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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골프천재 권오연

<인터뷰>

 

 

비운(悲運)의 골프 천재 권오연

‘권오연멘탈골프클리닉’ 대표

-최연소, 최장수 골프국가대표 출신

 

 

권오연(38). 그녀는 비운의 골프 천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 중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가 됐다. 1988년 만 13살 때였다. 최연소였다. 그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0년간 국가대표를 지냈다. 최장수 국가대표였다. 중학교 3학년 때는 타이거 우즈가 다녔던 미국 스탠퍼드대학으로부터 입학 제의까지 받기도 했다.

아마추어 선수로선 화려한 우승 경력도 쌓았다. 30여 차례나 우승했다.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기록이었다. 1988년부터 1996년까지 그녀는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매년 우승을 기록했다. 1989년만 빼고 해마다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에 알린 불세출의 스타 박세리는 물론 김미현도 한때 그녀와 함께 국가대표 생활을 했다. 둘 다 2년 후배였다. 드림팀이었다. 거칠게 없었다. 이 삼총사는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아마추어 골프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다. ‘골프 월드컵’으로 알려진 대회였다. 쾌거였다. 한국골프사에 남을 기록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프로에 입문하고는 영 신통치 않았다. 1998년 프로로 전향한 그 해 스포츠서울 선수권 대회와 SK 선수권 대회에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이듬해 그녀는 미국에 진출했다.

2000년 플레이어스 웨스트 hesperia 선수권 대회 3위에 이어 플레이어스 웨스트 lampoc 선수권과 플레이어스 웨스트 paradise 선수권에서 연속 우승하고 그해 LPGA에 입문했다. 그러나 2001년 컵누들 선수권 대회 24위, 자이언트클래식 선수권 대회 17위를 기록한 게 전부다.

그리고 그녀는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왼팔 통증 때문이었다. 2002년 귀국했다. 의사는 “인대가 너덜너덜해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더 이상 골프채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평생 골프만 알고 살아온 그녀로선 꿈도 희망도 사라졌다. 모든 게 허무했다.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조울증이 그녀를 옥죄기 시작했다. 그녀의 오랜 방황이 시작됐다.

어둠뿐인 긴 터널이었다. 도대체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죽을 고비도 넘겼다. 그녀 스스로 택한 길이었다. 그러나 죽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명품을 사고 술을 먹는데도 미쳐봤다. 그러다 거짓말처럼 일어섰다.

그녀는 지금 골프 꿈나무들을 키우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봉현리 새재길 182번길 91. 정개산 서당봉 산등성이 아래 ‘권오연 멘탈골프클리닉’. 그녀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2층 양식 건물이다. 조망이 일품이다. 지대가 높아 멀리 수십㎞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산능선이 여러 개 겹쳐 있는 멋진 풍경이다. 집 오른편 산등성 너머에는 바로 남촌CC다.

1월 13일 오후 그곳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반갑게 맞아줬다. 그리곤 기다렸다는 듯이 얘기를 쏟아냈다. 마치 봇물처럼..

취재 김대진 편집국장 사진 박형진 기자

 

 

아마추어 30여 차례 우승, 프로 전향후 왼팔 부상으로 뚜렷한 성적 못내고 선수생활 접어, 그 후유증으로 삶의 막다른 골목까지 갔다가 스승 만나 재기

“더 이상 나처럼 아픈 선수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클리닉 시작”

 

 

분당에서 하다 작년 9월 이곳으로 옮겨왔다. 건물은 새로 지었다. 1층에는 사무실 겸 거실 , 실내연습장, 주방 등이 있고 2층에는 남녀 기숙사로 쓰는 방이 몇 개씩 따로 있다.

“더 이상 (나처럼) 아픈 선수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부모들이 너무 나대 고급 백수들을 양산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나도 멘탈의 문제가 있었다. 심각했었다. 치료를 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아버지도 (머리가 큰 것이라면서) 손을 놓았다. 주변에선 여행을 해보라고 하는 등 여러 조언을 했지만 결국 근본적인 치료는 안됐다”

 

그녀는 그 멘탈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써봤다. 굿도 하고 여행도 해보고 여러 종교에도 기웃거려 봤다. 다도도 배우고 정신과치료도 받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마음은 불안하고 잠도 안왔다. 해결이 안된 것이다. 앞길은 깜깜하고 막막했다.

주위 선배들은 사람은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도대체가 갑갑할 뿐이었다. 그래서 술에 빠졌다. 술을 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 후회했다.

