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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과 그림이 만나 탄생한 새로운 예술세계

“세상에 보이는 것은 뭐든지 다 그릴 수 있다. 평면에 그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 골프공에도 그릴 수 있다.”

 “세상에 보이는 것은 뭐든지 다 그릴 수 있다. 평면에 그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 골프공에도 그릴 수 있다.”

골프공과 그림이 만나 탄생한 새로운 예술세계

‘골프공 그림 갤러리’ 밴드 제2회 정기 전시회


지름 42.67㎜ 작은 골프공에 온갖 그림을 그려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전시회를 가졌다. 물론 그림 뿐만 아니다. 글씨도 좋고 어떤 문양도 좋다. 일반 도화지에 그리고 쓸 수 있는 모든 것은 골프공에 그대로 다 그리고 쓸 수 있다.

‘골프공 그림 갤러리’ 회원들이 지난 8월 2~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루벤’에서 제 2회 정기 전시회를 가져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관람객들은 “이런 전시회는 처음이고 참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일부는 어떻게 골프공에 그림을 그리는 지 방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직접 골프공에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
김효요 루벤 관장은 “생각보다 훨씬 기대치 이상이라 좋다. 관람객들이 신기해서 들어왔다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가는 것을 보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뜻 생각하면 작은 골프공에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여길지 모르지만 실제로 작품을 보면 온갖 그림이 다 있다. 각종 꽃에서부터 인물, 만화 캐릭터, 나무, 유명 건축물, 새, 달마 등 없는 게 없다. 
이 모임의 노미해 회장은 “세상에 보이는 것은 뭐든지 다 그릴 수 있다. 평면에 그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 골프공에도 그릴 수 있다.”고 했다.
 
 
골프공에 그린 소재는 꽃과 새, 인물, 만화 캐릭터가 많다. 꽃도 가지각색이다. 노미해(세명) 회장과 권효진(쌤), 장서연(나름볼아트), 이윤정(보라천지), 한재숙(은산) 회원이 출품한 작품에 꽃이 들어있다. 골프공이 작다보니 주로 꽃송이를 그렸다. 꽃모양은 제각각이다. 장숙희(단한), 노철구(하늘,,♧) 회원은 새를 그리고 김대영(기산), 홍혜숙(사랑향기), 장숙희(단한), 변현주(amy), 곽은순, 정호애(카타리나), 김영순(방울이) 회원은 인물이나 만화 캐릭터를 그렸다.특히 김대영 회원이 그린 달마는 단번에 눈에 띄는 독특한 그림이다.
홍정원(제이원), 도미현(현이) 회원은 붉은 꽃이 핀 큰 나무를 그렸다. 배대성(철인28호) 회원은 로마의 콜롯세움 등 유명한 고대 건축물을 소재로 택했다. 김인숙(솜사탕) 씨는 드럼과 심블즈를 신나게 연주하고 있는 긴 생머리의 아가씨를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이 모임 총무인 이규완(이화) 씨는 골프공 커버(내부를 제거한 부분)로 연필꽂이와 고양이모빌 같은 조형물을 만들었고, 장서연(나름볼아트) 변현주(amy) 씨는 각각 골프공을 반으로 잘라 만든 시계와 노리개, 열쇠고리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찬이(헤르메스) 씨는 그림 대신 글귀를 택했다. “靑山에 살리라” “봄이 온다.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겠다.”는 글을 멋지게 썼다. 노란색 골프공에 검정색 글씨가 선명하다. 글씨만을 쓴 작품과 조형물도 있고, 골프공을 잘라 만든 시계와 노리개, 열쇠고리 작품도 있어. 작품에 사용하는 골프공은 흰색과 칼라볼 모두 사용, 새 공이 좋지만 흠집 난 공도 코팅해서 쓸 수 있어

골프공은 흰색이 가장 많다.
노란색과 분홍색, 주황색 공도 있다. 아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흰색 공에 그림을 그리면 가장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은 완전 천연색이다. 대부분 형형색색으로 곱게 칠했다. 반면 도미현(현이) 씨가 그린 큰 나무 그림은 동양화의 느낌이 물씬하고 배대성(철인28호) 씨가 그린 그림은 검정색 위주로 그린 강렬한 스케치 풍으로 힘과 무게감이 풍부하다. 노미해 회장은 “골프볼 브랜드마다 딤플(Dimple : 골프공 표면에 나 있는 움푹한 자국)이 달라 특성이 다르다. 각자 취향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해 작품을 그린다.”고 했다.
골프공 딤플은 적은 것은 300개 안팎에서 많게는 500개가 넘는 것도 있다. 모양도 원형에서부터 5각형까지 다양하다.작품에 사용하는 골프공은 새 공만 쓰는 게 아니다. 흠이 나 있는 공도 쓴다.

