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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 유명 골프선수의 아버지라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 데스크칼럼 ]


                                                      (김해림 선수)

 

 

 

유명 골프선수의 아버지라면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김해림(28·롯데). 웬만한 골퍼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정규투어 프로다. 골프 실력도 뛰어나지만 선행(善行)으로도 널리 알려진 선수다. 오죽하면 그의 별명이 ‘기부천사’이겠는가.

그런 김해림이 최근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아버지의 갑질(?)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의 소속사 매니저에게 고성과 폭력을 행사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문제가 되자 김해림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파문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해림이 7월 16일 끝난 일본 JLPGA(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사만사 타바사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는 기사에는 그녀의 아버지 갑질을 비난하는 댓글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 일부 댓글은 그녀의 아버지 뿐만 아니라 김해림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참 무섭다. 여론이란게 그렇다. 아무리 골프 실력이 좋고 선행을 많이 해도 한번 잘못한 일이 있으면 쉽게 용서하지 않는다. 골프팬은 냉정하다. 그래서 선수는 물론이고 선수 가족들도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한번 잘못하고 나면 원상회복하기가 어렵다.

안타까운 것은 유소연(27·메디힐)도 마찬가지다. 유소연은 선수로선 나무랄 때 없을 정도로 성실하다. 실력 좋고 매너 좋다. 최근 여자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다. 올 들어선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2승을 올리고 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유소연 선수)

그런 유소연도 아버지가 지방세 체납과 납부 과정에서 일으킨 불미스런 일로 대신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다.

두 사례에서 보듯 아버지 잘못으로 선수인 딸이 곤혹을 치르고 사과문까지 발표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일각에선 “아버지가 잘못한 일을 가지고 왜 딸인 선수에게 비난을 퍼붓느냐”며 이는 ‘연좌제’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 아버지가 유명 선수의 아버지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무 이름 없는 자식의 아버지라면 그 자식을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 인사가 지녀야 할 도덕적 의무)’가 중요하다.

유명 골프선수의 아버지는 그만큼 도덕적으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삼가야 한다. 언행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유명 골프선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이미 공인(公人)이나 마찬가지다. 공인은 보통 사람과 달라야 한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수많은 프로 선수 중에서 이름 없는 선수의 아버지가 그런 일을 했다면 파문은 분명 다르게 나타났을 것이다. 그게 유명선수가 갖고 있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우리가 아무에게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진 않는다.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기대하고 요구한다. 이는 한편으론 부담이지만 한편으로 영광이기도 하다. 누구나 원한다고 다 그런 위치에 설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자식이 애써 쌓아올린 공든탑을 하루 아침에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아버지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러기엔 선수가 너무 아깝다.

골프팬들의 비난에 선수가 상처를 입고 자신의 기량을 다 펴지 못한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