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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관련된 징크스 (Golf Jinx)

 

스포츠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불길한 현상들이 종종 일어난다. 혹자는 이를 저주라고 부르기도 하고 징크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징크스는 재수 없고 불길한 현상에 대한 인과 관계적 믿음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전혀 내려오는 집단적이고 개인적인 것이기에 사람들은 징크스를 하나의 믿음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대표적 징크스의 예는 미국프로야구의 밤비노의 저주와 염소의 저주다. 염소의 저주는 지난 해 108년 동안의 기다림 끝에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풀렸다. 컵스 우승의 재물이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길고 긴 와후 추장의 저주를 이어 나갔다. 와후 추장의 저주는 이제 메이저리그에 남은 가장 오래된 저주가 되었다.  
이런 징크스는 스포츠 전체에 일종의 종교처럼 확산돼 있다. 농구에도 징크스가 있고 축구에도 징크스가 있다. 선수 개개인에게도 알게 모르게 수많은 징크스들을 가지고 있다. 골프에도 다양한 징크스가 있다.  

Editor 방제일  사진 골프가이드 DB 


‘숫자’ 징크스  

프로 골퍼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징크스는 숫자에 관한 징크스이다. 골프공에는 자신의 공임을 확인하기 위한 숫자가 적혀 있다. 1부터 4까지의 숫자 중 선수들이 선호하는 숫자는 단연 1이다. 우승을 의미하는 1번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시아권 선수들은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은 4를 기피하는 경향도 있따. 박인비도 4번 공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4번 공을 사용해 우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양용은 PGA 챔피언십에서 3번 공으로 우승한 경험이 있어 3번 공을 사용한다. 이와 반대로 예스퍼 파네빅은 3번 공만 쓰리 퍼트를 한다는 이유로 3번 공을 기피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홍란은 골프볼에 빨간색 점 3개를 찍는 징크스가 있고, 김효주와 홍산은 첫날은 1번, 둘째 날은 2번 등 라운드와 일치하는 공을 사용하는 선수도 있다.  


‘대회’ 징크스  

조던 스피스


마스터스 징크스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유독 이상한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세간의 사람들은 이를 마스터스의 저주라고 명명하기도 하고 인디언의 저주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터 C.C에서는 지난 1931년 12번 홀(파3)에서 아메리칸 인디언의 무덤이 발견된 적이 있다. 따라서 이 홀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 가장 대표적이었던 것이 지난해 조던 스피스다. 스피스는 지난 2015년 마스터스 우승에 이어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선두를 달리며 사실상 2연패를 예약한 상황이었따. 그런데 최종 4라운드 12번 홀(파3)에서 무려 7타를 치는 어이엇는 실수로 다 잡았던 그린 재킷을 놓쳤다. 스피스는 경기 후 자신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애써 실망감을 감췄다.  
비단 스피스뿐만이 아니다.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은 PGA 투어 20승을 포함, 유럽과 호주, 일본 등에서 총 94승을 올린 당대 최고의 골퍼였다. 그는 메이저 우승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마스터스 대회는 더 운이 따르지 않았다. 198년 래리 마이즈와의 연장전에서는 마이즈의 말도 안 되는 50야드 피치 샷 우승버디로 인해 그린 재킷을 놓쳤다. 9년 후 6타 차 선두로 나선 최종 라운드에서는 6오버파를 치며 자멸하기도 했다. 마스터스에서는 

“파3 콘테스트 우승자는 그린재킷을 입을 수 없다”는 징크스도 있다. 대회 개막 하루 전 선수들이 가족을 동반해 즐기는 파3 콘테스트는 대표적인 마스터스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이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면 본 대회에서 우승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 역사도 그것을 방증한다. 지난 57년간 파3 콘테스트 우승자 중 본 대회 최고 성적은 1990년 레이먼드 플로이드와 1993년 칩 벡의 준우승이었다. 이에 파3 콘테스트에는 우승을 노리는 우승 후보들이 대거 불참하고 있기도 하다.  
 

