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가 축제가 됐다…신안군, 200년 바닷길 이야기를 깨운다

  • 등록 2026.06.11 20: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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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이어준 세계와의 만남, 신안의 역사 속으로
- 표류와 교류의 기록, 예술과 축제로 다시 항해하다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200여 년 전 거센 풍랑에 떠밀려 낯선 나라를 오갔던 표류자의 이야기가 축제로 되살아난다.

 

신안군이 바다 위에서 시작된 역사적 사건들을 문화예술로 재해석하며 올여름 특별한 해양문화 축제를 선보인다. 문순득의 표류기와 프랑스 고래잡이배 나르발호 난파 사건 등 황해를 무대로 펼쳐진 역사적 사건들을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며, 신안이 품고 있는 해양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린다는 구상이다.

 

이번 축제의 배경에는 신안군 압해읍 송공산 자락 1004섬 분재정원 내에 자리한 황해교류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황해의 형성과 해상교류의 역사, 동아시아 해양문명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신안군은 최근 수년간 학술대회와 문화행사, 전시 프로그램을 연계하며 황해를 중심으로 형성된 해양교류의 역사를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아왔다.

 

특히 황해교류박물관이 주목하는 대표적 역사 인물은 문순득이다.

 

1801년 흑산도에서 홍어를 사들여 나주로 향하던 문순득은 예기치 못한 풍랑을 만나 바다 위를 떠돌게 됐다. 그는 류큐(현재 오키나와)를 거쳐 필리핀과 마카오까지 이동한 뒤 청나라 사신의 도움을 받아 3년 2개월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그의 경험은 흑산도에 유배 중이던 정약전에게 전해졌고, 정약전은 이를 『표해시말』로 기록했다. 이 기록은 조선 후기 동아시아 해상교류와 해외 문화에 대한 생생한 증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전라남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1851년 발생한 프랑스 고래잡이배 나르발호 난파 사건도 신안 해양사의 중요한 장면으로 꼽힌다.

 

프랑스에서 출항한 나르발호는 비금도 인근 해상에서 난파됐고, 선원들은 비금도 주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주민들은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을 따뜻하게 보살폈고, 선원들은 한 달 넘게 내촌마을에 머물며 생활했다.

 

이후 프랑스 영사 샤를 드 몽티니가 직접 구조에 나서 귀환을 도왔으며, 당시 조선 관리와 주민, 프랑스인들이 함께한 교류 과정은 조선왕조실록과 몽티니 보고서 등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역에서는 이를 서양과 조선이 평화롭게 만난 초기 국제교류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신안군은 이 같은 역사적 자산을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두 개의 대표 축제를 마련했다.

 

오는 13일 비금도 이세돌 바둑박물관 일원에서는 '2026 신안 비금도 샴막 예술축제'가 열린다. 샴막은 나르발호 선원들이 머물렀던 비금도 내촌마을 일대의 역사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획된 예술축제다.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당시 주민들과 외국인 선원들의 만남과 교류를 예술적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이어 7월 4일에는 문순득의 표류 이야기가 시작된 흑산도에서 '2026 신안 국제 문페스타'가 개최된다. 문순득의 항해 여정을 주제로 한 공연과 학술 프로그램, 주민 참여 행사 등이 마련돼 표류와 도전, 교류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신안군은 단순히 행사를 개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와 문화, 관광을 융합한 체류형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와 섬 관광 경쟁력 강화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황해교류박물관과 1004섬 분재정원, 흑산도와 비금도 등 주요 관광자원을 축제와 연계해 방문객 체류시간을 늘리고 지역 상권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내 관광시장에서 '이야기가 있는 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신안군의 해양 스토리텔링 전략은 섬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의 역사적 기록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표류와 교류의 역사는 신안이 가진 소중한 해양문화 자산"이라며 "과거 바닷길을 통해 세계와 연결됐던 신안의 이야기를 예술과 축제로 풀어내 지역의 정체성과 국제성을 함께 알리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안의 섬과 바다가 품고 있는 특별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직접 만나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김정훈 기자 jhk7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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