회원제골프장의 선불카드 발행은 현행법상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선불카드분양고객에게 부킹우선권을 주며 일반회원의 부킹에 지장을 주게 되면 해당 시군구에서 시정명령을 받게 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도지사, 시장·군수는 등록취소 또는 6개월 이내 영업정지에서 폐쇄명령을 하거나 6개월 이내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 즉, 선불카드를 통해 부킹을 보장하는 등 일반 고객보다 유리한 조건을 부여한다면 유사 회원권으로 분류된다는 의미다.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재 선불카드를 발행하는 회원제 골프장들은 ‘선불카드 회원에게 부킹우선권이 부여된다’, ’전화 예약 시 100% 우선부킹’ 등을 강조하며 은밀히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정회원이나 주중회원들에겐 무료쿠폰 등을 통해 혜택을 더 주는 동시에 선불카드로의 회유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우곤 초원 회원권거래소 팀장은 “강경 태도를 취하는 회원 분들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원제 골프장들이 (정말 경영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드러내놓고 단독상품으로 하지 못한다”며 “회원권 분양업체가 여러 골프장들을 연계한 이 상품을 기획해서 묶는다. ‘더 원 골프클럽 멤버쉽’ 같은 상품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편법은 퍼블릭 골프장으로 갈수록 점점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양주컨트리클럽의 경우 5천만 원 상당의 라미드그룹 무기명 4인 선불카드를 구입할 경우 월 1회 주말 부킹을 보장하고 있고, 스마트KU파빌리온은 5만원 상당의 스마트카드를 구입할 경우 일반인들 보다 일주일 먼저 예약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홍천컨트리클럽은 최소 100만원 상당의 선불카드를 구매하면 그린피 할인과 함께 일반인들 보다 일주일 먼저 예약이 가능한 우선권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선불카드 구매 고객을 일반인들과 따로 추첨해 부킹 우선권을 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추첨권을 5대 5로 준다고 했을 때 선불카드 구매 고객은 일반인들 보다 몇 배 적기 때문에 부킹에 당첨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퍼블릭 골프장은 선착순 이용임에도 불구, 부킹 우선권 부여와 같은 혜택들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편법을 막을 길은 없을까. 아쉽게도 힘들다는 것이 결론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부킹 혜택을 주는 대중골프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관리와 감독은 시·도지사와 시장·군수에게 있기 때문에 문광부에선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고, 지역 체육과 관계자 역시 “각 시·군 해당 부서는 (골프장만 담당하는 것이 아닌) 다른 업무들도 많아 관리 대상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법적으로 통보해야 된다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은 선불카드를 발행해도 판매 루트 및 마케팅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행사에게 영업을 맡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종 유인책과 보장책을 동원하는 등 편법 운영은 갈수록 지능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선불카드, 우리가 풀어야 할 필연적 숙제

현재 골프장 선불카드는 골프계에서 종착지로 거론되고 있다. 싫든 좋든 결국 선불카드제도가 정착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안우곤 초원 회원권거래소 팀장은 “선불카드란 이름을 달지 않았을 뿐, 이미 ‘스마트 회원권’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차후 더욱 많은 이들을 골프장으로 오게 하기 위해 선불카드 역시 몇 십 만 원 대로 떨어지게 될 것이며, 회원제 골프장에서도 선불카드가 대중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총명 동부회원권거래소 차장 역시 “원래 대부분 골프장은 처음에 정회원권 분양으로 시작해서, 중반에는 무기명권, 후에는 주중회원권, 마지막으로 콘도회원권 분양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럼에도 운영이 어렵게 되면 최후의 대안책은 선불카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장 업계와 골퍼들 사이에서도 “부킹 우선권의 혜택은 없어도 좋으니 선불카드를 규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골퍼들의 경우 최대 몇 십억까지 하던 골프회원권의 효력과 보유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을 충전해 그린피를 차감해 나가는 선불카드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데다 골프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불카드를 시행하고 있는 한 골프장 관계자는 “우리는 선불카드 소지자에 대해 금액할인 혜택만 적용할 뿐 부킹 우선 혜택은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도 내수진작 차원에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골프장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골프장 선불카드의 풍년 속에서 순기능과 역기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금, 선불카드가 ‘골프대중화’에 앞장서기 위해선 앞서 본문에서 언급한 부작용들이 해결돼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골프장들은 편법이 아닌, 실질적으로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부킹에 대해 우선권을 주는 등 선불카드 회원보다 앞으로 더 보장을 해주는 방향으로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편법이 성행하는 한 아무리 좋은 정책도 결국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역시 현재로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권은 운영업체가 부도가 나거나 매각되더라도 법에 따라 승계되는 등 보호를 받지만 유사 회원권은 보호받지 못해 구입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당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턱대고 싼 가격과 높은 혜택에 현혹되기 보단 부킹 조건 및 그린피 할인율, 위임 조건 등 세부항목을 꼼꼼히 따져보고 라운드 목적이나 자신의 여건에 맞는 선불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차후에 일어날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잘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그것을 악용하면 독이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골프장 선불카드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대중화의 초석이 되느냐, 일부 골프장들의 장삿속이 되느냐는 우리의 골프에 대한 선진의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