필 미켈슨


필 미켈슨에게만 유독 힘겨운 US 오픈 징크스 

골프의 신은 미켈슨에게 정녕 US오픈 우승을 허락하지 않을 것인가. US오픈과 미켈슨의 지긋지긋한 악연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US오픈에 출전한 미켈슨 대회 기간 내내 아내의 출산을 걱정했다. 출산 조짐이 보인다는 연락이 오면 곧바로 대회를 포기하고 귀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던 미켈슨은 그 해 대회에서 준우승을 ‘준수’한 성적을 거둔다. 악연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그 후 미켈슨은 2002년, 2004년, 2006년, 2009년, 2013년까지 여섯 차례나 마스터스에스 2위를 그쳤다. 돌이켜보면 매 순간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그 절정은 지난 2006년이다. 최종 라운드에서 1타 차 선두로 마지막 18번 홀(파4)을 시작했던 미켈슨은 더블보기를 기록한다. 이 더블보기로 그는 눈 앞에 있던 우승컵을 놓치고야 만다. 그 후에도 계속해서 US오픈에 도전했지만 징크스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1990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오픈에 첫 출전한 필 미켈슨은 27번째 US오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과연 필 미켈슨은 올해 이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혹자는 미켈슨이 영원히 US오픈에 우승하지 못한 채 징크스를 유지했으면 싶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US오픈을 즐기는 또다른 구경요소이기 때문이다. 보는 골프팬들은 즐거울테지만, 미켈슨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아니고 2020년쯤 극적으로 미켈슨이 US오픈에서 우승하기를 고대해 본다.  
(필 미켈슨은 US 오픈에서 우승한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아놀드 파머


아놀드 파머의 PGA 챔피언십 징크스 

지난 해 9월 타계한 ‘골프의 왕’ 아놀드 파머에게는 PGA챔피언십이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덫’으로 작용했다. 마스터스 4승을 비롯해 US오픈 1승, 디 오픈 2승 등 메이저 대회에서만 7승을 기록했다. PGA투어 통산 62승이라는  기록도 있다. 그런 그도 PGA 챔피언십에서는 이상하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US오픈의 필 미켈슨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아놀드 파머도 PGA챔피언십에서 3차례나 준우승에 그쳤다. 

세리히오 가르시아


세르히오 가르시아, 메이저 무관 징크스  

마스터스, US오픈, 디 오픈, PGA 챔피언십은 남자 프로 골퍼라면 누군나 한번쯤은 우승을 꿈꾸는 무대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네 대회는 메이저 대회란 명칭을 가지고 있으며 이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이들은 그랜드 슬래머(Grand Slammer)라는 이름으로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러나 그랜드 슬래머는 골프의 신이 선택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명예다.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우승컵을 들어보는 것을 현실적 목표로 가진다. 메이저 우승을 단 한번도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골퍼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 중 가장 아쉬운 경우는 세르지오 가르시아다. 지금은 많이 빛바랜 이름이지만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타이거 우즈와 투어 내에서 ‘앙숙’으로 유명했다. 가르시아보다 우즈가 5살이나 많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가르시아는 우즈의 신경을 건드리는 여러 차례 발언을 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지난 1999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지기도 했다. 물론 우승은 우즈의 몫이었다. 이 때부터였을까? 가르시아는 그 후 20년 째 메이저 무관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가르시아는 메이저 대회에서 유독 약한 면모를 보여주며 우즈와의 앙숙관계는 자연스럽게 청산됐다. 그는 약 70번의 메이저 대회에 참가해 단 한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상금 규모가 비교적 큰 WGC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한 적이 없다. 골프 호사가들은 그를 가리켜 새가슴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비교적 메이저급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8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다. 이런 가르시아가 가장 통탄할만한 대회는 2007년 디 오픈이다. 이 대회에서 가르시아는 파드리그 해링턴에서 플레이오프 접전 끝에 패했다. 

리키 파울러


가르시아와 같은 메이저 무관 징크스의 대를 잇는 선수는 리키 파울러다. 파울러도 메이저 대회만 가면 본연의 골프 스타일을 잃는다. 메이저 징크스로 인해 파울러는 지난 2015년 PGA투어에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익명의 설문조사에서 ‘투어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 부문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이에 대해 파울러는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은 파울러가 아직까지 젊다는 것이다. 그는 1988년 생으로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을 맞이했다. 미국 나이로 하면 28세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젊고 프로 골퍼로서 메이저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많은 파울러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며 과대평가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가능성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파울러도 이를 의식한 듯 매년 메이저 대회 우승이 목표라는 각오로 투어에 임하고 있다.  

