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시선] 언론중재위원회, 신뢰받는 중재의 조건

  • 등록 2026.07.13 04: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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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견서 충분히 읽었는가
칼럼 본질조차 놓친 중재
반복보도, 악의 아닌 감시
금융 공공성 이해도 의문
절차 공정성 신뢰 흔들어
언론 심판할 전문성 갖췄나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최완주)는 언론과 피해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그 역할은 단순한 분쟁 해결을 넘어선다. 언론의 자유와 명예권,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적 감시라는 헌법적 가치를 함께 판단하는 곳이다. 그래서 중재위원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전문성이다.

 

 

전문성은 법률 지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 된 보도가 스트레이트 기사인지 칼럼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취재 과정과 반론권 보장, 공익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제출된 기사와 의견서를 끝까지 읽고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최근 본지가 우리금융그룹과 진행한 언론중재 절차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의문이 남았다. 본지는 중재에 앞서 통화 녹취와 공식 질의, 이메일, 취재 경위 등을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단순한 주장이나 감정적 호소가 아니라 실제 취재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문서였다.

 

그런데 중재 과정에서는 해당 의견서가 충분히 검토됐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제출 자료에 대해 "교과서적이다", "추상적이다", "감정에 호소한다"는 취지의 평가가 나왔지만, 어느 부분이 왜 그런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더 의아했던 장면은 본지 칼럼에 대해 "무슨 근거로 썼느냐"는 질문이었다. 물론 칼럼에도 근거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근거는 이미 제출한 의견서에 담겨 있었다. 실제 녹취와 공식 질의, 우리금융의 대응 과정, 금융권 지배구조를 둘러싼 공적 논의까지 정리해 제출했다.

 

자료를 충분히 검토했다면 "무슨 근거냐"가 아니라 "그 근거가 해당 평가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가"를 물었어야 한다. 두 질문은 전혀 다르다. 앞은 자료를 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질문이고, 뒤는 자료를 검토한 사람이 던질 질문이다.

 

중재 과정에서 "우리금융은 사기업이므로 광고 집행 역시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금융지주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 국민의 예금과 금융시장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으며, 스스로도 ESG와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광고 집행과 언론 대응 역시 공공성과 설명 책임의 관점에서 함께 살펴봐야 한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반복 보도에 대한 시각이다. 공적 권력과 자본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은 언론의 감시 기능이다.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고 해서 곧바로 악의적 보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횟수가 아니라 새로운 사실과 공익적 필요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언중위의 결정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열람차단 결정은 한 언론사의 기사에 그치지 않고 다른 언론에도 위축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재는 누구보다 신중해야 하고, 누구보다 치밀해야 한다.

 

언론에 정확성을 요구하려면 중재 역시 정확해야 한다. 기자에게 근거를 요구하려면 중재위원도 자신의 판단이 무엇에 근거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칼럼과 사실보도의 차이를 이해하고, 금융기관의 공공성과 언론의 감시 기능을 함께 살피는 것 역시 언론을 판단하는 기관의 기본 책무다.

 

중재가 끝난 뒤에도 한 가지 의문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제출한 자료와 취재 근거보다 신청인의 주장이 더 무게 있게 받아들여지는 듯한 인상을 왜 받았을까. 이는 특정 위원을 향한 단정이 아니다. 다만 중재 절차가 당사자에게 그런 인상을 남겼다면, 언중위는 그 이유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언론을 심판하는 권위는 직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제출된 자료를 끝까지 읽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며,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읽지 않았다면 읽어야 하고, 이해하지 못했다면 공부해야 한다. 전문성이 없다면 쉽게 판단해서도 안 된다. 언론을 판단하는 기관이 공부를 멈추는 순간, 중재는 권위가 아니라 권력이 된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 

문채형 기자 newsroom@g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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