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골프룰, 알고 쳐야 실수 안한다.

<데스크 칼럼>

 

골프룰, 알고 쳐야 실수 안한다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꾸준히 익혀둬야

 

골프는 유난히 룰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운동입니다. 웬만큼 골프를 쳤다는 사람들도 골프룰에 대해선 자세하게 아는 경우가 드뭅니다. 특히, 아마추어 골퍼들은 골프룰에 대해선 낯선 경우가 많습니다. 골프룰을 익힐 기회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자주 필드에 나가는 골퍼가 그렇지 않은 골퍼보다 골프룰을 더 잘 안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라운드를 하면서도 엄격하게 골프룰을 적용하기가 어렵지요. 우선은 골프룰을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투어 프로도 가끔은 골프룰 때문에 다잡은 우승을 놓치고 수억원의 상금을 날려버리기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10월 20일입니다. 제56회 한국오픈골프대회가 열린 천안 우정힐스CC(파71. 7천208야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날 4라운드 17번홀까지 중간합계 5언파로 2위와 1타차 선두를 달리던 김형태(36) 선수가 2벌타를 받고 공동 2위로 내려 앉은 것이지요. 2벌타만 받지 않았다면 우승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지요.

그는 18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경기위원으로부터 “13번홀(파3)에서 규칙 위반을 해 2벌타가 부과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마침 김형태 선수가 앞서 13번홀에서 경기를 하던 장면을 TV중계로 지켜보던 외국선수가 경기위원회에 규칙 위반이라고 이의를 제기했고 위원회에서는 1시간 30분가량 비디오 판독을 한 끝에 김 선수가 규칙을 위반했다고 판정한 것입니다.

‘해저드에서 스트로크하기 전에 클럽헤드가 지면이나 수면에 닿으면 2벌타가 부과된다'는 골프규칙 13-4b에 해당한 것이지요.

김형태 선수는 18번홀(파5)에서 파를 기록하고 공동 2위로 경기를 마친 후 경기위원회 판정에 불복했습니다. 선수와 위원들은 현장조사까지 벌였습니다. 그런데도 김 선수가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고 버티자 경기위원회에서는 자체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5대3으로 김 선수의 규칙 위반이 인정돼 결국 2벌타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정났고 그제서야 김선수는 이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김형태 선수로선 정말 통탄할 일이었겠지요. 다 잡은 우승을 놓친 그 허탈한 심정을 과연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김 선수가 2벌타를 받는 바람에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냈던 강성훈(26) 선수가 뜻밖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김형태 선수는 이번 일로 명예와 실속을 함께 잃었습니다.

우승도 놓치고, 상금 2억4천200만원도 날려버린 것이지요.

날려 버린 상금 2억4천200만원은 우승자와 공동 2위의 상금 차이 금액입니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이 3억원인데 반해 김 선수가 속한 공동 2위(프로 4명)의 상금은 5천800만원인 때문이지요.

그는 1971년 한장상 이후 42년만에 찾아온 한국남자골프 ‘한 시즌 메이저대회 2승’의 기회까지 눈앞에서 놓쳐 버려 그를 아끼는 골프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는 지난 8월 18일 충북 충주 동촌CC(파72. 7천192야드)에서 열린 제56회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대회에 우승한데 이어 두 달만에 메이저 2승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이루기 직전이었습니다.

딱 한 차례의 실수가 평생 잊지못할 상처로 남은 것입니다.

 

이런 예는 투어 프로대회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허석호 선수가 2002년 일본골프투어(JGTO)에 진출하고 처음 맞이한 도켄코퍼레이션컵에서 생긴 일이지요. 그는 첫 날 볼이 나무 아래에 멈추자 몇 차례 연습 스윙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나뭇잎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그는 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했습니다. 공동 5위였지요. 그러나 동반플레이어가 “연습스윙을 하면서 스윙구역을 개선했다”고 어필한 것이 받아들여져 2라운드 직전 실격을 당했습니다. 첫 대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지요.

최경주 선수가 미국 진출 초기 대회 시간에 3초 늦게 도착해 2벌타를 먹은 적도 있습니다. 그는 미국PGA투어 투산오픈 때 티오프 시간에 임박해 대회장에 도착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정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경기위원은 “3초 늦었다”며 2벌타를 부과했습니다. 그는 “정각에 왔는데 왜 패널티냐? 저 시계는 분침만 있는데, 어떻게 3초 늦었는지 판단하느냐?”며 항의했으나 통하지 않았지요. 그 일이 있고 난 후 그는 누구보다 철저하게 시간을 지킨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이제 골프룰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금은 아시겠지요.

본지에서는 매월 ‘꼭 알아둬야 할 골프룰’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익혀두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아픔을 딛고 김형태 선수가 더욱 훌륭한 선수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