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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프로캐디 1세대 서정우 씨





“톱 프로의 백은 누가 메고 있을까?”

‘상금왕’ 장하나와 환상 콤비 선 보인
국내 전문프로캐디 ‘1세대’, 서정우 


 




프로골프대회에서 커다란 백을 짊어지고 선수를 뒤따르는 사람을 우리는 캐디라고 부른다. 캐디는 단순히 짐만 운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선수의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또 한 명의 선수. 그들이 캐디다.
국내 선수들은 형제나 선후배, 부모님이 골프백을 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프로 자격증을 갖춘 ‘전문프로캐디(이하 전문캐디)’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 가운데, 지난 2008년 스스로 전문캐디계로 뛰어들고 많은 것을 연구해 온 ‘국내 전문캐디 1세대’ 서정우(29·USGTF, KGF티칭프로) 전문캐디도 주목할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약 7년간 전문적인 골프를 경험한 것을 기점으로 전문캐디를 시작했다.
서정우 프로는 과거 배상문(28·캘러웨이)과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투어 ‘2010 SK텔레콤오픈’ 우승을 함께 했고 다음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1년간 3승을 합작한 데 이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박소녀’ 장하나(22·KT)의 생애 첫 우승부터 2013 시즌 상금왕까지를 함께 지내는 등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른바 마이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그를 만나 ‘전문프로캐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심용욱 기자 shimyongwook@naver.com / 사진 박형진 기자·KLPGT


 




전문캐디라는 직업의 관심은 갈 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는 국내 대회 규모가 커진 것도, 청년실업이 좀처럼 해결 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다 하나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렇다고 아무나 쉽게 전문캐디로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그 수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 관심에 비해 실천으로 옮기지 아니하는 사람이 더욱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로 떠오른 전문캐디계를 들여다보면 ‘남들도 다 아는 수준의 골프 지식만으로는 프로무대 캐디로 뛰기엔 무리가 있다’는 부담감과 ‘아직 국내는 전문캐디에 대한 직업적 인식이 크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인식들이 공존한다.

현재 국내 골프 수준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의 위치에 올라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실력과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은 실정이다.  

현재 한국 내 대학(전남과학대학, 한국골프대학 등)에서는 캐디학과나 캐디관련과가 운영되며 캐디관련 전문적인 학문 접근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문캐디는 확실한 인기 직종으로 부상하게 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전문프로캐디로 전향한 배경, 그리고 도전

서정우 전문캐디는 최경주(44·SK텔레콤)가 졸업한 완도중학교를 나왔고 똑같이 역도선수를 지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역도를 그만두고 KLPGA 투어를 뛰고 있던 누나 서정희(32) 프로의 영향으로 골프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그렇게 여러 골프장을 다니던 중 전 레이크사이드 골프장 윤맹철 회장을 만났고 권유를 받아 전문적인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이때는 골프부로 유명하던 분당 이매고등학교로 전학을 하기도 했다.
이어 서정우 전문캐디는 경기대학교총장배 단체전 2위의 성적을 기록, 경기대 체육학과 특기생으로 선발되기도 했으며 자신의 친누나의 골프백을 짊어지고 캐디로 나선 데 이어 송채은(41) 프로의 백도 책임지는 등 다양한 경험도 쌓고 나름 탄탄한 주니어골프 시절을 보냈다. 

졸업후에는 바로 USGTF에 응시해 합격하였고 다음으로는 KPGA준회원(세미프로) 테스트를 목표로 열심히 운동에 매진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테스트에서 7번이나 낙방한 것. 그것도 본선까지 올라가 후반부에서 1~ 2타 차이로 떨어졌다. 군입대에 대한 부담 등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서정우 전문캐디는 “원인을 따지던 중 초반부터 중후반까지는 본인만의 샷 기량을 펼치다 후반의 결정적 순간에서는 나도 모르게 움추러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멘탈이 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이어 ‘내 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고 문득, 예전에 골프백을 멨던 경험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서 입대전 전문적인 캐디를 경험하는 것에 올인해보기로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레이크사이드골프장에서 연이 된 강경남(30·우리투자증권)과의 자체계약을 통해 2005년 상·하반기 시즌을 합친 총 11개 대회를 뛸 수 있었다. 우승은 없었지만 톱10 등 상위권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강경남은 그 해 ‘신인왕’을 거머쥐게 되었다.

기쁨을 함께 할 겨를도 없이 군대를 가게 된 서정우 전문캐디는 부대 안에서도 캐디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과를 마치면 전문 서적은 물론, 어렵사리 골프 중계방송을 시청하며 각종 정보를 얻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할 수 있들을 모두 행했다.

서정우 전문캐디는 “그때는 정체성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나와 직결 된 골프보다는, 나와 함께하는 이의 골프를 위해 서포트하고 센스 있는 조언을 해주는 일이 더 체질에 맞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부터는 많은 것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면서 “당시에는 국내에 ‘전문캐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1세대로써 뛰어들면 언젠가 이 분야에서 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다양한 경험 통해 시야 넓혀
전역한 해인 2007년, 그는 골프와 전문캐디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백을 메기 위해서는 나 자신도 골프를 잘 쳐야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줄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뜻대로 되기는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비용의 부담이 있다는 인식에 전문캐디에게 자신의 백을 쉽사리 내주는 선수는 없었다. 이 분야에서 조언을 해줄 선배도 없었고 많은 것을 스스로 개척해야 했다.

