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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골프장의 후안무치(厚顔無恥)



<데스크 칼럼>

 

일부 골프장의 후안무치(厚顔無恥)


 

 

후안무치(厚顔無恥). ‘낯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우리말에 ‘얼굴이 두껍다’라거나 속담에 ‘벼룩도 낯짝이 있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손가락질을 받는다. 해선 안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면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굳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럴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다. 남이야 어찌되든 자신의 배만 불리면 그만이다. 이들은 남의 사정을 배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 생각한다.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들이다. 남의 주머니를 털어 내 배를 채우면 과연 배가 부를까. 그러고도 자신은 떳떳하다고 할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하다.

 

이런 얘기를 하는 까닭은 극히 일부 골프장이 이런 후안무치한 일을 하고 있어서다. 어떤 골프장인가.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뒤에도 입장료를 그대로 받고 있거나 오히려 올린 골프장이다. 최근 많은 회원제 골프장이 대중제로 바뀌고 있다. 이유는 중과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국내 골프장은 회원제와 대중제로 나뉘는데 회원제는 대중제에 비해 세금이 비싸다. 중과세를 물기 때문이다. 반면 대중제는 일반과세다. 회원제에 비해 세제 혜택을 본다. 정부가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제 골프장에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니 회원제 골프장은 여건만 되면 대중제로 바꾸려고 한다. 작년 말까지 70여개 골프장이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했다.

 

쉽게 얘기하면 회원제 골프장은 대중제보다 세금을 더 낸다는 뜻이다. 그러니 입장객들에게 더 많은 입장료(그린피)를 받는다. 대중제 골프장은 상대적으로 세금이 적으니 그만큼 입장료를 덜 받아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그렇다면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은 이전보다 입장료를 내리는 것이 순리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골프장을 리모델링하거나 시설 개선 등이 이뤄져 입장료를 그대로 받거나 올려야 할 입장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단순히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달라졌다면 종전 입장료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올릴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10개 대중제 전환 골프장은 입장료를 그대로 받고 있다. 평균 주중 15만원, 토요일 20만원선이다. 일반 대중골프장 평균 입장료보다 4만원 안팎 비싸게 받고 있다. 여기에 입장료를 더 올린 골프장도 있다. A골프장은 전환 후 주중과 토요일 7천500원, B골프장은 토요일 2만원을 올렸다.

 

전동카트 이용료에서도 이런 낯 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카트 이용료는 2015년까지만 해도 대부분 팀당 8만원(1인당 2만원)선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대부분 골프장에서 9~10만원으로 올랐다. 입장료를 올리는 대신 카트 이용료를 올리는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당초 카트는 이용객들의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타기 싫어도 타야만 한다. 원활한 경기 운영과 골프장 수입을 위해 골프장이 들여온 것이다. 물론 노약자들에겐 크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필요한 사람은 타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타지 않도록 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대부분의 골프장에선 카트를 타도록 한다. 입장객들은 강제로 카트 이용료를 내야 한다.

 

또 더 큰 문제는 카트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전동카트는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당 가격이 1천300만원선이라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카트 이용료를 팀당 8만원을 받아도 6개월이면 구입비를 모두 갚고도 남는다고 한다. 카트를 하루에 한 번, 6개월(180일)만 돌려도 1천440만원이다. 그 다음부터는 받으면 받는대로 다 남는다. 전동카트를 10년 6개월 쓴다고 하면 나머지 10년은 순전히 남는 장사다. 물론 그동안 들어가는 부품비나 관리비는 빼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카트 장사로 남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연 2천만원만 쳐도 2억원, 1천만원만 쳐도 1억원이다. ‘카트 이용료로 폭리 취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일부 골프장은 카트 이용료를 4만원 받는 곳도 있다. 심지어 카트료를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런데도 왜 꼭 9만원, 혹은 10만원을 받아야 할까. 그 이유는 골프장이 알고 있다. 그러나 물어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골프장도 저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고도 왜 입장료를 내리지 않는지, 또 카트 이용료는 9~10만원으로 올려야 하는지 말이다. 옛말에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했다. 그러나 따지고 들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근거는 없을 것이다. ‘남이 그렇게 하니까, 혹은 다른 골프장이 올려 받으니까 우리도 올렸다’는 그 뻔한 얘기밖엔 말이다. 제발 양심적으로 장사 좀 하자. 그게 그렇게도 힘든 일인가. 그렇게까지 돈 벌어서 어디다 쓸려고 하나. 있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게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아닌가. 그걸 잊어버리면 그건 그냥 ‘장사치’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