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스포츠는 왜 아직 올림픽에 못 들어가나” IOC의 후퇴가 던진 질문

  • 등록 2026.05.10 11: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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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번트리 체제 IOC, ‘확장보다 전통’ 선택…e스포츠 올림픽화 다시 원점
게임산업 성장과 스포츠 가치 충돌…국제연맹·폭력성·상업성 논란 여전

지이코노미 정길종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e스포츠 전문위원회 활동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e스포츠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논의가 다시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토마스 바흐 전 IOC 위원장 체제에서 미래 스포츠 산업의 핵심 축으로 기대를 모았던 e스포츠가, 커스티 코번트리 신임 회장 체제에서는 오히려 “확장 억제” 기조 속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 IOC는 “새로운 통합 전략 검토”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 흐름은 분명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추진했던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가 취소됐고, e스포츠 전문위원회 역시 사실상 기능을 멈췄다.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IOC가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e스포츠는 이미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존재감을 증명해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을 시작으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메달 종목으로 채택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트리트 파이터 등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e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다시 입증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의 성공과 올림픽 채택은 전혀 다른 문제다. IOC가 끝내 넘지 못한 벽은 ‘게임의 본질’에 있다.

 

무엇보다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달리 특정 민간 기업이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한다. 축구는 FIFA가, 농구는 FIBA가 운영하지만, e스포츠 종목은 라이엇게임즈·블리자드·텐센트 같은 기업들이 규칙과 운영 권한을 쥐고 있다. IOC 입장에서는 올림픽 종목 운영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폭력성 논란도 여전히 부담이다.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 e스포츠 상당수가 총격·전투 중심 게임이다. 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화합 가치와 충돌한다는 보수적 시각도 강하다. 결국 IOC는 “젊은 세대 유입”이라는 매력보다 “올림픽 정체성 훼손” 가능성을 더 크게 본 셈이다.

 

커스티 코번트리 체제의 등장도 결정적 변수였다. 그는 취임 이후 종목 확대보다는 재정 효율화와 전통 스포츠 중심 운영을 강조해왔다. 성전환 선수 정책에서도 기존 IOC의 포용 노선과 거리를 두며 보다 보수적인 방향을 선택했다. e스포츠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조정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IOC의 이러한 움직임이 시대 흐름과 얼마나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전 세계 젊은 세대는 이미 디지털 환경 속에서 스포츠와 게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실제 e스포츠는 시청률·관중 규모·산업 가치 면에서 상당수 전통 스포츠를 넘어선 지 오래다. 올림픽이 e스포츠를 외면할수록 오히려 올림픽이 미래 세대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물론 e스포츠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국제 통합 연맹 설립 문제, 종목 선정 기준, 상업성 조정, 게임 수명 문제 등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논의 자체를 멈추는 것이 정답인지는 의문이다.

 

올림픽은 늘 시대 변화와 함께 진화해왔다. 스케이트보드와 브레이킹도 한때는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지만 결국 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e스포츠 역시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문화이자 산업, 그리고 경쟁 스포츠라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IOC의 이번 결정은 e스포츠를 배제했다기보다,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e스포츠가 올림픽에 맞느냐’가 아니라, ‘올림픽이 변화한 시대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느냐’일지도 모른다.
 

정길종 기자 gjchung111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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