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브로커의 주의보①] 직함은 어떻게 신뢰가 되고, 신뢰는 어떻게 투자가 되는가

  • 등록 2026.08.09 07:18:20
크게보기

검증되지 않은 경력과 직함, 재개발 시장에서는 어떻게 권위가 되는가
약정서·고소장·내용증명·녹취…수개월간 확보한 자료 집중 검증
보도 전 세 차례 내용증명·반론 요청…"공익적 검증 필요" 판단
6부작 탐사보도…투자 구조부터 브로커 개입 실태까지 추적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재개발 시장에서는 '전문가'라는 말 한마디가 수천억 원 규모 사업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대학 연구소 직함, 정치권 경력, 행정기관 인맥, 풍부한 사업 경험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조합과 투자자에게 신뢰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러나 그 신뢰를 뒷받침하는 경력과 직함, 역할은 어디까지 검증되고 있을까.

 

지이코노미는 이번 기획을 특정 개인을 겨냥한 고발이 아니라, 재개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권위 형성–신뢰 확보–사업 개입' 구조를 검증하기 위한 공익적 탐사보도로 기획했다.

 

본지는 지난 수개월 동안 재개발 관련 약정서, 통화 녹취, 카카오톡 대화, 투자 관련 자료, 법원 사건 자료 등을 확인하는 한편, 관계자 취재와 대학 측 사실 확인, 당사자에 대한 내용증명 발송과 반론 요청을 거쳤다.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여러 사실관계를 교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일부 경력과 직함의 사용 시점, 약정서 기재 내용, 당사자의 설명 사이에 추가 확인이 필요한 지점들이 확인됐다.

 

이번 보도를 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본지 기자는 취재 대상과 과거 취재 과정에서 인연이 있었고, 일부 투자자들은 "보도가 투자금 회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개인적 인연과 공익적 보도 사이에서 오랜 고민이 있었지만, 거액의 자금이 오가는 재개발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투자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언론의 검증 역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탐사보도는 총 6회에 걸쳐 진행된다.

 

① ‘직함은 어떻게 신뢰가 되고, 신뢰는 어떻게 투자가 되는가’에서는 경력과 직함, 공신력이 어떻게 신뢰를 형성하는지 살펴본다.

 

② ‘고소장의 역설…고소인이 스스로 남긴 검증의 단서’에서는 이 씨가 본지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 내용을 확보된 녹취와 카카오톡 대화, 약정서, 법원 자료 및 관계자 진술과 대조한다. 고소장에서 제시한 주장과 기존 취재자료가 어디에서 일치하고 어디에서 충돌하는지를 검증한다.

 

③ ‘권위는 어떻게 돈이 되는가’에서는 형성된 신뢰가 실제 거액의 투자로 이어진 과정과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준 요소들을 추적한다.

 

④ ‘약정서와 녹취는 무엇을 말하는가’에서는 확보한 약정서와 녹취를 중심으로 재개발 현장에서의 역할과 사업·계약 구조를 분석한다.

 

⑤ ‘반복되는 사법 리스크’에서는 과거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민·형사 분쟁과 소송, 그리고 다른 정비사업 현장으로 활동이 이어진 과정을 추적한다.

 

⑥ ‘브로커는 왜 반복되는가’에서는 특정 개인을 넘어 재개발 시장에서 이른바 ‘전문가’와 ‘브로커’의 경계가 흐려지는 구조적 원인을 살펴보고 제도적 검증 장치의 필요성을 짚는다.

 

이번 1편에서는 확보한 자료 가운데 직함과 경력, 그리고 그 사용 경위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 수년 전 건대 직함, 2025년 약정서에는 ‘현 단장’

 

 

본지가 확보한 2025년 8월 작성의 ‘정비사업 기술지원(Construction Management) 약정서’는 이 씨의 직함 사용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자료다.

 

서울 강북권의 한 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작성된 이 문서에는 이 씨가 “현. 건국대학교 도시행정연구소 도시정비연구센터 단장”으로 기재돼 있다. 문서 하단 약정인란에도 동일한 직함과 함께 건국대학교를 뜻하는 ‘KU’ 로고가 삽입돼 있다.

 

업무 범위도 단순한 외부 자문에 머물지 않는다.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 검토, 정비사업 수익성 분석, 용역계약 검토, 신규 업체 선정 가이드라인, 시공사 도급계약 분석, 하도급업체 관리, 원가절감(VE), 청산·준공 업무 등이 열거돼 있다.