브라이니 베어드


한편, 가르시아와 파울러의 메이저 대회 무관이라는 꼬리표에 배부른 소리라고 할 만한 이가 있다. 그는 브라이니 베어드다. 베어드는 골프팬들에게 무척이나 낯선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메이저 대회는커녕 일반 대회에서 조차 우승이 없는 ‘진짜 무관’의 선수다. 1999년 PGA 투어에 데뷔한 베어드는 우승이 없는 선수 가운데 최다 준우승(6회)과 최다 상금 기록(1325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거의 400회 가까운 PGA 투어 대회에 참가했음에도 단 한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프라이스닷컴오픈에서 우승할 기회가 있었으나 브라이스 몰더에게 연장패했다. 2013년 맥글래드리클래식에서는 크리스 커크에게 1타 차로 우승을 내주기도 했다. 그는 맥그래드리클래식이 끝나고 “정말 마음이 아프고, 실망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인비


박인비의 국내 대회 징크스  

지난해 박인비는 112년 만에 열린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골든 그랜드슬램’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작성했다. 이런 박인비에게도 징크스가 있다. 그것은 국내 대회에서 단 한차례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LPGA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딴 그랜드 슬래머가 국내 대회 우승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만은 그래도 어딘가 찜찜함이 앞선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 올 때마다 겪은 빡빡한 일정이다. 박인비는 LPGA를 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국내 무대에 올 때는 시차 적응 및 일정 조율, 컨디션 관리가 중요함에도 박인비는 묵묵히 힘든 일정을 감내해 왔다. 또다른 요인은 낯선 환경을 꼽을 수 있다. LPGA에서 투어를 시작한 박인비에게 국내 골프장을 생경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고작 참가하는 대회수도 매년 1-2개밖에 없다. 박인비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실력 부족으로 돌린다. 아쉽기만 하다라고 말한 바 있고, 한번은 꼭 우승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인비가 KLPGA에서 우승할지 못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혹여나 박인비가 국내 대회에서 우승컵을 못 들어올린다고 해서 그의 커리어에 흠으로 남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이미 박인비가 보여준 모습이, 쌓아온 기록이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다. 

‘색깔’ 징크스  

빨간 바지의 마법 김세영


메이저 대회 징크스말고도 다양한 징크스들이 있다. 특히 선수들 개개인마다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징크스는 역시 타이거 우즈다. 타이거는 우즈는 최종 라운드에서는 반드시 빨간색 셔츠를 입는다. 빨간 셔츠와 검은 바지는 타이거 우즈의 대표적 상징이 되었다. 우즈가 빨간 셔츠를 입는 이유는 그의 어머니가 점성술사에게 들은 우승 비책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우즈는 빨간 셔츠를 입고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즈의 뒤를 잇는 ‘레드 마니아’는 김세영이다. 김세영은 빨간 바지를 선호한다. 그래서 혹자는 김세영을 ‘공포의 빨간 바지’라고 부리기도 한다. 김세영은 빨간 바지를 입으면 유독 마음이 편해지고 기운이 샘솟는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앞선 상황이 아니라 특히 추격할 때에 김세영의 빨간 바지는 상대에게 더 공포를 심어준다. 이런 김세영의 빨간 바지는 아버지 김정일씨의 조언에서 출발했다. 우연히 사주를 보러 갔다가 김세영의 불같은 성격을 빨간색이 눌러준다는 말에 빨간색을 권유한 것이다. 이 조언을 듣고 김세영은 빨간 바지를 선택했다.  

타이거 우즈


우즈와 ‘빨간 셔츠’나 김세영의 ‘빨간 바지’의 과학적 근거는 분명 미약하다.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과학적 근거보다 미신이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믿음은 종종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징크스는 징크스일 뿐 

징크스는 잘못된 미신일 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 두 개의 징키스를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일 수 있으나 너무 목 맬 필요는 없다. 특히 골프에서 징크스를 만드는 것은 특정 개인인 경우인 허다하다. 보는 이들은 징크스가 있는 것들이 경기를 즐기기 흥미로운 요소다. 징크스를 가진 본인은 죽을 맛일 것이다. 그래도 결국 징크스를 만드는 것도, 극복하는 것도 본인의 몫이기에 곁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다만 징크스에 강박이 잡힌 나머지 본연의 스타일과 목적이 전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