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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봄 그린'… 골프가 죄인가요?

 

‘별’들의 주말 라운드에 ‘뭇매’ 맞은 골프

►대표적 군골프장인 계룡대cc

“골프 치는 것이 무슨 죄짓는 일도 아닌데 뚝하면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골프 시즌이 됐음에도 주말조차 손님을 채우지 못한 수도권 모 골프장 사장의 푸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또 다시 골프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별(군 장성)’들의 휴일 골프를 두고 가히 융단폭격적 비난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방부는 자체 감사를 벌여 키리졸브 훈련을 앞둔 지난 3월9∼10일(주말) 골프를 친 장성들의 명단을 파악해 국무총리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안보가 위중한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는데, 특별히 주의를 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골프에 대한 시각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정 스포츠에 대한 대통령의 부정적인 발언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특히 그 스포츠가 속한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골프장업계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푸념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장군들의 주말골프가 그렇게 잘못된 일인지 한번 따져보기로 할까요?

군골프장은 체력단련용으로 군부대 인근에 조성돼 있고 이용요금은 일반 골프장보다 훨씬 쌉니다. 현역이거나 20년 이상 복무했을 경우 정회원으로 면세 대상인데 군골프장인 태릉과 동여주 골프장은 그린피 33,000원 카트비 6,000원으로 39,000원이면 라운드가 가능합니다.

남수원 골프장은 그린피 33,000원에 카트비 3,000원으로 36,000원이면 되기 때문에 30만원을 넘나드는 일반 골프장의 1/10 수준에 불과합니다. 계룡대 골프장은 이보다 더 싸 그린피 17,000원에 카트비 5,000원으로 22,000원이면 됩니다.

따라서 골프를 쳤다는 자체로 비난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입니다. 모든 군골프장은 체력단련장 개념으로 부대 바로 옆에 있어 군 관계자들이 운동 중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복귀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현역 장성 대부분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군골프장에서의 골프는 비상대기와 비슷한 개념”이라는 것이죠.

군 장성들의 골프를 비난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어겼는지, 군납업자 등 이해관계자와 골프를 쳤는지를 가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국방부 조사결과 국방장관의 지시를 어긴 사례는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소문난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 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의 동반라운드를 비롯해, 휴가 때면 아예 지인들과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바마는 지난해 11월 골프닷컴이 역대 미국대통령을 대상으로 골프 실력과 열정, 공헌도를 분석한 랭킹에서 5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오바마의 ‘골프 사랑’에 대한 미국 언론이나 시민들의 시각은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대통령의 취미생활까지 인정해주는 미국의 문화가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우리나라서와 같은 골프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은 연인원은 2860만명으로 전년에 비해 6.3% 증가했습니다. 프로야구 관중 700만명의 무려 4배가 넘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요지부동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변했는데 유독 골프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 아닌지, 되새겨볼 대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골프를 치라는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골프를 바라보는 시선에 날카로움이 있다면 거둬주길 바랍니다. 아울려 어려움에 직면한 골프산업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합니다.

 

소순명 편집국장 ssm6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