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왜, 툭하면 골프금지령인가”

<데스크 칼럼>

 

“왜, 툭하면 골프금지령인가”

 

공직자 비리 터지거나 새 정권 초기엔 으레 골프 금지시켜,

비리 저지르는 사람이 문제이지 골프가 무슨 죄인가.

 

언제부턴가 공직자 비리가 터지거나 새 정권 초기엔 공무원들의 골프를 금지시키는 일이 하나의 관행처럼 돼버렸습니다.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거나 아니면 다른 비리를 저지르는 이면에는 거의 골프가 단골 메뉴처럼 등장합니다. 접대 골프를 받았다거나 골프장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식이지요.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 하는 골프채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더러 골프회원권을 선물했다는 얘기도 있고, 골프를 치면서 어떤 모의가 이뤄진 것 같은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골프를 치지 않는 일반 국민들은 골프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듯 인식하게 됩니다. 도대체 골프가 뭐길래, 골프장이 어떤 곳이길래 저런 비리가 터져나오는가 의아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지난 8월초에는 CJ그룹으로부터 골프와 룸살롱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고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현금 수백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송광조(51)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전격 사퇴한 일이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송씨가 CJ그룹에 세무조사와 관련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현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송씨를 소환조사해 혐의 사실을 대부분 확인했으나 형사처벌할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비위사실을 국세청에 통보했고, 이에 송씨는 사의를 표했다는 것입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국세청은 한달도 채 안된 8월 29일 쇄신안을 내놓은 데 이어 9월 들어 훈령인 국세청공무원행동강령을 개정,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 내용 중에는 국세청장을 비롯한 본·지방청 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100대 기업 관계자와 정당한 이유없이 사적으로 만나서도 안되고 직무관련자와 골프를 쳐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국세청으로선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책일 지 몰라도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실상 골프금지령이 내려진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필드 골프는 안되지만 스크린 골프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는 얘기가 청와대에서 나왔고, 이후 이런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인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접대 골프가 아니면 골프를 허용해달라’는 건의를 하자, 박 대통령은 ‘내가 골프를 치라, 말라 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도 ‘그런데 수석님들이 골프할 시간이 있을까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고위 공무원들은 말그대로 ‘좋다 말았다’고 합니다.

 

골프를 치는 게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골프 자체가 문제인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사람입니다. 비리는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입니다. 골프가 비리를 만드는 것도 조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골프는 엄연한 스포츠일뿐입니다.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골프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공직자 비리가 나오고, 공직 기강을 바로 잡는다는 얘기만 나오면 으레 골프금지령이 따라 붙습니다.

 

공직자들이 골프만 치지 않으면 비리가 사라질까요?

골프가 없는 나라에선 공직자들의 비리가 아예 생기지 않을까요?

 

그 답은 명확합니다.

이제 더 이상 골프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툭하면 골프금지령을 내릴게 아니라 비리 없이 건전하게 골프를 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이라고 골프를 치고 싶지 않겠습니까. 자기 돈을 내고 골프를 치고 싶은 공무원들까지 눈치를 보며 골프장을 출입해야 하는 이 서글픈 현실을 과연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이 참에 골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