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강매화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무대가 지상을 넘어 우주로 확대된다. 정부가 우주 공간에서 데이터를 직접 저장·처리하는 ‘우주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면서 AI 반도체와 태양전지, 배터리, 냉각 기술 등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과 본격적인 협력에 나섰다.
우주항공청은 10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본사에서 우주데이터센터 기술 개발과 산업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제9차 우주항공 SOS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기존 우주기업뿐 아니라 AI·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업들의 우주산업 진입을 확대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부 지원 방안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AI 팹리스 기업 6개사를 비롯해 태양전지·배터리 등 전력 분야 4개사, 냉각기술 분야 2개사, 위성체계개발기업 5개사 등 총 17개 기업이 참석했다.
논의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우주용 AI 반도체’다. 지상에서 사용하는 반도체를 우주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강한 방사선과 극심한 온도 변화 등 우주 특유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참석 기업들은 강한 우주 방사선에 노출돼도 반도체가 오작동하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하는 내방사선 기술을 비롯해 우주 태양전지와 냉각 기술 등의 실증 가능성을 논의했다.
특히 기업들이 관련 기술 개발과 실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과 민관 협력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산업계에서는 우주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기업들은 상용부품에 대한 검증 지원을 비롯해 극한 환경을 가정한 우주환경시험, 검증위성을 활용한 실제 우주 공간에서의 기술 실증 기회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우주데이터센터는 정부가 추진하는 ‘K-문샷’ 프로젝트의 우주 분야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우주 공간에서 생산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지상으로 모두 전송한 뒤 처리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우주에서 직접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처리하는 기술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열을 제어하는 냉각 기술 등이 우주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관련 핵심기술을 국내 산업계와 함께 확보하고 실제 우주 환경에서 실증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우주용 AI 반도체와 태양전지 등 주요 부품과 기술을 국내 기업들이 공급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위성과 발사체 중심으로 형성돼온 국내 우주산업의 영역이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정부의 우주데이터센터 구상이 본격화될 경우 지상에서 경쟁력을 쌓은 국내 AI·ICT 기업들이 새로운 우주산업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