결국 그녀는 마지막 길을 택했다. 자살시도였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

“마음이 허전하다 보니 삶을 포기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권유로 한 사람을 만나게 됐다. 2005년 6월 9일이었다.

인생의 멘토였다. 그녀는 ‘스승’이라고 불렀다. 바로 김규덕씨다. 지금은 60대다.

그 스승은 그녀를 보자마자 얼음물을 한 그릇 내밀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할 따름이다.

“산다고 참 고생했네. 돈 번다고 고생하고 그 돈 쓴다고 고생했네”

스승의 첫마디였다.

스승의 첫 인상은 무서웠다. 그러나 저 분만큼은 나를 고쳐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스승은 1주일만 자신에게 오라고 했다. 그래서 1주일간 매일 스승을 뵈러 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1주일간 스승이 날마다 꿈에 나타났다. 그것도 방긋방긋 웃으면서...

그렇게 인연이 돼 지금까지 오게 됐다. 8년이 넘었다. 그동안 스승으로부터 야단도 많이 맞았다. 그녀 표현대로라면 그녀 자신이 망나니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중간 중간 사연도 많았다.

“사람의 본모습의 장점을 찾아 가장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일러준다. 길을 잡아주는 분이다. 스승을 알고 지낸 지 8, 9년째인데 계속 모습이 달리 보인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스승을 만나 그녀는 달라졌다.

당초 그녀는 사회 적응도 못했고, 살아가는 방법도 몰랐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삶을 어떻게 개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녀가 얻은 결론이자 깨달음이었다.

스승은 그녀에게 너도 한번 부모 자식간의 관계처럼 (일을) 한 번 해보는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지금의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은 멘탈에 직면, 골프선수는 골프로 멘탈 오는 것

골프를 가르치는데도 근본에 대한 인식과 원리가 바탕이 돼야

 

 

“모든 사람들은 멘탈 문제에 직면한다. 골프선수니까 골프로 멘탈이 오는 것이다.

흔히 골프선수들이 겪는 입스(Yips)도 멘탈에서 온다.

사람은 체형과 체격이 다르니까 스윙이 달라야 한다고 하면서도 일정한 스윙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한다. 셋업각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개념만 주면 선수 스스로가 본인에 맞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게 안되니까 결국 입스가 온다. 지도자가 잘못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열심히는 한다. 죽어라 공만 때린다. 그러나 생각은 딴 곳에 가 있다.

공 하나 하나를 어떻게 쳐야 하는 지 개념이 부족하다. 연습장에 가면 공을 쳤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근본에 대한 인식이나 원리를 바탕으로 한 기술지도가 미흡하다. 지도자가 자신이 배운 것으로만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게 됐다. 나도 예전에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부끄러웠다. 테크닉만 배운 데 대해 허망했다”

 

“흔히 ‘멘탈’ ‘멘탈’ 하는데 사실 ‘멘탈’을 잘 모른다. 뒷심이나 배짱은 무엇인지, 얘기만 분분하다. 나도 게임이 안될 때는 ‘물을 마셔라’ ‘먼 산을 봐라’ ‘심호흡을 해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사실 그렇게 안된다. OB난 뒤에 그렇게 한다고 안된다. 근본적으로 OB가 안나도록 해야 한다. OB가 난 이유가 기술적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멘탈 혹은 클럽, 체력의 문제인지를 지도자가 판단하고 교육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선수는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하는 것이다”

 

기술과 멘탈원리를 제대로 가르쳐 반듯한 선수로 키우는 게 최대 목표이자 꿈

태극마크 달고도 그 후 제대로 된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은 그 후의 목표가 없었기 때문

 

그녀는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 반듯한 골프선수를 키워내는 게 꿈이다.

더 이상 자신과 같은 불행한 선수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가 도시를 떠나 한적한 산속으로 들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골프선수에 올인하다 ‘풍비박산’ 되는 경우도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제대로 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화려함 그 후의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선수 선발하고 지도

-체격과 체력, 비주얼에 부모의 경제력, 선수와 부모의 마음자세도 봐

-체력훈련과 실기연습에 이론 수업과 상담까지 해 줘

골프는 체력훈련이 필수, 그런데도 선수들은 체력훈련을 등한시해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선수들을 선발하고 지도한다.

