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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첫승 배상문, 그리고 그의 어머니

절절한 성공 스토리 감동…‘엄마는 나의 영원한 캐디’

►배상문과 어머니 시옥희 씨<사진/캘러웨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감동어린 성공스토리가 회자되곤 합니다. 지난 5월 꿈의 무대인 미국 PGA투어 바이렌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배상문(27, 캘러웨이골프)에게도 코끝 찡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배상문은 초등학교 시절,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대구서 나고 자란 그의 우상은 당연히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었죠. 야구부에 넣어 달라는 아들에게 모친 시옥희(57) 씨는 대신 골프채를 쥐어줬습니다.

제대로 된 레슨 한 번 시키지 못했지만 배상문의 재능은 특별했고, 본격적인 선수로 나서면서 원래 넉넉지 않던 가정형편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라운드 비용, 장비 값, 볼 값, 옷 값, 이동 경비 등 돈 들어갈 곳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 씨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집과 차를 팔았고, 금반지까지 팔아야만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 씨는 하루 10만원 가량 하던 캐디피라도 아껴 볼 요량으로 백을 직접 메기 시작했습니다. 생후 5개월부터 아들을 혼자 키우다 보니 더 절박했던 것입니다.

체구가 왜소한 시 씨는 20kg이 넘는 캐디백을 짊어지고 18홀을 돌고 나면 발목이 퉁퉁 부었고, 밤새 찬물에 발을 담근 뒤 다시 백을 메야만 했습니다. 아들의 성적이 좋은 날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밥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아침을 굶고 캐디를 한 날도 적지 않았고, 4라운드 대회를 마친 뒤엔 심한 몸살을 달고 살았습니다. 동년배보다 체구가 적은 50대 중년 여성에게 프로용 캐디백은 무겁다 못해 가혹하기까지 했습니다.

배상문과 어머니 시옥희 씨 사이에는 골프장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시 씨는 아들의 성적이 신통치 않을 때면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러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엄마가 창피한 아들 배상문도 같이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다른 선수들의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열성(?) 때문에 시 씨는 대회장 출전정지 처분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동반자에게 골프룰을 항의하다 대회장에서 쫓겨났고, 급기야 1년간 아들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 했던 것이죠. 1년 후 다시 백을 멘 시옥희 씨는 아들 배상문을 2008, 2009년 연속 KPGA투어 상금왕에 올려놓고서야 캐디백과 작별 했습니다.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일본에 진출한 배상문은 2011년 일본투어에서도 3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올랐고, 지난해 그토록 염원하던 미국 PGA투어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PGA투어는 격이 달랐습니다. 우승은 잡히지 않았고 향수병까지 생기면서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마다 배상문은 자신의 ‘영원한 캐디’이자 조력자인 어머니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어머니가 흘린 눈물을 잘 알고 있기에 항상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선물하고픈 절박함이 있었던 것이죠.

결국 배상문은 어렵게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자기 자신과 어머니에게 생애 가장 큰 선물을 선사했습니다. 이제 전문가와 세계 언론은 배상문의 미래를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강한 멘탈과 경기력에다, 좋은 스윙까지 갖춘 그에게 환호하며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배상문의 더 큰 비상을 기대합니다.

소순명 편집국장 ssm6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