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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4월은 잔인한 달’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4월은 잔인한 달’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에 부쳐


악몽입니다.
더 이상 꿔선 안될 끔직한 꿈입니다.
결코 일어나선 안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4월에 말입니다.

그 꽃다운 청춘들이 무더기로 생명을 잃은 날
우리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사람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이 어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육지가 빤히 보이는 바다에서
수백명의 생명이 침몰해가는 여객선에서
울부짖고 있는데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살아야 할 자 살고,
죽어야 마땅할 자 죽어야 하는 것이
순리인데도
도대체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만 같습니다.

얼굴을 들기가 부끄럽습니다.
죽어간 젊은 영혼들에게 죄스럽기만 합니다.
뒤늦게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면
그들에게 용서라도 빌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늘을 보기가 이렇게 부끄럽고,
무기력하고
한편으론 분노가 치밀어 오른 적은 없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한없는 슬픔이 솟구쳐 오릅니다.
도대체,
국가는 무엇이며 대한민국은 무엇입니까.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인데
우리 대한민국은 그 일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부끄럽고 참담할 뿐입니다.

세상은 또 우리를 어떻게 볼지
덜컥 겁이 납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IT강국,
한류의 발상지라고 봐줄까요?

이젠 우리 모두가
악몽에서 깨어 나야 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챙겨나가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억울하고 아깝게 죽어간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인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기본과 원칙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일이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면 그뿐입니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T.S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지요.
그러나 더 이상 4월이 잔인한 달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