체격과 체력은 물론 비주얼도 본다. 부모의 경제력도 본다. 골프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수와 부모의 마음자세도 본다. 자세가 잘못돼 있으면 제대로 성장하기가 어렵다. 그게 그녀의 판단이다.

 

훈련 방법도 남다르다.

새벽 6시에 기상해 체력훈련을 하고 연습과 이론수업 후 다시 기초체력 훈련을 한다.

치료도 받고 상담도 한다. 빽빽한 일정이다. 기존의 다른 아카데미와는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

골프는 장시간 운동이라 체력이 필수다.

그런데도 많은 골프선수들이 체력훈련을 등한시한다.

기초체력에 대한 개념도 없다.

그나마 조금 하는게 필라테스와 밸런스 운동 정도다.

“지금 얘들은 아파트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다 운동하는 것이지요. 헬스클럽도 있지만 버스를 타고 가서 하지요. 버스를 타지 말고 뛰어 가서 운동을 하면 더 좋을텐데..그러나 여기선 산에 올라가게 합니다. 그러면 밸런스가 갖춰집니다. 약한 부분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지요”

 

흔히 선수들이 겨울철만 되면 밥 먹듯이 떠나는 동계훈련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인식을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동계훈련이란 안가면 불안하고, 가면 돈이 든다. 시합이 없는 겨울철엔 체력을 충전해야 한다. 체력훈련에 집중해야 할 때다. 그런데도 시즌 내내 공을 치고 또 공을 치러 간다. 그래서 동계훈련을 갔다오면 체력이 고갈돼 한동안 제 컨디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단순한 기술보다는 원리를 가르치는 교육과 인성 교육에 더 신경 써

선수 스스로 원리나 이치를 깨닫도록 교육

 

그녀는 골프에 대한 단순한 기술보다는 원리를 가르치는 교육과 인성교육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원리를 바탕으로 한 이론 교육을 하는 이유다. 어깨 너머로 배운 바둑은 오래 못간다는 확신 때문이다.

선수들을 지도할 때도 선수 스스로가 원리나 이치를 깨닫도록 교육한다. 단순히 이렇게 쳐라, 혹은 저렇게 쳐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도 쳐보고 저렇게도 쳐보고 난 뒤 왜 다른지, 어떻게 해서 차이가 있는지를 선수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한다.

그러면 선수들은 창의성이 생긴다.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상황에서도 쉽게 당황하지 않는다. 생각을 하고 치는 까닭이다.

쉽게 싫증을 느끼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대로 쳐보면서 익히기 때문이다.

“골프는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방법을 가져야 합니다. 어느 한 부분으로썬 되지 않지요. 그것을 종합하는 게 멘탈입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도하는 것입니다”

 

요즘 지도자들과 달리 선수에게 쓴소리 해

선수 이전에 인간으로서 인품이나 인성이 발라야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데도 신경을 써

“프로도 실력과 기량, 체력을 충분히 갖춘 뒤 시합에 나가야”

 

요즘 지도자들은 선수에게 제대로 쓴소리도 안하는 세태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

선수 이전에 인간으로서 인품이나 인성이 발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선수의 부모들도 상당수 자신의 자녀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현명한 부모는 기꺼이 이해를 한다.

 

그녀는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데도 신경을 쓴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치료가 가능합니다. 상담자는 선수들이 모든 것을 드러내 놓고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선수들이 속내를 내놓고 말할 때가 없다는 게 고민이지요. 일류 투어 프로 중에도 겉으론 방긋 방긋 웃는 선수가 고민이 있다고 들었어요”

 

“프로선수가 되면 모든 게 다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데 그것은 착각입니다. 시합도 실력과 기량, 체력이 충분히 다 갖춰지고 나가야 합니다. 매니저먼트에서 기술적 문제까지 다 보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선수를 제대로 키우려면 ‘팀’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저도 프로가 돼 스폰서를 받을 땐 몰랐는데 선수들이 수입이 어떤지, 지출은 얼마나 하는지 모릅니다. 스폰서에 대한 개념도 가질 때가 됐지요. 적어도 자신의 자동차에 스폰서 로고는 부치고 다녀야 하는 게 예의가 아닐까요.

공을 좀 잘 치면 돈을 올려달라고 난리고 반대로 성적이 떨어지면 비굴해지지요. 이런 것을 고치고 그야말로 ‘상생(相生)’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요즘은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이지요. 상생의 개념을 되새겨야 합니다”

 

권오연멘탈골프클리닉 : www.mentalgolfclinic.co.kr

031-718-9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