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브로커 주의보②] 고소장의 역설…그가 만든 ‘거대한 자기서사’는 사실이었나

  • 등록 2026.08.11 1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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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겨냥한 고소장, 오히려 경력·주장 검증하는 핵심 자료로
약정서엔 ‘현 건국대 단장’, 고소장엔 ‘전 단장’… 엇갈린 직함의 경위
부동산·정치권·관가 인맥 과시… 객관적 기록과 대조해 보니
“5억 투자하면 1년 내 20억”… 거액 움직인 ‘신뢰’의 실체 추적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이 씨가 주변에 구축해 온 자신만의 ‘거대한 서사’는 실제 사실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및 청와대 근무 경력자, 대학 연구소 단장, 구청과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그리고 복잡한 재개발 사업의 판도를 움직이는 전문가. 본지가 확보한 녹취와 문서, 관계자 진술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씨의 모습이다.

 

이야기들은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한다. ‘돈과 권력기관에 통하며 정비사업에도 정통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다. 본지는 1편에서 이러한 이미지가 어떤 직함과 인맥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살펴봤다.

 

이번 2편에서는 이 씨가 본지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제출한 고소장을 비롯해 약정서, 통화 녹취, 금융거래 자료, 관계자 진술을 다각도로 교차 검증했다. 고소장에 본인의 경력과 활동을 직접 적시한 이상 그 내용 역시 객관적 검증 대상이 된다. 역설적으로 기자를 겨냥한 고소장이 이 씨의 ‘자기서사’를 검증하는 출발점이 된 셈이다.

 

◇ 약정서엔 ‘현’, 고소장엔 ‘전’… 한 글자가 남긴 질문

 

고소장 검증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건국대학교 관련 직함의 모순이다.

 

2025년 8월 재개발 정비사업 기술지원 약정서에서 이 씨는 ‘현 건국대학교 도시정비연구센터 단장’으로 서명했다. 그러나 정작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자신의 경력을 ‘전 단장’으로 적어 넣었다.

 

본지 취재 결과 이 씨가 과거 잠시 부여받았던 연구원 성격의 직함은 이미 해촉된 상태였다. 핵심은 인연의 유무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고소장에서 ‘전 단장’이라 밝힌 직함이 왜 2025년 재개발 조합과의 핵심 업무 약정서에서는 ‘현 단장’으로 포장되었느냐는 점이다.

 

◇ 고소장 밖에서 더욱 부풀려진 ‘영향력’

 

이 씨가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해 온 정황도 속속 확인됐다.

 

녹취와 관계자 진술에 따르면, 이 씨는 구리 아치울마을 고가 주택 및 구청장 전세 주택을 자기 소유라 주장하거나 특정 경찰관 추천, 구청 공무원 승진 영향력 행사, 이상수 전 의원과의 친족관계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다수 주장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거나 입증 자료가 없었다. 1편의 청와대 근무 경력 역시 공식 증빙은 확보되지 않았다.

 

문제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부동산, 정치권, 공직사회 인맥, 대학 직함이 복합 결합하면서 주변인들에게 ‘돈과 권력,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강한 신뢰를 형성했고, 이 신뢰가 실제 거액의 자금을 움직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 "다 거지들이다", "기자도 먹여 살린다"… 반복된 과시성 화법

 

이 씨는 일상 관계에서도 자신을 ‘시혜자’로 위치시키는 화법을 반복했다.

 

녹취록에서 이 씨는 골프 모임 사람들을 “다 거지들이다”라며 자신이 비용을 냈다고 주장했으나, 참석자들은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자발적 지출을 타인의 경제적 형편을 폄하하는 수단으로 삼은 셈이다.

 

이러한 화법은 취재 기자를 향해서도 나타났다. 이 씨는 주변에 “기사가 나갈 때마다 기자에게 1,000만 원씩 준다”, “기자를 먹여 살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사 대가로 금전을 수수한 사실은 전혀 없으며, 이는 취재 기자의 독립성과 윤리를 훼손하는 명백한 허위다. 이 씨는 존재하지 않는 금전 지원을 내세워 자신을 '후원자'로 포장하는 화법을 고수해 왔다.

 

◇ “5억 투자하면 1년 내 20억”… 거액을 움직인 약속

 

이번 취재의 핵심은 이 씨 주변에서 움직인 약 5억 원 규모의 자금 흐름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이 씨와 모임을 통해 알고 지낸 송 모 씨와 그 지인의 자금이 이 씨 측에 전달됐다.