노 회장은 “흠이 간 공은 코팅을 한 뒤에 작업을 한다.”면서 “아무래도 새 공보다는 작업하기가 좋지 않고 오래가지 않는다.”고 했다. 골프공은 회원들이 각자 알아서 구입해 쓴다. 작년 3월 28일부터 1주일간 KBS대구방송총국(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496길 30)에서 가졌던 1회 정기 전시회 때 국내 골프공 제조업체인 볼빅에서 칼라볼을 제공해 전시회에 참가한 21명의 회원들이 2, 30개씩 나눠 가진 적이 있다고 한다.

골프공과 면봉, 네임펜(유성), 아세톤만 있으면 유화, 수채화, 한국화 모두 표현이 가능. 밴드 회원은 전국에 걸쳐 있고 직업과 연령대도 다양. 골프공 그림을 그리려면 골프공과 면봉, 네임펜(유성), 아세톤이 필요하다.
노 회장은 “면봉은 붓, 네임펜은 물감, 아세톤은 물 역할을 한다.”며 “유화, 수채화, 한국화 모두 표현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번 2회 정기 전시회에 참가한 회원은 모두 19명이다. 이 가운데 남자는 5명, 나머지는 모두 여자 회원이다. 연령대는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노미해 회장과 이규완 총무, 도미현, 이윤정 회원은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99학번 동기생이다.

거주지도 다 다르다. 19명 중 서울 거주가 4명(김인숙, 전찬이, 변현주, 홍정원)이고 대구가 3명(이규완, 도미현, 이윤정), 문경(노미해, 장숙희) 2명이다. 한재숙 씨는 천안, 권효진 씨는 김해, 장서연 씨는 영천, 노철구 씨는 세종, 김대영 씨는 포항, 정호애 씨는 부산, 배대성 씨는 고양 일산, 홍혜숙 씨는 부평, 곽은순 씨는 목포, 김양순 씨는 의정부다. 회원들이 전국에 퍼져 있는 셈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는 회원들도 많다. 8월 7일 오후 5시 현재 네이버 밴드 ‘골프공 그림 갤러리’에 가입한 회원은 225명이고 이 가운데 골프공에 그림을 그리는 작품 활동을 하는 회원들은 100명 안팎이다.
직업도 다양하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회원들은 화실을 운영하는 사람부터 초등학교 교사, 메이커업 아티스트, 교육공무원, 개인사업자, 어린이집 원장, 인테리어 사업자, 요양복지센터장, 골프장 경기과 직원, 주부, 에어컨 A/S 담당자, 금융 보험 종사자, 개인 인터넷쇼핑몰 운영자 등이다.
직업이 어떻든 누구나 골프공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바꿔 말하면 이는 직업으로 하기보다 취미 생활로 한다는 뜻이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다보니 대량 주문에 대처하기에는 한계 있어, 재료비 제외하고 골프공 그림 1다즌(12개)에 10만원 보통, 김대영 씨 달마 작품은 1500만원 넘을 예정.

김인숙 회원

그렇다면 골프공에 그림을 그리는 작품 활동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노 회장은 “선물용이나 기념품, 시상품으로 주문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대량으로 주문하면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이를 소화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면서 “개인별로 다르긴 하지만 재료비를 제외하고 1다즌(12개)에 10만원 정도 받는다. 주문하는 분이 원하는대로 글씨나 그림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노 회장은 “권효진 회원은 주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10분에 1개 꼴로 그림을 완성한다.”고 귀뜸했다.
달마 그림을 그린 108개의 골프공을 넣어 만든 액자(額子)를 걸어놓았더니 파리만 날리던 음식점이 대박이 났다고 한다. 김대영 씨 얘기다. 김 씨는 경북 영덕군 강구면 바닷가에서 횟집을 하던 지인의 주문을 받아 골프공에 달마를 정성스럽게 그려넣었다. 그가 그린 골프공 달마 그림은 모두 108개. 불교의 108 번뇌(煩惱)에서 벗어나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그런데 그 전까지 손님이 없어 폐업 직전까지 갔던 횟집이 이 그림을 걸어놓고부터 거짓말처럼 달라졌다는 것이다. 달마의 은덕 때문일까. 이 횟집은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뤘고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김 씨는 재료비 100만원을 포함해 300만원을 작품비로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며칠간 몸져 누웠다. 진을 다 뺐기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김 씨는 다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엔 108개가 아니라 365개다.

