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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드레스코드’ 논란, 쟁점은 무엇인가 上

[골프가이드 방제일 기자]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골프웨어는 대부분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전문 골프웨어를 표방한 브랜드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런 브랜드들이 꼭 골프를 치기에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드레스코드(Dress Code:특정 행사나 모임에서 요구되는 복장) 란 이름하에 골프장에서는 갖춰야 할 복장이 정해져 있다.
 
최근 골프가 생활 스포츠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골프 관련 드레스코드가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 옛날에는 카라(collar) 없는 셔츠는 드레스코드에 위반되기에 입장이 종종 제한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주로 남자의 경우 제한하는 옷은 청바지나 반바지, 민소매 셔츠, 스포츠 점퍼, 등산복처럼 좌우에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바지나 트레이닝복 등이다. 여성의 경우도 남성의 경우와 비슷하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노출이 지나치게 심한 옷 등도 드레스코드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일반 골퍼들의 경우 드레스코드란 명목하에 골프장에서 출입을 딱히 제지할 방법은 크게 없다.
 
다만, 골퍼 스스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알아서 조절하고, 구색을 맞추는 형태로 지금껏 무탈한 라운드가 진행됐다. 반면 최근 프로 투어에서는 드레스코드가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드레스코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미셸 위


 
지난 7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선수들의 의상에 대해 기존보다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드레스코드’ 논란이 가속화됐다. 규정에 따르면 어깨와 등 부분이 깊게 파인 레이서 백은 목 주위의 카라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 레깅스를 착용하려면 치마 혹은 바지를 받쳐 입어야 한다.
 
이 새로운 규정은 지난 7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규정을 위반하면 벌금 1000달러(약 113만 원)을 해당 선수에게 부과한다. 계속해서 규정 위반 시 벌금은 2배씩 상승한다. 
 
이 규정의 적용을 두고 선수들과 협회의 갈등을 고조됐다. 특히 재미동포 미셸 위(28)를 겨냥해 규정을 제정한 것 아니냐의 논란이 크게 대두됐다. 미셸 위는 올해 초부터 등의 어깻죽지를 훤히 드러낸 민소매 상의를 입고 대회에 종종 출전했다. 뿐만 아니라 무릎 위 20cm까지 올라오는 치마는 미셸 위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이런 미셸 위의 모습은 이번 규정으로 인해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번 ‘드레스코드’ 규칙은 신체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간편한 복장을 자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LPGA는 프로암 행사에 입는 드레스코드도 강화했다. 명목은 선수들이 프로암 파티에 입는 옷도 프로 선수 이미지에 들어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복이나 정장용 청바지는 허용하지만 끝단을 잘라낸 청바지나 찢어지는 청바지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상황이 이렇게 강압적으로 흐르자 산드라 갈을 비롯한 선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테니스에는 허용되는 드레스코드가 왜 골프에서는 허용이 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드라 갈은 “여성으로서 매력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산드라 갈의 의견에는 많은 선수들이 동조하고 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있었다. 크리스티나 김은 “선수는 운동선수처럼 보여야 한다"라며 LPGA 규정에 동조하는 의견을 보였다.
 
미국 언론 및 골프 기자들은 LPGA 투어가 복장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여자 테니스 선수들은 레이서 백과 미니스커트 등을 입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여자 테니스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메이저 대회에선 남자와 동등한 상금을 받는다는 것 또한 여자 선수들의 불만 토로의 큰 이유로 작용했다.

 미셸 위에게 민소매 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제공하는 나이키는 “땀을 빠르게 말려주고 스윙을 편하게 해준다”면서 “운동선수에게 최적의 의상”이라고 밝히며 간접적으로 LPGA를 비판했다. 
     
LPGA와는 다른 PGA의 행보

    
 
여성 골퍼들의 ‘드레스코드’가 강화된 것과 달리 남성 골퍼의 드레스코드는 점차 완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우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펼쳐진 연습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반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화려한 패션으로 ‘오렌지 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리키 파울러(29)는 회색 반바지를 입고 연습라운드에 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최연소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노리는 조던 스피스 또한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갤러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젊은 선수들만 반바지 대열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다. 폴 케이시, 윌리엄 맥거트 등 베테랑 선수들도 다리를 드러내놓고 새로운 복장 규정을 만끽했다. 이 같은 진풍경은 지난 2월 폴 레비 미국 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 회장이 “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의 연습 라운드에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겠다"라고 발표한 데 따른 변화다. 
 
미국 골프협회는 PGA 투어의 모태격으로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주관하는 단체다. 협회의 새로운 복장 규정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그동안 남자 골프선수들은 보수적인 복장 규정으로 인해 아무리 더워도 반바지를 착용할 수 없었다. 반바지뿐 아니라 청바지, 트레이닝복 등도 모두 골프의 전통 있는 이미지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지난해 유러피언투어(EPGA) 회장에 부임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키스 펠리가 연습라운드와 프로암에서 반바지를 허용했고 대런 클락(49), 리 웨스트우드(44) 등 투어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자 PGA 투어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유럽에서 불어오는 복장 자유화 바람을 타고 미국 골프협회,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등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연습라운드에서 반바지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PGA 투어는 일단 “복장 규정을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와 같이 언제든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일 열린 자세도 동시에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