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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수들의 성공과 실패는?

MK포커스-외인투수①] 파워 버린 ‘한국형 외인’ 성공시대


       
 외국인투수들의 성공과 실패에는 다 이유가 있다. 왼쪽부터 밴 헤켄(넥센), 더스틴 니퍼트(두산), 벤자민 주키치(LG), 쉐인 유먼(롯데), 브랜든 나이트(넥센) 사진=MK스포츠 사진팀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바야흐로 외국인투수들의 시대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로 8개 구단 16명의 외인선수들이 모두 투수로 채워졌다. 단순히 양만이 아니라 질도 남다르다. 투수 부문 주요 지표는 이제 더 이상 한국 선수들의 몫이 아닌 그들 간의 경쟁이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는 확연히 갈린다. 잘 뽑은 외인 선수들이 팀의 성적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26일 현재까지 시즌 중 교체 외국인선수는 KIA 1명, SK 1명, 한화 1명, 총 3명으로 나머지 투수들은 성적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순항중이다. 또한 외국인 투수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은 비슷한 궤적을 공유하고 있다.

 

▲ ‘파워’ 시대 저물고 ‘제구력’ 시대 왔다

 

외국인투수들이 달라졌다. 투구 패러다임의 변화다. 속구를 앞세운 ‘파워’를 1순위 덕목으로 꼽던 트렌드가 제구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제구력이 들쭉날쭉해도 150㎞만 넘으면 속구에 방망이를 헛돌리는 장면은 줄어들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바뀐 추세다. 외인투수들의 전체적인 구속은 줄었지만 제구력은 부쩍 향상됐고 독특한 강점을 지닌 선수들이 늘었다.


올 시즌 다승, 평균자책점, 이닝, 탈삼진,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 등의 주요지표를 차지한 투수들은 공통적으로 볼넷이 적다. 평균자책점 10걸 중 볼넷이 40개를 넘는 투수가 없다. 30개 이상도 이용찬(두산, 33개)과 니퍼트(두산, 36개) 밴 헤켄(넥센, 32개) 3명뿐이다. 대부분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투구 내용을 보면 외인 투수들의 제구력 향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MBC 스포츠 플러스 양상문 해설위원은 “해외 투수들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짧게 정리하면 뛰어난 제구력과 변화구의 유무다. 과거에는 속구를 잘 던지는 투수들을 각 구단들이 선호했지만 이제는 제구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찾는다”라며 “한국 야구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이 빠른 한국 투수들도 많아졌다. 속구에 대한 경험치가 쌓인 한국 타자들은 이제 선구안도 부쩍 향상됐다. 전력 분석도 세분화돼 단순히 힘으로 윽박지르는 유형, 다양한 변화구 레퍼토리를 장착하지 못한 선수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무대가 됐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명투수 출신의 KIA 선동열 감독과 넥센 김시진 감독 역시 공통적으로 제구력을 성공 과제로 꼽는다. 선동열 감독은 “풀카운트에서 원하는 곳에 속구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으면 10승 투수는 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거기에 동일 조건 변화구가 더해질 때마다 5승씩이 추가된다는 첨언이다. 선 감독은 “뛰어난 외국인 투수들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외국인투수들을 한국에서 교육시켜 써야 된다”면서 “앞으로는 한국 투수들과 동일하게 제구력의 잣대로 투수를 평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시진 감독 또한 틈 날 때마다 투수들의 제구력을 강조한다. 김 감독에게 투수들의 볼넷 허용은 절대 피해야 하는 과제다. 김 감독은 “투수들의 기본은 제구력이고, 제구력의 첫 번째는 강한 자신감과 견고한 정신력이다. 던질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안 된다. 피해가는 승부를 하다보면 볼넷을 허용하게 되고, 투구수가 늘어나면 자신이 호투할 수 있는 확률은 당연히 떨어진다”면서 “볼넷은 거의 실점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된다. 3할 타자들도 10번을 승부하면 7번을 막아내는데 왜 피하는가? 선발투수는 물론 특히 적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 투수들은 더 그렇다”고 거듭 제구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6승 2패 평균자책점 2.23(1위)으로 호투중인 브랜든 나이트(넥센)의 괄목할 변화도 무릎회복으로 제구력과 볼 끝의 움직임이 좋아진 점을 꼽았다.


