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라리사, “성범죄 없는 세상 만들기 위해 나섰어요”



-‘미수다 출신’ 라리사, 성범죄 없는 세상 만들기 위해 입을 열다
라리사가 성범죄 피해를 당한 과거를 밝히고 있다




라리사는 인기 프로그램인 ‘미수다(미녀들의 수다)’에서 유명세를 타며 연극, ‘교수와 여제자3’를 통해 대한민국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러시아 출신의 미녀 배우다.

그런 그녀가 최근 ‘성추행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개인교수’의 주연을 맡게 됐다.
개인의 ‘치부’까지 드러내야하는 이 연극의 주연인 라리사는 “나도 오래전 실제 성범죄를 당했던 한 피해자로서 대한민국에 성추행, 성폭행 등 악질범죄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연을 결심하게 됐다”며 “최근 내가 연극 ‘개인교수’를 한다니까 주변에서 ‘연국홍보를 하기위해 꾸미는 것 아니냐’ 하는 반응이 있었다.  이에 관해 나의 피해경험담을 토대로 정확한 사실을 밝히려 인터뷰에 응했다”고 당당히 입을 열었다.

 

‘교수와 여제자3’ 극중의 라리사 / 사진=이배림 기자



Q. 10년전 러시아에서 당했던 성범죄 상황을 알려달라
A. 러시아에서 대학을 다니던 무렵 비치발리볼 선수 생활을 잠깐 하였고 여름방학 기간 중 친구 생일 파티를 하고 늦은 귀가를 하던 중 어두운 골목을 지나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모자를 푹 눌러 쓴 남성이 뒤를 따라오기에 무서운 생각이 들어 걸음을 빨리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얼굴 쪽으로 뭔가 화- 다가오더니 후에는 아무 기억이 안났다.
정신이 들어보니 낯선 곳에 누워 있었고 주위가 어두침침한 것이 저녁인지 지하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어둠이 눈에 익자 주위에 사물들이 어렴풋이 보이고 난 너무 무서워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한 쪽에 웅크린 채 벌벌 떨어야만했다.
한참 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잠시 뒤 철문이 열리며 얼굴에 복면을 쓴 사람이 들어왔다.
그 사람이 들어오며 불을 켰다. 순간 난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방안에 온통 나와 관련된 사진들로 벽면이 가득 메워져 있었다.
내가 비치발리볼을 하던 선수 시절 사진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사진, 가족들과 함께 있는 사진.. 등 최근까지의 내 모습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온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복면을 쓴 사내는 내게 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고 난 너무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내는 울지 말라며 날 달래었지만 나는 더욱 크게 울었다.
그는 자신을 ‘M’이라 소개하며 “그냥 이곳에서 자신과 며칠만 있어 달라”며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목소리가 마치 철판을 못으로 긁는 것처럼 내 귓속을 파고들었고 난 더욱 더 공포에 휩싸이고 있었다.
M은 자기가 말했듯이 나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지만 난 단 일분도 그곳에 있고 싶지가 않았고 틈만 나면 철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쳐대었고 M이 잠시라도 한 눈을 파는 때에는 탈출을 시도 했다.
그러나 번번이 M에게 붙잡혔고, 그 때마다 M은 화를 억누르며 나에게 최대한 다정하게 얘기했지만 난 그 말투가 더 무서웠다.
날 납치한 이유는 오랫동안 나만을 짝사랑하다가 결국 날 납치했지만 내가 자기의 짝사랑을 받아주길 바랬고 난 그와 마주하고 있는 것조차 두려웠다.
내가 계속 탈출을 시도하자 M은 결국 날 의자에 묶어 놓고 내 옷을 모두 벗겨 버렸다.
난 수치심도 들었지만 ‘이 사람에게 강간당하고 결국은 살해되고 말거란 생각’에 몸서리를 치며 발버둥을 쳤고 M이 그런 나의 따귀를 몇 번 때리는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후에는 기절을 했는지 머리가 아픈채로 어느새 정신이 들었고 의자에 묶인 채 나 혼자 덩그러니 지하실에 있었다.
난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납치되던 날부터 계속 울어대었고 점점 정신이 몽롱해 지며 온 몸에 힘이 풀리고 실신하기 직전까지 갔다.
M이 나에게 후렌치후라이 등 음식과 물을 주었지만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울기만 했고 결국 납치 된지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른채 실신하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옷은 입혀져 있었고 호텔 방안이었다. 내 팔에는 링거주사가 꽂혀 있었고 옆에는 ‘미안하다’는 쪽지도 있었다.
후에 난 집으로 전화해서 택시를 타고 무사히 집으로 갈 수가 있었다.
가족들은 내가 3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난리법석을 떨어대었지만 난 그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끈질긴 추긍 끝에
“그냥 친구들과 파티를 끝내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 왔다”고 둘러대고는 그 일을 묻어버렸다.
지금도 그 M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후유증이 남아 있다.

Q.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데…?
A. 내가 지금 한국에 온지 8년째 되는데 갑자기 예전에 납치 되었던 일을 끄집어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의아해 할 수도 있는데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러시아에 살 때의 공포와 비슷한 일들을 몇 번 경험했고 또 가장 최근에도 ‘교수와 여제자3’ 공연을 거의 끝낼 무렵, 늦게 귀가를 하던 중 집 근처에서 어떤 남자가 손에 흉기를 들고 날 강간하려 했던 적이 있었다.
주위에 사람들이 없어서 난 무작정 근처 슈퍼로 달려 들어갔고 남자가 주춤 거릴 때 슈퍼 안에 있던 손님과 함께 나와서 남자가 모른 척 거리를 두고 있어서 얼른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도 무서워서 몸을 움츠리고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남자가 아직도 거기 서서 내가 들어왔던 건물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사라진 일이 있었다.
또 다른 사건은  자고 있는 내 집에 침입하여, 자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자위까지 하는 미친놈도 있었다.
인기척에 놀라 비명을 지르자 남자는 도망갔고 경찰에 신고도 했던 경험이 있다.

Q. 자신의 알몸까지 공개하면서 연극 ‘개인교수’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A. 이런 일들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빈번하다는 걸 난 알았고 특히 대한민국에서 여자를 상대로 성추행, 강간이나 납치, 스토커사건이 무수히 많이 행해진다는 걸 알고 난 후, 난 이대로 있기보다는 이런 일을 세상에 알려서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성범죄를 뿌리뽑고 싶단 생각으로 열심히 만들었다.
이 한편의 연극이 초석이 되어 경종을 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구에서 공연을 통해 모든 걸 보여주겠다.


[골프가이드 심용욱 기자 │ golf003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