 

즉 대학 관련 직함이 재개발 현장에서 전문적 역할을 뒷받침하는 신분으로 사용된 셈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본지가 건국대학교 측에 확인한 결과, 이 씨가 과거 행정대학원 계통에서 잠시 직함을 부여받았으나 곧 해촉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는 수년 전의 일이며, 현재 이 씨가 약정서에 사용한 조직과 직위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따라서 쟁점은 이 씨가 과거 건국대와 아무 관계도 없었느냐가 아니다. 과거 한시적으로 사용했던 대학 관련 직함을 왜 수년 뒤인 2025년 재개발 약정서에 ‘현직’으로 표시했느냐는 점이다.

 

 

◇ 국회수첩엔 ‘보좌관’…당시 보좌진 “이ㅇㅇ이라는 보좌관 없었다”

 

이 씨는 주변에 자신을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소개하고,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가 이 씨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국회수첩 이미지 자료에는 실제로 이 씨의 이름이 이상수 당시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기재돼 있다. 같은 의원실 인물 가운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비서관’으로 적혀 있고, 이 씨의 이름은 그 바로 위에 배치돼 있다. 이 씨의 경력을 믿고 있는 주변 인사 역시 해당 수첩 이미지를 보좌관 경력의 근거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나 본지가 당시 이상수 의원실에서 실제 근무했던 보좌진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다른 설명이 나왔다. 당시 의원실에 ‘이ㅇㅇ’이라는 이름의 보좌관은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이는 본지가 확보한 국회수첩 이미지의 기재 내용과 당시 근무자의 설명이 서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본지는 이에 따라 수첩에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식 보좌관 경력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미지 편집이나 생성형 AI 등을 이용해 기존 문서와 유사한 형태의 이미지를 손쉽게 제작·변형할 수 있는 만큼, 수첩 이미지 자체보다는 국회사무처 경력증명이나 임용장 등 공식 기록을 통해 실제 임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현재 확보된 자료만으로 해당 수첩 이미지가 실제 원본인지, 사후 편집·가공된 것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이 씨 측에 당시 보좌관 임명장이나 국회사무처 경력증명 등 공식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별도로 주장해온 노무현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에 대해서도 임명장이나 재직증명 등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보좌관 공식 임용 여부와 청와대 근무 사실을 각각 입증할 공적 자료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정치권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추가 취재에서도 청와대 근무 경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확인된 사실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씨를 ‘보좌관’으로 표시한 국회수첩 이미지는 존재하지만, 당시 실제 의원실 근무자의 설명과는 배치되고 공식 임용자료도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 근무 주장 역시 현재까지 이를 입증할 공식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 5억 투자자도 “그래도 믿는다”…객관적 검증보다 강했던 사람에 대한 신뢰

 

이러한 경력은 단순한 자기소개를 넘어 실제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확보한 카카오톡 대화에서 이 씨와 스크린골프 모임을 통해 알고 지낸 송모 씨는 최근까지도 이 씨의 국회·청와대 경력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본지 기자가 “임명장이나 공식 경력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송 씨는 이 씨가 제공한 국회수첩 등을 근거로 신뢰를 유지했다. 대화 과정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거짓으로 살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반응도 나왔다.

 

송 씨는 이 씨와 관련해 거액의 자금을 투자한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다. 본지가 주목하는 것은 송 씨가 잘못 판단했다는 점이 아니다. 객관적인 증빙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개인에 대한 믿음이 검증을 대신할 수 있다는 구조다.

 

재개발처럼 정보 비대칭이 큰 시장에서 이 같은 신뢰 구조는 투자 위험을 키울 수 있다.

 

◇ 약정서와 고소장에 나타난 직함의 차이

 

또 하나 눈에 띄는 자료는 이 씨가 본지 기자를 상대로 제출한 명예훼손 고소장이다. 고소장에는 이 씨가 자신을 ‘전 건국대학교 도시행정연구소 도시정비연구센터 단장 겸 초빙연구원’으로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2025년 8월 재개발 약정서에는 ‘현 건국대학교…단장’이라고 적혀 있다. 두 문서 사이에는 직함의 현재성에 차이가 있다.

