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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문과 고진영


<데스크 칼럼> 

배상문과 고진영


                        배상문 
 

배상문(31)과 고진영(23)은 한국 골프를 대표할만한 선수들이다. 지난 설 연휴 두 사람은 각각 PGA(미국프로골프협회)와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대회에 나와 저마다 골프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배상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 71)에서 열린 ‘제네시스 오픈(총상금 720만 달러)’, 고진영은 호주 애들레이드의 쿠용가 골프클럽(파 72)에서 열린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총상금 130만 달러)’에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경기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고진영은 우승, 배상문은 공동 75위였다.


      고진영이 우승컵에 입 맞추고 있다(제공 Golf Australia)

고진영의 우승은 각별했다. 신인이 LPGA 투어 공식 데뷔전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1951년 미국의 베벌리 핸슨(Beverly Hanson) 이후 두 번째다. 67년만의 대기록이다.

그동안 LPGA 투어 신인상을 거머쥐며 눈부신 활약을 했던 박세리나 박성현, 김세영, 전인지도 해내지 못했던 기록이다. 데뷔전에선 박성현과 전인지가 각각 3위를 기록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더욱이 고진영은 대회 첫날부터 나흘 내내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으로 그의 진가를 더했다. 이에 현지 언론인 ‘골프 오스트레일리아(Golf Australia)’는 “레이저 샷을 뽐낸 고진영은 세계랭킹 1위 재목”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고진영은 일찍부터 올 LPGA 투어 신인왕으로 꼽혀 왔다. 그의 기량이 그만큼 출중하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2013년 프로에 입문해 그해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점프투어에서 3승을 올린데 이어 2014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정규투어에서 9승을 기록했다.

고진영은 작년 10월 인천 영종도 SKY72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올 시즌 LPGA 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는 조정민 프로와 함께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코치도 없이 마음 편하게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데뷔전 우승으로 올해 목표 세 개 중 두 개를 이미 달성했다.

‘1승을 올리고 영어로 우승 인터뷰를 하며 신인왕을 차지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앞의 두 개는 이미 이뤘다. 신인왕만 남아 있다. 이런 기세라면 신인왕도 크게 어렵지 않을듯 싶다.

배상문은 어렵다.

작년 군 제대 후 올 2월 19일까지 국내외 총 10개 대회를 치러 최근 두 개 대회만 컷을 통과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앞서 8개 대회는 컷 통과조차 못했다. 작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PGA 투어 ‘더 CJ컵@나인브릿지’는 컷 탈락이 없이 참가 선수 모두 4라운드를 치르는 대회여서 예외였다.

배상문은 지난 2월 둘째 주 열린 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공동 15위에 올라 제 기량을 찾은 게 아니냐는 성급한 예측을 낳았다. 그러나 그 예측은 불행히도 빗나갔다. ‘제네시스 오픈’에선 공동 75위로 급전직하했다. 널뛰기였다.

배상문은 2라운드 합계 2오버파로 커트 라인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이후 3라운드에선 2오버파, 4라운드에선 6오버파를 쳐 최종 10오버파를 기록했다. 어프로치샷과 퍼팅이 좋지 못한 탓이다. 이번 대회 그린적중률은 45.83%, 스크램블링(Scrambling · 레귤러 온(GIR)을 못했을 경우 파를 잡는 능력)은 53.85%였다.

배상문은 2004년 프로에 입문해 한국과 일본 등에서 13승을 거뒀다. 2009년과 2011년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상금왕도 차지한 바 있다. PGA 투어에선 2013년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과 2014년 ‘프라이스닷컴 오픈’에서 각각 우승했다. 준우승도 1회, 톱10엔 9회나 올랐다. PGA 투어에서 받은 총상금만 638만여 달러다.

그런 그가 현재 늪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왜 그럴까?

그게 멘탈 때문인지, 아니면 연습 부족인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배상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든 그가 하루 빨리 제 기량을 찾아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너무 늦기 전에 배상문이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그가 부진한 사이 그의 존재가 잊혀질까 안타깝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사람들은 누군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쉽게 잊게 된다. 그게 자연의 이치다. 배상문도 예외일 수 없다. 그가 잊혀지지 않으려면 존재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 외에는 다른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힘내라! 배상문’

독자 여러분도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