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여수 바다 풍경이 13일 조금 달라졌다. 멀리서도 존재감이 선명한 17만t급 대형 국제크루즈가 여수항에 접안하면서다. 배 한 척이 실어 나른 손님은 승무원을 포함해 6000여명. 항만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관광 동선이 하루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입항한 로열캐리비안 크루즈의 ‘스펙트럼 오브 더 시즈’호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여수에 기항한 뒤 다시 상하이로 향하는 일정으로 운항했다. 대형 국제크루즈가 여수항에 모습을 드러내자 항만 일대에는 관광객 이동과 환영 행사가 동시에 이어졌다.
관광객들의 발길은 익숙한 명소에만 머물지 않았다. 진남관과 이순신광장, 오동도를 중심으로 여수 대표 관광 코스가 가동됐고, 전통시장과 천사벽화마을, 웅천친수공원, 장도공원까지 일정표에 담겼다. 짧은 기항 시간이지만 여수의 역사와 바다 풍경, 생활 관광 자원을 함께 보여주려는 구성이다.
첫인상도 관광 콘텐츠가 맡았다. 여수시립국악단 취타대와 풍물놀이 공연이 항만에서 펼쳐졌고, 임시 관광안내소와 문화관광해설사가 외국인 관광객 맞이에 나섰다. 무료 셔틀버스도 투입돼 크루즈 터미널과 주요 관광지 이동을 도왔다. 대규모 관광객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일정 특성상 현장 운영의 매끄러움이 도시 이미지와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안전 관리에도 행정력이 집중됐다. 여수시와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은 터미널 주변 교통 흐름을 조정하고 관광객 이동 구간마다 현장 인력을 배치했다. 대형 선박 입항 때마다 반복될 수 있는 혼선을 줄이기 위한 현장 관리에 무게를 뒀다.
국제크루즈 관광은 단순히 관광객 숫자만 늘리는 구조와는 조금 다르다. 짧은 시간 안에 수천 명이 지역 상권과 관광지로 흩어지며 체감 소비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지역 관광업계가 크루즈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여수항의 크루즈 유치 흐름은 가파르다. 지난해 국제크루즈 입항은 7항차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39항차, 14만4000여명 규모까지 확대가 예상된다. 여수항 개항 이후 최대 실적이다. 해양관광 회복 흐름에 여수가 다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남도는 이 흐름을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까지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박람회 기간 국제크루즈 13항차, 4만8천 명 입항이 예상되면서 박람회 관람과 섬 관광을 결합한 연계 상품도 준비 중이다. 여행사 대상 박람회 입장권 지원과 맞춤형 투어 코스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
여수는 바다를 가진 도시지만, 이제는 바다를 보는 관광에서 바다를 타고 들어오는 관광으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국제크루즈 한 척이 남긴 하루가 단순 입항 소식 이상으로 읽히는 배경이다.
최영주 전남도 관광체육국장은 “국제크루즈는 대규모 외래 관광객 유치와 지역 관광 활성화에 의미가 큰 분야”라며 “여수세계섬박람회와 연계한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확대해 전남 해양관광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