 

이 차이 자체만으로 위법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개발 현장에서 대학 관련 직함이 전문성과 신뢰의 근거로 활용됐다면, 그 직함을 어떤 시점까지 어떤 권한으로 사용했는지는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본지는 해당 직함의 사용 근거와 경위를 이 씨에게 수차례 물었으나, 이를 명확히 설명할 객관적인 자료는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 내용증명·추가 메시지…“자료로 설명해 달라”

 

본지는 이번 기사를 보도 직전에 갑작스럽게 준비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이 씨에게 수 차례 내용증명을 보내 재개발 약정서, 통화 녹취, 사업 개입 정황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내용증명에는 2025년 재개발 약정서에서 사용한 건국대학교 관련 직함의 근거와 조합 자금 운용 관련 녹취 등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5월에는 별도의 장문 메시지를 통해 국회의원 보좌관 경력, 청와대 근무 경력, 대학 직함, 재개발 현장 개입 등에 대해 다시 직접 해명과 객관적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본지는 필요하다면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의견을 제출해 달라는 취지로 반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을 설명할 객관적인 자료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이후 이 씨는 본지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가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는 당사자의 정당한 권리이며, 해당 사건은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

 

다만 고소 여부와 별개로 직함과 경력, 재개발 현장에서의 역할에 대한 사실관계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별도로 검증돼야 한다는 것이 본지의 판단이다.

 

◇ 왜 실명을 쓰지 않았나

 

이번 보도에서 본지는 해당 인물을 실명 대신 ‘이모 씨’로 표기했다. 이 씨는 스스로를 대학 연구소 단장,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청와대 근무 경력자 등으로 소개하며 자신의 전문성과 사회적·공적 경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이 씨가 주장하는 대학 연구소 단장과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 근무 등의 경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 경력과 지위를 바탕으로 재개발 사업에 관여해온 활동 역시 상당한 공적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명 보도의 공익성을 검토할 여지도 있다고 본지는 판단했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의 목적은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인격을 비판하는 데 있지 않고, 재개발 시장에서 직함과 경력, 인맥이 어떻게 권위와 신뢰로 작동하고 실제 사업과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하는 데 있다. 이에 본지는 당사자의 인격권과 사생활 보호 역시 고려해 이번 1편에서는 실명 대신 이니셜을 사용하기로 했다.

 

◇ 직함은 단순한 명함이 아니다

 

재개발 시장에서 직함은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다. 대학 연구소 단장, 국회 보좌관, 청와대 근무 경력 같은 표현은 상대방에게 전문성이나 정치적 영향력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신뢰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뢰가 투자나 계약으로 이어지는 순간부터 경력과 직함의 정확성은 사적인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번 취재에서 확인된 핵심은 단순하다. 과거 존재했던 경력이 현재형으로 사용됐는지, 공식 자료로 확인되지 않은 경력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그리고 그러한 설명들이 실제 재개발 현장과 투자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개발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복잡한 사업구조만이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권위가 사실을 대신하고, 그 권위가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본지는 ②편에서 이 씨가 본지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장의 내용을 확보된 약정서와 녹취, 카카오톡 대화, 관계자 진술 등과 대조해 각각의 주장이 실제 확인된 사실과 어떻게 일치하고 충돌하는지를 검증할 예정이다. 이후 실제 투자 과정과 자금 흐름, 계약서 없이 거액의 자금이 움직이게 된 경위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도 차례로 추적한다.

 

아울러 본지는 이번 연속보도와 관련한 제보를 기다린다. 이 씨와 재개발·정비사업 또는 투자 과정에서 금전 거래나 계약 관계를 맺었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 이 씨의 직함·경력·사업 참여 과정 등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의 제보를 받는다. 

 

또한 특정 인물에 국한하지 않고 재개발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직함이나 정치권·행정기관 인맥 등을 내세워 조합 의사결정이나 투자·업체 선정에 개입한 유사 사례에 대해서도 제보를 받는다. 제보 내용은 관련 자료와 당사자 확인 등 별도의 검증 절차를 거쳐 보도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제보자의 신원은 관련 법령과 취재윤리에 따라 보호한다.

문채형 기자 newsroom@geconomy.co.kr
Copyright @G.ECONOMY(지이코노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서초구 언남5길 8(양재동, 설빌딩) 2층 | 대표전화 : 02-417-0030 | 팩스 : 02-417-9965 지이코노미(주) G.ECONOMY / 골프가이드 | 등록번호 : 서울, 아52989 서울, 아52559 | 등록(발행)일 : 2020-04-03 | 발행인·편집인 : 강영자, 회장 : 이성용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 방제일) G.ECONOMY의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2 G.ECONOMY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lf003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