 

이 거액이 움직인 배경에는 “5억 원을 투자하면 1년 안에 원금의 4배인 20억 원을 주겠다”는 이 씨의 설명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1년 만에 4배 수익'이라는 약속만으로 수억 원을 내주기는 어렵다. 약속을 이행할 능력이 있다는 사전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투자자는 이 씨가 구축해 온 ‘자기서사’를 신뢰하고 투자를 단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1년 만에 5억 원을 20억 원으로 만들 수 있는 객관적 사업 구조와 원금 보장 조건, 실제 재원이 존재했는지가 향후 취재의 핵심 쟁점이다.

 

 

◇ 내용증명 3차례 모두 불수령… 보도를 결심한 이유

 

본지 기자는 초기, 공개 보도보다는 직접적인 사실 확인과 해명 기회를 우선 제공하려 했다. 이에 휴대전화 메시지는 물론, 우체국 정식 내용증명을 3차례 발송해 구체적 쟁점을 적시했다.

 

그러나 3차례 내용증명은 모두 수취 거부되거나 전달되지 않았다. 직접적인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반면, 재개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기자를 향한 음해성 전언이 확산됐다.

 

이에 본지는 이 사안을 사적 갈등으로 남겨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약정서, 녹취, 금융자료가 가리키는 실체가 정비사업 관계자와 투자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익적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검증·공개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이 씨는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그 고소장은 도리어 이 씨의 경력과 주장을 검증하는 가장 확실한 취재 자료가 되었다.

 

◇ ‘고소장의 역설’… 검증대에 오른 자기서사

 

이번 고소 사건이 지닌 진정한 역설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명예훼손 고소장은 본래 타인의 행위로 자신의 명예가 실추됐음을 주장하기 위해 제출하는 법적 수단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겨냥해 작성된 이 문서 안에는 고소인 스스로 기재한 경력과 사업 활동, 각종 관계에 대한 주장이 고스란히 담긴다. 즉, 고소장 제출을 통해 자신이 주변에 구축해 온 ‘자기서사’를 법적·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기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남겨진 기록은 결국 사법기관과 언론의 객관적 검증대 위로 직행했다. 실제 본지가 고소장에 기재된 내용과 기존 확보 자료를 대조해 본 결과, 불일치는 명확히 드러났다. 2025년 약정서에 서명할 당시 ‘현 건국대 단장’이라 명시했던 직함은 정작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소장에 이르러 스스로 ‘전 단장’으로 수정 기재되었다. 주변에 공언하던 고가 부동산 소유권이나 정치권 및 관가 인맥 역시 객관적 증빙 자료와 대조했을 때 일치하지 않거나 입증되지 않았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던진 고소장이, 도리어 자기 자신의 발언을 심판하는 거울이 되어 돌아온 격이다.

 

본지가 조명하는 것은 한 개인의 허세나 사생활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과장되고 부풀려진 ‘자기서사’가 굳건한 신용으로 포장되었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5억 원을 투자하면 1년 안에 20억 원을 주겠다”는 허황된 약속이 이뤄졌으며, 실제로 수억 원의 자금이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수백억, 수천억 원의 이해관계가 얽힌 재개발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명백한 거짓말 하나가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경력과 인맥, 재력과 성공담이 서로를 사슬처럼 뒷받침하며 어느 순간 한 인물에 대한 ‘맹목적 신용’으로 굳어지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 신용이 합리적인 계약서와 객관적 검증을 밀어내고 실제 거액의 돈을 움직이게 만드는 순간, 비극은 시작된다.

 

고소장을 먼저 제출했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지는 않는다. 고소장의 역설이 불러온 검증의 무대 위에서, 결국 끝까지 남는 것은 객관적인 문서와 금융자료, 녹취, 그리고 차가운 기록뿐이다. 본지는 반론이나 해명이 접수될 경우 이를 보도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 ③편 예고|‘약정서와 녹취는 무엇을 말하는가’… 5억은 어떻게 20억이 되는가

 

본지는 ③편에서 이 씨가 제시한 ‘5억 투자 → 1년 내 20억 지급’ 약속의 구체적 근거를 추적합니다. 2025년 정비사업 약정서의 구체적 업무 범위와 녹취록에 등장하는 CM 계약, 조합 자금 조성, 사업장 간 자금 연계 구조를 종합 검증하고, 실제 자금의 이동 경로와 계약 조건의 실체를 토대로 그 연결고리를 명확히 밝혀낼 예정입니다.

 

※ 제보를 기다립니다

 

지이코노미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직함이나 정치권·행정기관 인맥, 고수익 투자 약속 등을 내세운 인물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입었거나, 이 씨와 관련해 유사한 경험을 한 조합원·투자자·정비업계 관계자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 내용은 교차 검증을 거쳐 보도 여부를 판단하며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문채형 기자 newsroom@g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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