전화 통화를 통해 김 씨는 “그 지인이 이번에는 365개 골프공에다 달마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해서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직 작품값은 얘기하지 않았지만 아마 1500만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씨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지금은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며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취미 생활로 해온 골프공 그림 그리기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다.

‘골프공 그림 갤러리’ 밴드는 노미해 회장의 개인 사진 저장 목적으로 만든 데서 시작돼 2015년 8월 결성, 8월초 현재 밴드 회원은 225명, 제 1회 전시회는 작년 대구에서 내년 정기전시회는 부산에서 할 예정

‘골프공 그림 갤러리’ 밴드(동호회)는 어떻게 결성됐을까. 노 회장은 “처음엔 제 개인 사진 저장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가입 회원수가 늘어나서 동호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동호회 창립일은 2015년 8월 30일이다. 이제 막 2년이 됐다.창립 후 7개월만에 1회 정기 전시회를 대구에서 가졌고 올해가 두 번째 전시회다. 내년 전시회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부산에서 갖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 회장은 “부산에 계신 정호애 회원의 제안으로 부산 해운대나 광안리 쪽에서 전시회를 여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면서 “앞으로 여러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회장은 또 “전시회를 앞으로 1년에 한 번만 열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여는 방안도 검토해 보겠다. 장기적으로 100회까지 전시회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경북 예천에서 두성친환경미술관을 운영하고 계신 권상구(친환경예술협회 회장) 관장님께서 ‘언제든지 환영한다’며 초대전을 제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노미해 회장

노 회장은 “매년 정기 전시회를 이어가면서 골프공 그림 그리기를 대중화시켜 나가고 싶다. 또 앞으로 골프 대중화가 더 폭넓게 이뤄져 골프공에 그린 그림이 있는 아름다운 공으로 직접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골프(스포츠)와 그림(예술)이 완벽하게 접목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밝혔다. 실제 그림이 그려진 골프공을 사용해 본 결과 18홀을 플레이할 때까지는 그림이 크게 망가지지 않았다고 한다.노미해 회장 “골프공 그림 그리기를 대중화시켜 나가고 싶다. 또 골프공에 그린 그림이 있는 아름다운 공으로 직접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 골프(스포츠)와 그림(예술)이 완벽하게 접목했으면 하는 게 바람.”


골프공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

노 회장은 “2009년께 골프 마니아인 남편(장현수)이 볼을 식별하는 그림을 골프공에 그려달라고 부탁해서 우연히 시작하게 됐다. 한때 아크릴 물감으로도 그려 봤는데 방향성도 좋지 않고 골프공 무게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아 그만두고 유성 네임펜으로 그리게 됐다.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께.”라고 밝혔다.

밴드에 가입하면 누구나 쉽게 골프공에 그림 그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김영순 회원 “골프공 그림 그리기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그림을 좋아하니까 그림 그리는 것이 좋다.”

그는 자신이 익힌 기법을 밴드가 결성되고 난 뒤 밴드방(배워보기)에 자세하게 올렸다.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는 “2015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434장(컷)의 사진을 올렸죠. 저와 김석원 회원(1회 전시회에 참가했으나 2회 전시회에 불참)이 직접 골프공에 그림을 그리면서 찍어 올린 것.”이라면서 “밴드에 가입만 하면 회원들이 모두 자세하게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김영순 회원은 “유성 네임펜 외에 직물 물감(직물에 그리는 물감), 큐빅, 스티커 등 다양하게 활용해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든다. 재료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평소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느라 시간이 없어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말하자면 ‘벼락치기’ 공부와 비슷한 것.”이라며 웃었다.

김영순 씨는 한때 서양화를 하다 만 적도 있다. 그는 “골프공 그림 그리기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그림을 좋아하니까 그림 그리는 것이 좋다. 꽃을 주제로 작품을 활동을 주로 한다.”고 했다.
이날 김영순 씨가 입고 있는 바지와 쓴 모자에도 아름답게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취재 김대진 편집국장 사진 조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