그리고 평소 쾌활한 성격 등으로 골프관련 친구가 많던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주어졌다. 바로 ‘장타자’ 김대현(25·하이트)의 백을 메게 된 것.
한 시즌 총 14개 시합을 함께 했고 김대현은 ‘2010 상금왕’을 차지하며 톱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차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자 더 시야가 넓어졌다. 더욱 많은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이태희(30·러시앤캐시), 황성하(53·현 한국프로골프협회장), 배상문(28·캘러웨이), 안신애(24) 등의 백을 차례로 짊어졌다. 이때까지는 명확히 나와있는 계약조건이 없기 때문에 월 단위로 계약을 하기도 하고 주급으로 받기도, 한 시합당 받기도 했다.

과거 배상문이 우승했던 SK텔레콤오픈에서도 서정우 전문캐디가 함께했다. 후에 배상문은 “일본에 함께 가자”며 제안했고 다음해인 2011년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1년간 총 3승을 거두는 맹활약을 펼쳤다.

대개 백만 운반하고 원하는 클럽을 빼주고 볼을 닦아주는 일반 캐디와는 달리, 선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선수가 무리한 공략을 하려할때 그를 달래 8번 아이언으로 안전한 공략을 유도해주는 등 탁월한 감각이 있는 그의 기량을 인정한 것이다.  

 

자신만의 코스매니지먼트, 거리계산법을 설명하는 서정우 씨



장하나와의 만남, 서로가 서로를 믿은 결과
이어 2012년 8월, 서정우 전문캐디는 장하나와의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앞서 남서울컨트리클럽 연습장에서 인연이 있던 장하나는 부모님과의 상의를 통해 그와의 계약에 있어 조금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장하나는 지난 2010년 프로에 데뷔, 드림투어 시드전 본선을 1위로 통과한 후 2011 KLPGA 정규투어 시드전 본선을 2위로 통과한 유망주였다.
투어데뷔후 첫 대회로 나선 현대차이나레이디스 오픈에서도 4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당시의 장하나는 루키임에도 불구,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좀처럼 우승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어느때는 톱10 안팍으로, 어느때는 70위권 밖으로 밀리기도 했다. 
그렇게 장하나는 투어 생애 첫 우승이 나오기 전까지 약 1년 반 동안을 무관으로 지내야 했으며 ‘연속 5회 컷오프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고 난 후로부터 서정우 전문캐디와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장하나는 차츰 오르기 시작했다. 9월에 열린 한화금융 클래식 2012에서는 7위를 기록하며 시즌 첫 톱10에 진입에 성공, 10월에 열린 러시앤캐시 채리티 클래식과 제13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각각 4위와 3위를 마크하며 잠재력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주 열린 대회에서 일이 터졌다.
KB금융 STAR챔피언십에서 투어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
이때의 장하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서정우 전문캐디의 품에 꼭 안겨 한참을 떨어지지 않았다.


 




활짝 웃은 장하나, 그의 생각은?
그렇게 탄력을 받은 장하나의 질주는 2013년에도 계속됐다. 한 시즌 총 22개 대회 중에 5번의 톱10 진입과 4번의 준우승, 3번의 우승을 거두며 ‘상금왕’은 물론, ‘대상’과 ‘다승왕’ 등 3개 주요 부문 타이틀을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장하나는 서정우 전문캐디에 대해 “더 없이 좋은 동반자이자 오빠”라며 “특히 플레이 중에는 심적인 면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게 웃을 수 있게 해준다. 거리 등 계산 능력도 탁월해 항상 믿을 수 있다. 곧 있으면 미국에도 갈텐데 함께 멋진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고 전했다.

 
 




전문캐디 관심 증가, ‘그 가능성은?’
이 바닥에서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장하나는 성장했다. 하지만 그 관심이 모두 그에게로만 쏠리는 것은 아니다.
정교함을 추구하는 많은 골프팬들이 시합마다 옆에 꼭 붙어 있던 다정한 오빠같은 서정우 전문캐디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 이는 곧 ‘전문캐디’에 대한 전체 관심으로 번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캐디에 대한 ‘마케팅화’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골프웨어 브랜드 ‘이안폴터 디자인(IJP Design)’이 그런 경우다. 이곳에서는 서정우 전문캐디에게 의류를 후원하고 있으며 각별한 격려 또한 아끼지 않는다.

이안폴터의 이성훈 상무는 “지난해 시즌 초(4월)부터 의류를 후원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전문캐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정우 캐디는 직접 그 세계에 뛰어들어 많은 것을 개척하고 있다”며 “국내골프계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인물 중의 한명으로 평가 되고 앞으로 전문캐디계도 활성화 될 것이라 생각하여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후원배경을 설명했다.


 




골프백을 ‘골프대디’에게 맡길 것인지, ‘전문캐디’에게 맡길 것인지는 선수의 자유다. 지금까지의 결과로 봤을때 아빠캐디로 빛을 본 선수도 적지 않고 전문캐디로 빛을 본 선수도 많다. 즉 정답이 없다는 얘기란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빠캐디보다 전문캐디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에는 열정적인 부모의 모습보다 지나치게 극성 맞다는 비판도 한몫했다. 박세리(36·KDB산은금융)의 아버지, 박준철 씨도 한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플레이에 대해서는 아이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문캐디 영입으로 웃은 선수들이 많다.
‘2013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한 양수진(22·정관장)은 LPGA투어 전문캐디로 활약한 경력의 송영군 크라우닝 이사와 호흡을 맞췄었고, 3승을 올리며 선전한 김세영(22·미래에셋)은 KPGA 세미프로 정상옥 씨와 계약했다. 이미림(23·우리투자증권)은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프로야구 선수 출신 전문캐디 최희창 씨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문캐디를 선택한 선수들은 대개 ‘비용의 부담이 있지만 발전을 위해 투자를 서슴치 않겠다’는 것으로 이는 선수와 부모간에 갈등으로 빚어진 사례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조언이 맞을지 선수의 의견이 맞을지는 그 누구도 점칠 수 없다. 모든 것은 결과만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