올해 외국인 투수들 중 150㎞이상의 평균 구속을 꾸준히 기록 중인 선수는 한화의 데니 바티스타와 LG의 레다메스 리즈 정도다. 그 중 바티스타는 현재 실패 쪽에 가까운 선수이고, 리즈는 시행 착오를 겪었다. 바티스타는 1승 3패 7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6.55을 기록 중이다. 22이닝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는 30개를 기록해 낙제점 수준의 제구력을 보이고 있다. 리즈는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서 불안한 투구를 거듭하다 다시 선발로 복귀해 안정을 찾고 있다. 그 외 나머지 투수들은 대부분 140㎞ 중후반대의 속구에 안정적인 제구력을 앞세우고 있다.

벤자민 주키치의 투구폼은 일반 상식과 궤를 달리한다. 사진=김현민 기자


▲ 낯선 얼굴…희소성 있는 스타일


희소성도 무기다. 상대적으로 낯선 얼굴, 낯선 유형의 스타일이 올 시즌 신상 대세다.


외국인 투수들 중 최고참은 2009년 시즌 중반 합류한 4년 차 선수 브랜든 나이트 병장. 2010년부터 합류한 라이언 사도스키(롯데)가 상병. 나머지 군번은 꼬였다. 투수들은 대부분 2011년부터 아니면 2012시즌 한국에 입국했다. 신병은 총 8명. 마리오 산티아고, 데이브 부시(SK), 앤서니 루르(KIA) 밴 헤켄(넥센) 쉐인 유먼(롯데) 스캇 프록터(두산) 미치 탈보트(삼성) 션 헨(한화)의 절반이다. 한 시즌에 특정 투수를 한 팀이 대여섯 차례 정도 만난다고 보면 이들은 매번 익숙하지 않은 투수들인 셈이다.


투수들의 유형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한다. 좌완 헤켄과 유먼은 공을 끝까지 숨겼다가 팔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듯 한 투구폼이다. 이들을 상대한 타자들은 대부분 공이 손에서 떨어지는 시점인 릴리스 포인트를 찾기 어려워한다. 거기에 두 선수 모두 까다로운 변화구를 가지고 있어 타자들을 미혹에 빠뜨렸다. 시즌 전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유먼(5승2패, 평균자책점 2.43)과 헤켄(5승2패, 평균자책점 3.12)의 상승세는 이런 낯설음이 큰 몫을 차지했다.


2년차라 할지라도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유형도 있다. 203cm의 더스틴 니퍼트(두산)는 내려꽂는 듯한 속구와 커터와 싱커의 조합을 구사한다. 손에서 발사된 순간 각도가 잡힌 투구는 대부분 낮게 제구 돼 타자들의 방망이 밑 부분에 맞아 범타가 될 확률이 크다. 허공에서 공이 뚝 떨어지는 듯한 투구폼은 익숙해질 수 없는 마의 각도다. 이런 위력을 바탕으로 니퍼트는 2년차에도 여전히 경쟁력(8승4패, 평균자책점 3.14)을 유지하고 있다.


좌완 주키치 역시 역동적이고 독특한 투구폼을 지니고 있다. 투수들은 보통 투구 시 발을 착지하는 스트라이드 동작을 투구 방향과 일치시킨다. 그러나 주키치는 1루와 홈 플레이트 중간 방향으로 오른발을 착지시키고 상체를 더 비트는 투구를 한다. 이는 팔 스윙이 끝까지 감춰지는 효과가 있다. 타자들이 평균 145㎞ 정도의 주키치의 속구에도 타이밍 싸움에서 애를 먹는 부분이다.


MBC 스포츠 플러스 손혁 해설위원은 외국인투수들의 희소성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손 위원은 “올 시즌 유독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유형의 투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 선수들은 한 시즌을 치르면서 자주 만나기 어렵다. 한국 타자들이 이런 부분에서 아직 파악이 덜 된 부분도 강점이다”라고 진단했다.


양상문 위원의 견해 역시 비슷했다. 양 위원은 “헤켄, 유먼, 주키치 등의 투수들이 투구폼이 특이한 유형으로 좋은 제구력에 좋은 변화구까지 보유하고 있어서 공략하기 쉽지 않다. 이들 투수들이 시즌을 치를수록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도 없다. 낯설음의 경쟁력은 시즌을 다 치른 다음 비로소 평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낯설음을 대할수록 특징을 잃을 수밖에 없지만 외국인투수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주키치는 지난해 맹위를 떨친 커터에 새롭게 투심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을 다듬어 장착했다. 니퍼트는 커터와 싱커의 제구를 더 가다듬었고 유먼과 헤켄은 속구 위주로 볼 배합을 바꾸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형 외인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브랜든 나이트(넥센 히어로즈)가 7승 도전에 실패하자 김병현과 선수들이 그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한희재 기자


▲ 이젠 한국형 ‘외인시대’


‘Oh my sweet home’을 노래하면서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외인선수들 대신 한국형 외국인선수들이 뜨고 있다. 적응력이 외국인선수들의 성공의 가장 큰 요소가 됐다. 리그를 폭격할 정도의 높은 외국인선수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고, 한국 스타일에 적응하는 선수들을 찾는 것이 보다 중요해졌다.


브라이언 배스(한화 이글스)는 2경기 15타자들을 상대해 1⅔이닝 평균자책점 48.60의 성적을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2009년부터 맹활약한 ‘터줏대감’ 아퀼리노 로페즈(SK)도 어깨 부상으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KIA도 한 장의 교체카드를 썼다. 호라시오 라미레즈는 롤러코스터 피칭과 위력이 떨어진 투구로 안정감을 주지 못했고, 도미니카 출신의 파이어볼러 헨리 소사가 대신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KIA 선동열 감독은 라미레즈를 소사로 교체하기 직전 외인선수들의 적응의 고충을 공감했다. 선 감독은 “나도 일본에서 뛰어봤지만 곧바로 외국에서 활약하기는 쉽지 않다. 적어도 1년은 시간을 줘야하는 것이 맞다. 나도 요미우리 같은 팀에서 뛰었다면 곧바로 방출 당했을 것이다”며 외인선수들의 적응이 쉽지 않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돈을 받고 외국에서 뛰는 ‘용병’이라면 적응력과 빠른 활약도 필수다. 오히려 외국인 투수들을 한국 야구에 맞게 적응시키고 교육해야 되는 상황이 왔다”라며 아쉬워했다.


선 감독의 발언과 고충에는 한국 타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점도 한 몫을 했다. 한국은 작전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시원스러운 타격을 강조하는 미국 스타일의 ‘빅 볼’보다 세밀한 작전 구사가 많은 일본식의 ‘스몰 볼’을 구사하는 편이다. 더군다나 선구안이 좋은 타자들이 많아 스트라이크를 커트해내고 실투를 노리는 타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한국에 처음 온 외인 투수들은 한국 야구 스타일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입단 초 롤러코스터 피칭을 했던 헨리 소사(KIA)역시 두 번째 등판 부진 후 “타자들이 많은 공을 커트해내서 힘들었다”는 소감을 밝힌 것이 이 경우다. 소사도 한국형 용병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에 와서 미세한 투구폼의 수정을 거치고 한국야구에 적응해가며 안정세를 찾고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선수들과의 융화도 중요한 요소다. 팀 스포츠인 만큼 하나의 팀이 되는 과정도 중요하다. 외국인 선수들은 보통 팀 성적보다 자신의 성적관리와 몸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경우가 잦다. 특별대우를 요구해 팀 분위기를 저해시키거나 돌출행동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허나 이제 그런 모습들이 거의 사라졌다. 한국말로 인사도 곧 잘하고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바티스타, 소사, 마리오, 앤서니 등은 대표적인 한국 친화형 선수들이다. 베테랑 나이트는 ‘모범형’ 선수. 이미 한국형 외인이 다 됐다. 김시진 감독은 아픈 무릎에도 팀의 상황에 따라 꾸준히 등판한 나이트에게, 나이트는 무릎 부상으로 부진했음에도 자신을 영입하고 기다려 준 김 감독에게 상호 신뢰가 깊다.


그라운드 밖이나, 덕아웃에서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유형의 선수들이 줄어들고 성실한 유형의 선수들이 점점 자리를 잡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다.


좋은 외국인선수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모 구단의 관계자는 “점점 좋은 선수들 구하기가 힘들다. 한국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일본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데려간다. 도미니카 리그 등 윈터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를 하는 상태라서 시즌 전체 활약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라며 좋은 선수 찾기가 힘든 고충을 토로했다. 윈터리그 활약을 보고 계약을 했다가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이런 경우다.


관계자는 “시즌이 시작되면 고충은 더하다.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에서 뛸 만한 유형의 선수들은 빅리그 콜업을 마냥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선수 기근 현상은 더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이런 외국인선수 수급난 속에서 성공과 실패의 사례들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경우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야구는 공통적으로 투고타저의 흐름 속에 점점 세밀하고 전략적인 야구로 진화해가고 있다.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변화 과정에 있는 한국야구도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자료제공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